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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민주화운동 중심지였던 광주. 그 중심엔 이른바 '운동권 총학생회장'이 있었다. <전남일보>는 최근 "다른 지역 운동권 총학생회장들이 늦어도 17, 18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유독 광주 지역 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들은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19대 총선에 광주지역 대학 '운동권 총학생회장' 출신 세 명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마이뉴스>는 이들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두 번째 인물은 송갑석 전 전남대 총학생회장. 그는 전대협 의장, 정동영 대통령후보 선대위 청년위원장, 사단법인 광주학교 이사 등을 역임했다. [편집자말]
송갑석 전 전대협 의장은 "현역 의원을 추월하는 지지율을 보내준 민심에 무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에 있는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송갑석 전 전남대 총학생회장.
 송갑석 전 전대협 의장은 "현역 의원을 추월하는 지지율을 보내준 민심에 무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에 있는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송갑석 전 전남대 총학생회장.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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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에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송갑석(민주통합당·광주 서구갑) 예비후보, 그는 지방대학 총학생회장으로는 드물게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역임했다. 당시 '전대협'은 말 그대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전설이었다. 그 전설의 한가운데 '전대협 의장'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전대협 의장'을 역임한 대가는 가혹했다. 5년 2개월 동안 실형을 살았다. 당시 언론은 그의 체포부터 재판과정을 생중계하듯 보도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가혹한 형량과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역으로 그가 '전대협 의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증했다.

긴 수감생활이 끝나고 그가 세상에 적응할 때 쯤 그의 전임 의장이었던 이인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고려대 총학생회장)·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한양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이른바 '386세대'들은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변방의 야인'이었다.

"전국은 새로운 인물이 대세... 광주전남은?"

물론 그가 제도권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도권의 문턱은 높았다. 심지어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이라는 이력은 서울에선 '젊은 피 수혈'의 보증수표였지만 광주에서는 또 다른 부채수표가 되고 있었다.

"민주당 중심으로 흘러가는 지역정치구조의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 지역정치 구조가 어떻게 세대교체 지체 현상을 낳는지, 지난 지방선거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선거가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송영길과 안희정, 이광재와 김두관이라는 새로운 인물들이 전면에 부각됐어요. 하지만 광주전남에서는 그러지 못했죠.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지도부 면면을 보면 호남 출신 중 유일한 지도부는 박지원 의원입니다. 박 의원을 호남의 새로운 인물이라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새로운 인물, 차세대 리더 그룹을 갖고 있지 못한 지역의 정치적 박탈감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에게도 긴 '변방의 야인' 시절을 끝낼 기회가 찾아오는 것일까. 광주일보-광주방송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현역 의원을 따돌리고 민주당 후보 적합도 1위를 했다.

"사람들은 축하한다고 했지만 저는 현역 의원을 추월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선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새로운 인물 바라는 시민들이 앞서 얘기한 호남을 대표할 차세대 리더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두 번 실수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지역민들이 민심입니다. 당 공천을 받은 구청장 후보가 내리 두 번을 패배했습니다. 잘못된 공천 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또 억지로 공천하는 오만을 시민이 심판한 것입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습니다. 한국정치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바꿔 열풍이 붑니다. 대통령은 임기 초반엔 메시아처럼 추앙받다가 임기 중반이나 후반에는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민이 변덕스러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정치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저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회에 진출한다할지라도 언제든지 저 역시 '바꿔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민심의 무서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얼마 전 <무등산 역사길이 내게로 왔다>는 책을 냈다. 무등산길 구간에 있는 역사길 답사기다. 초 단위로 변해가는 시대에 자칫 고답적일 수 있는 '조선 선비의 길'을 걸은 것이다.

"무등산 역사길을 걸었던 작년 한해가 제 인생에선 가장 많이 겸손해진 시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 못 챘겠지만 내 속에서는 '87년 체제'가 정리되고 새로운 시대와 생각이 열린 터닝 포인트(전환점)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론이 아닌 마음부터 숙여져야 진정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는 것을요.

16세기 선비들의 삶을 따라 걸으면서 마음으로부터 숙여졌습니다.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백성을 향한 지극한 마음, 목숨을 걸고 정치에 임하는 자세·…. 그 지극한 마음으로 작은 일이건 큰일이건 온 진정을 담아서 정치해나가려는 자세를 잃지 않겠습니다."

그는 "승리의 진심이 있다"고 했다. 마음으로부터 숙여진 겸손함과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출산율이 최저수준인 나라, 자살률이 최고인 나라, 사교육률이 최고인 나라, 직장을 얻기 위해서 영혼까지 팔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절규가 가득한 나라…. 이런 나라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잘못된 일 되풀이되는 나라는 불행한 나라입니다.

전남대 총학생회장, 전대협의장으로 민주화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민주화가 어느 정도 정착된 반면 경제적 불평등 등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회적 소외현상도 만연해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잡고 완화시켜야 합니다. 깨어있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그것을 이뤄야 합니다. 다시 제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에 아낌없이 부응하고자 합니다."


태그:#송갑석, #전남대, #전대협, #광주,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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