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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로역 2번 출구의 인력시장. 이곳에서 만난 이아무개씨는 "정치인들이 가끔 찾아오는데 그걸로 끝"이라며 "정치인들도 우릴 버렸다.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구로역 2번 출구의 인력시장. 이곳에서 만난 이아무개씨는 "정치인들이 가끔 찾아오는데 그걸로 끝"이라며 "정치인들도 우릴 버렸다.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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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보시게, 저 중국인들이 자꾸만 여길 온다니까. 저X들이 우리 일자리 다 뺏어가."

얇은 점퍼를 입고 새벽 추위에 몸을 떨던 인력시장의 이아무개씨(48, 서울시 관악구)는 자꾸만 반대편 구역을 흘깃거린다. 반대편 구역은 중국인들로 가득 차 있다. 서울시 구로구 남구로역 2번 출구에는 '로터리'라고 부르는 인력시장이 있다. 이곳은 오전 4시부터 일감을 얻기 위해 모인 300여 명의 사람들로 꽉 찬다. 길 한복판에는 구로구에서 마련한 난로가 있다. 이씨는 "저 난로기도 생색내기지 뭐, 저것도 지네 맘이야. 있는 날도 있고 없는 날도 있고"라며 쓰게 웃었다.

사람들을 태워가는 승합차는 3~4대 정도 오갈 뿐 인력시장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동틀 시간이 되자 이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함께 이동해 올라탄 버스 창 밖에는 4월 총선 관련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살림살이 나아지셨어요?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 2011년의 '사실상 실업자'는 309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용한파가 가장 심한 연령대는 '5060세대'다. 50, 60대 실업자만 18만7000명에 달한다. 인구 대비 최고치다.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 취업무관심자까지 포함하면 98만4000명에 이른다. 이씨의 푸념은 괜한 게 아니다. 

취업난은 대학가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상 실업자' 309만4000명 중 청년층은 108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감사원이 19일 발표한 '대학 등록금 책정 및 재정운용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등록금 인상율은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2∼3배에 달했다.

대학가는 등록금, 취업난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은 서강대학교에 붙어있는 대자보.
 대학가는 등록금, 취업난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은 서강대학교에 붙어있는 대자보.
ⓒ 김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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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2시께 찾은 한국외국어대학. 캠퍼스에 사람이 없었지만 도서관이나 스터디룸에는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도서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학생 무리는 취업 이야기에 한숨부터 쉬었다. 한 핵생은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걱정이고, 그렇다고 (스펙 쌓아야 하는데) 돈만 벌수도 없고..."라고 푸념했다.

"우릴 위해 뭘 해줬나"

19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공덕시장을 찾았다. 손님이 거의 없어 텅 빈 시장은 날씨보다 추워 보였다. 더구나 지난 12일 근처에 생긴 대형마트 때문에 손님이 전년 설보다 많이 끊겼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설 대목을 포기하고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었다. 상인들은 전년 추석과 똑같은 가격(물가상승을 반영하지 않은)으로 상품을 팔고 있었다.

19일 찾은 서울시 마포구의 공덕시장. 설을 앞두고도 한산한 모습이다.
 19일 찾은 서울시 마포구의 공덕시장. 설을 앞두고도 한산한 모습이다.
ⓒ 김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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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간장 하나, 동태 한 마리만 팔려. 대형마트 하는 사람들이야 사정이 좋지만 우린 아니잖아. 그런데 우리에겐 신경이나 써?"

공덕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이아무개씨(65, 서울시 마포구)는 대형마트의 이벤트 카드를 만들려는 지인과 "'죽네, 사네'하며 대판 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마련한 정책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재래시장 앞에 주차 가능하게 한다더니 얼마 전 보니 다 '주차위반' 딱지 붙여 놨다"며 "이러면 누가 재래시장에 오나. 주차장 있는 마트로 가지"라고 말했다.

사실 재래시장 주변 주차는 대부분 명절을 전후로만 허용된다. 그마저도 정규 주차장이 아닌 말 그대로 '도로변 주차'다. 딱히 정해진 주차 구역이 없어 평소의 불법 주차가 잠시 '합법'이 될 뿐이다. 그 탓에 경찰이 와 교통정리를 해도 질서유지가 어렵다. 상인들은 "일회성 정책이다"며 불만이 많다.

이씨는 "투표고 뭐고 하지 말자고 말하고 다닌다"며 "이 사람 뽑든, 저 사람 뽑든 어차피 그게 그거니까"라고 한탄했다.

공덕시장의 한 수산물 좌판. 상인 한 명이 쓸쓸하게 좌판을 지키고 있다.
 공덕시장의 한 수산물 좌판. 상인 한 명이 쓸쓸하게 좌판을 지키고 있다.
ⓒ 김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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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살림살이 뿐 아니라 최근 정치권에서의 '꼴사나운' 모습도 국민들의 정치 불신에 한몫 했다. 19일 오전 노인 전용극장 '서대문 아트홀'에서 만난 이상목씨(75, 경기도 남양주)는 "박희태 국회의장 말이야, 행여 자기가 돈을 안 줬다 해도 사퇴해야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한 할머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4월 불출마 선언? 누가 나오면 뽑아 준데?"라고 한 마디 거들었다. 이씨는 최근 있었던 사건을 짚어가며 "정치권이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4월 총선, "한나라당 어렵다"

고려대로 이동하며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의 힘을 빌려 의견을 물었다. 페이스북에서 무작위로 대학생 6명에게 "올 4월 총선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나라당, 아마 박살 날 것"(김정현·22·서울시 광진구),
"(한나라)당이 분열할 수도 있지 않을까."(송준모, 27)

대부분 한나라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지난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고려대 학생 정한교(27, 서울시 양천구)씨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런(비대위의 쇄신) 노력이라도 하는 모습은 보여야 하지만 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노인들도 한나라당의 고전을 예상했다. '서대문 아트홀'에서 만난 이태희씨(84, 서울시 양천구)는 "박근혜씨가 수고를 많이 하는데 쉽지 않을 거야. 텃밭인 경상도에서도 어려워"라고 말했다.

20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선에서 당선되길 희망하는 정당'으로 응답자의 31.1%가 민주통합당을 꼽았다. 한나라당에 비해 3.2%p 앞선 수치다. 민주당 시절을 포함해 민주통합당이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을 앞선 건 이명박 정권 들어 처음이다.

현장에서 만난 민심 역시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생문제와 정치권의 여러 사건들이 여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듯하다. 김호기 교수(연세대)는 20일 트위터를 통해 "올해 선거가 '권력형 비리' 심판으로 일관할 듯하다"며 "(이 점이) 연구자로서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스스로 무너질 것인지, 야권은 그로인한 반사이익을 챙길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소중한, 김혜승은 <오마이뉴스> 15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설, #총선,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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