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를 펴낸 명진 스님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용산구 단지불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책의 부제인 '서이독경(쥐 귀에 경 읽기)'을 보여주고 있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를 펴낸 명진 스님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용산구 단지불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책의 부제인 '서이독경(쥐 귀에 경 읽기)'을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지금 '가카'에게 들려주고 싶은 불경 한 구절이 있다면?
"'서이독경(鼠耳讀經·쥐 귀에 경 읽기). 하하하. 이 책은 순도 100%짜리 '가카' 헌정서다. '쥐약'이다. 전국에 10만 부 정도는 뿌려야 약효가 있다."

- 왜 하필 쥐에 비유했나?
"쥐에 비유한 것도 엄청 대접한 것이다. 사람 주변에서 제일 말 안 듣는 동물이 쥐다. MB는 대한민국을 선진국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선짓국'으로 만들었다."

단지불회 회주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은 사정없이 MB정부의 따귀를 갈겼다. 파사현정(破邪顯正). 구름이 없어지면 달이 저절로 나타나듯 그릇된 것을 깨뜨리면 올바른 것은 곧바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불가의 자비는 배고픈 자에게는 '밥'이 되어야 하고, 중병 든 이에게 '약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자비가 파격으로 드러날 때가 있는데, 그릇된 것을 만나면 버럭 소리를 지르고(喝), 매질로 깨우치게(棒)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이독경'이란 부제가 붙은 자신의 저서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말글빛냄)를 펼쳐 보이며 한 술 더 뜬다.

"내가 이 책 디자이너한테 특별하게 주문했다. 서이독경의 '서'자를 쥐새끼처럼 그려보라고. ('서'자에 쥐를 상징하는 코털이 그려진 모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 책을 본 사람들은 다 이걸 놓치는데... 하하하. 난 이 방면에서 천재 같아."

그는 말 끝머리에 요즘 유행하는 '깔때기'도 쉴 새 없이 들이댔다.

"나의 치명적 매력은 솔직하다는 것이다." "내가 말했지만 굉장히 거룩한 이야기다." "나꼼수도 내 말 듣고 자지러졌다." "내가 봐도 눈물이 나는 책이다."

그래서 <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도 대한민국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명쾌-통쾌-상쾌한 '깔때기 스님'. 지난해 12월 23일 남산 자락에 위치한 '단지불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최근 펴낸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에 대한 소회와 새파랗게 날이 선 새해 덕담을 들었다.

MB 정부에 직설 쏟아붓는 '자유인' "언제든 국립선원 가면 된다"

[신년인터뷰] 단지불회 회주 명진스님
ⓒ 오대양

관련영상보기


- 지난 4월에 펴낸 <스님은 사춘기>와는 색깔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스님은 사춘기>는 '내공'에 대한 것이고,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외공'을 보여준 것이다. <스님은 사춘기>는 수행을 통한 자기 비움, 즉 몸과 마음에서 힘을 빼자는 것이다. 운동할 때도 힘이 빠져야 순발력이 나온다. 마음에서도 힘을 빼야 창의력과 올바른 판단력이 나온다. 고정관념이 굳어진 상태에선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판단력이 나오지 않는다. 도란 별게 아니다. 힘을 빼는 것이다. 텅 비어 있는 것이 마음의 본래 자리다.

<스님은 사춘기>가 내공에 가까운 무공이라면,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외공이다. '진공묘유(眞空妙有)'. 참으로 비워야만 비운 자리에 묘함이 나타난다. <스님은 사춘기>는 '진공'에 해당하고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묘유'로서 비움을 통한 삶의 형태 또는 현실 대응 방법이다. MB시대를 살아가는 수행자로서 외공을 펼친 것이다. 굉장히 거룩한 이야기다. 하하하."

그가 말한 '묘유'의 형식은 파격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것. 틀 안에 갇히면 썩는다는 것. 영구혁명처럼 끊임없는 파격이 불교의 매력이란다. 그래서 그는 힘들게 에둘러가지 않고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MB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해 직설을 쏟아붓는다.  

"MB시대는 거짓말로 출발했다. 헌정사상 가장 추잡한 정권이다. 과거 공권력에 의한 신체적 구속이나 고문 등의 폭력적 행위보다 더 간교해졌다. MB정권에 대해 비판하면 세무 조사하고 집안을 망하게 한다. 그런데 나는 경제적 압박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신체적 압박도 받아들일 수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선방, 무상의료와 무상급식이 시행되는 국립선원(감옥)에 가면 된다. 하하."

아무리 그래도 국정 최고 책임자를 '쥐'에 비유한 것은 심한 것이 아닐까?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보통명사화되긴 했지만, 무게를 잡아야 할 스님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말도 듣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거침이 없었다.   

"걸음을 뚜벅뚜벅 걷는 사람을 '우보'라고 한다. 부처님을 백수의 왕 사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리더십이 탁월하다면 '호랑이 같다' '사자 같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MB가 살아온 삶은 꼼수다. BBK 은폐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영포 대군으로 불리는 이상득의 국정농단, 디도스 사건으로 벌어지는 국가 기관에 대한 공격, 청와대가 개입된 민간인 사찰 등. 깡패나 들고 다니는 대포폰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 이게 법치국가인가? 전셋값이 올라서 밤잠 못 자는 서민들을 위해 고민해야 할 대통령이 아내와 함께 내곡동 터에 가서 '민관합작 투기질'을 했다. 'MB가족투기단'. 쥐에 비유한 것도 엄청 대접한 것이다."

그는 이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길은 'MB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최구식 의원이 디도스 사건 때문에 '혼자 당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게 조폭도 아니고 양아치 집단인 것 같다. 또 처음부터 남북관계를 유연하게 가져왔다면 중국과 미국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다. 그런데 이번에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했다. 중국에서는 전화도 안 받았다. 장사치들은 이런 일이 생기면 전화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정운영은 단순 비즈니스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하는 짓이 꼭 장사치 야바위꾼들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MB를 탄핵하는 길이 나라의 격을 높이고 국민의 격을 높이는 것이다."

'포항 형제파'...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감옥갈 일만 남았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그는 또 "부산에 칠성파, 광주에 오비파 폭력조직이 있는데 포항에는 '형제파'가 있는 것을 몰랐다"면서 "그간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대한민국을 거덜냈는데 이제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감옥갈 일만 남았다"고 MB정부의 등짝을 매섭게 후려쳤다.

그는 특히 "오죽했으면 내가 보신탕집에 가서 보신탕이 아니라 검찰탕을 달라고 주문하라고 이야기 했겠냐"면서 "대한민국의 법치를 지켰던 최고 수장인 전 검찰총장이 '내가 입을 열면...'이라고 공공연하게 협박을 자행하고 있다, 모든 검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정치 문제를 전담하는 검찰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악성 산업 폐기물 같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사실 '서이독경'은 '순도 100% 가카 헌정서'라기 보다는 저자인 명진 스님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정보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선정적인 구호만으로 채워진 도끼를 허공에 마구 휘두르는 게 아니라 'MB정권의 치부'를 바늘로 적확하게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되어 있고 번뜩이는 논리로 무장되어 있다.

"부처님은 법구경을 설했는데. 나는 '악구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하고 싶다. 이 시대의 욕망으로 탄생된 게 MB정권이다. 위증교사, 범인 해외도피 등 추악한 범죄자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대체 국민은 뭔가. 그런 대통령을 만든 국민들에 대해서 통렬하게 비판하고 싶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자연파괴, 도덕불감증, 경제파탄이 MB시대의 3대 재앙이고, 이게 다 욕망을 위해 투표한 국민의 업보다."

그는 특히 "MB정부 탄생할 때 인사말이 '부자되세요'였는데 그게 MB라는 괴물 대통령을 만들었고 막장시대를 열었다"면서 "왜 사나?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이 빠져있는 삶은 짐승의 삶, 배부른 돼지의 길이다, MB에 대한 비판은 그런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고 강조했다.

명진 스님이 이번에 출간한 책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화려한 작명'이 곳곳에 출몰한다. 철판 정권,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 공약을 수시로 뒤집는 빈대떡 정권, 영남민국, 잡범 수용소, 밥통 정권, 청와대는 우범지대. 명진 스님에게 그 중 가장 적확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 개만 꼽아달라고 했다. 

"그건 나보고 부처님이 되라는 이야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허허허. 확신범, 사상범, 양심범이라는 말은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도둑질, 사기, 범인도피, 위장취업 등 쓰레기 잡범같은 정권이어서 한 마디로 규정할 수가 없다. 그냥 삼치정권. 파렴치, 몰염치, 후안무치한 정권이라고 해두자. 그런데 무식하기도 하다. 대통령은 '안창호씨'라고 불렀다. 또 수덕사 원담 스님 다비식에서 만장에 '긍락왕생 하십시오'라고 썼다. 옆에 있던 사람이 '긍'이 아니라 '극'입니다라고 말하자 찍찍 긋고 '극'이라고 썼다더라. 이렇게 무식한데 간교하다. 또 추진력은 대단하다. 이건 최악이다."

"강도가 약한 사람 패는데 중이 관여할 일 아니라고 외면해야 하나"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서이독경'을 펴낸 명진 스님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단지불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서이독경'을 펴낸 명진 스님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단지불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 책에는 "쥐구멍에 물이 들어가기를 바라지 말고, 물을 마구 퍼붓자"는 격한 표현도 나온다. 불가에서는 자비를 설하는데 '적의'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과도하게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나에게 기대했던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한다. 심지어 우는 분들도 있다. 우리 스님이 왜 이렇게 말을 사납게 하고 대통령을 쥐에 비유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한다. 이렇게 아파하는 분들이 30%,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40%다. 사실 나로서는 손해 본 책이다. <스님은 사춘기> 책을 낸 뒤에 보수층에게서도 아주 치열하게 산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 때문에 망했다. 하하하.

그런데 지금 시대의 무도함, 시대의 불의에 대해 침묵하는 게 종교인의 길인가? 길에서 강도가 약한 사람을 패고 있는데 저건 중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외면해야 하나? 강도를 쫓아가서 칼을 빼앗고 중생을 고통에서 구하려고 하면 정치적이라고 욕할 텐가? 책의 제목처럼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픈 것이다. 지금 나의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는데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다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마주앉아 인터뷰하면서 문득, 이처럼 위정자에 대해, 현실정치에 대해 신랄하게 메스를 가한 승려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과거에 사기 치고 부동산 투기를 한 폭군도, 나처럼 막말하는 스님도 없었을 것이기에 전무후무한 둘이 만났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8세기, 위정자와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 학정에 시달렸다. 죽은 사람이나 갓난아기에게도 세금을 걷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산적이 됐다. 민란을 일으켰다. 도둑의 뒤를 봐주었던 사람들이 대부분 스님이다. 임꺽정의 병해대사, 장길산의 운부대사, 그리고 소설이지만 홍길동에게 무술을 가르친 혜명 스님. 중들이 산적들의 배후였다. 그런데 희망버스와 촛불, 소셜네트워크도 무도한 시대의 민란으로 볼 수 있다. 나도 민란의 배후가 되고 싶다." 

그는 또 "웃고 있어도 눈물 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쫄지 말고 웃으며 가야 한다"면서 "나꼼수가 대단한 일을 했는데 약간 천하고 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솔직한 것이 무기다, 정직한 한 해, 거짓이 물러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지난 한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주요 키워드와 선거의 해이기도 한 올해 우리가 지켜야 할 키워드는 무엇인지 물었다.

"거품을 빼자. 수박이 되려고 호박에 줄 긋지 말자. 호박은 호박대로 가치가 있다. 자신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만약 색으로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는 자는 사도다. 능히 진실(여래)을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거품으로 진실을 볼 수 없다. 요즘 이야기로 생얼로 살아라.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전제되면 후회 없이 살 것이다."

선거의 해인 올해, 'MB를 찍은 욕망의 손가락부터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서이독경'을 펴낸 명진 스님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단지불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전달할 영치금을 보여주고 있다. 영치금 봉투에는 '달려라 정봉주! 울지마 정봉주! 탈옥해 정봉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세상, 단지불회 명진'이라고 적혀 있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서이독경'을 펴낸 명진 스님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단지불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전달할 영치금을 보여주고 있다. 영치금 봉투에는 '달려라 정봉주! 울지마 정봉주! 탈옥해 정봉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세상, 단지불회 명진'이라고 적혀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태그:#명진스님, #교육 명진스님, #서이독경,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이명박 정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6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