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계인권선언 63주년을 맞아 국가범죄 피해자들이 사법부의 올바른 과거청산을 주문했다.

 

제5공화국의 대표적 고문조작사건인 아람회와, 인혁당·오송회·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9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월 청구한 아람회사건 대법판결 위헌 심판을 공정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아람회와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이 낸 국가배상소송과 관련해 배상액을 대폭 삭감하면서 파기환송하지 않고 직접 판결해 위헌이라는 지적과 함께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대법 민사3부(대법관 신영철·박시환·차한성·안대희)는 지난 1월 13일 5공 아람회사건 고문조작 국가범죄의 배상을 '파기자판'해 반토막내는 선고를 했다"며 "헌법재판소가 아람회사건 국가범죄피해자들의 대법판결 위헌 심판 청구를 공정하게 처리해 사법부 과거청산 대의를 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법은 피고의 과잉배상 주장에 동조하여 민법의 대원칙인 불법행위 발생 시점부터 적용하는 피해 배상 기산점을 변경해 민사지법과 고법의 사실심이 책정한 배상액을 일방적으로 파기자판해 대폭 삭감함으로써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들의 권익을 여지없이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씻을 수 없는 오욕이자 피해자 두 번 죽이는 폭거"

 

이들은 "형사재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문을 통해 선배법관들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등 사법부의 과거청산 본보기로 꼽힌 아람회사건에 대한 대법 파기자판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사법부의 과거청산 노력을 스스로 허무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이며,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과거청산 과제를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아람회사건 대법판결 위헌 심판 청구를 정당하게 받아들여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들의 짓밟힌 권익을 회복시키고 과거청산의 대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헌법기관의 책무를 다해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아람회·인혁당·오송회·민청학련 사건 등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들은 공동 대응해 부당한 대법판결에 대한 책임을 묻고, 미완의 과거청산 과제를 끝까지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 공동소송변호인단의 최호웅 변호사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맞아 인권침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뜻 깊다"면서 "헌법재판소가 인권회복과 사법부 과거청산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다 해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인혁당사건 피해자인 전창일 4.9통일평화재단 감사는 "대법원은 고문과 수형생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은커녕 두 번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헌재가 정당한 결정을 내려 이를 바로 잡아 주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전창일 감사는 "인혁당 피해자들은 지난 달 법원으로부터 재산 압류에 대한 최고장을 발부 받았다"면서 "2심 판결 후 가집행으로 받는 배상액의 절반을 다시 국가가 빼앗아 가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비난했다.

 

오송회사건 피해자인 강상기 시인은 "대법원은 화해와 진실을 통해 고통을 치유하지는 못할망정 피해자들이 30여년 동안 받아온 상처의 딱지를 다시 뜯어내는 폭거를 저질렀다"면서 "대한민국의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헌법재판소의 정당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화영 민청학련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헌재는 사건 당시 받았던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을 또 다시 받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잘 들어야 한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역사적 판결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이 청구한 위헌심판을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회사건 대법판결 헌법소원 공동기자회견문 전문

 

헌재는 사법부 과거청산 대의를 살려야 한다

우리는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을 맞이하며 헌법재판소가 아람회사건국가범죄피해자들의 대법판결 위헌 심판 청구를 공정하게 처리해 사법부 과거청산 대의를 살려줄 것을 요청한다.

 

대법 민사3부(대법관 신영철 박시환 차한성 안대희)는 지난 1월 13일 5공 아람회사건 고문조작 국가범죄의 배상을 '파기자판'해 반토막내는 선고를 했다. 이어 같은달 27일에는 유신독재의 인혁당재건위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폭거를 저질렀다.

 

대법은 피고의 과잉배상 주장에 동조하여 민법의 대원칙인 불법행위 발생 시점부터 적용하는 피해 배상 기산점을 변경해 민사지법과 고법의 사실심이 책정한 배상액을 일방적으로 파기자판해 대폭 삭감함으로써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들의 권익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피고의 과잉배상 주장과 관련해, 아람회사건을 담당한 서울 민사고법은 "수사관들에 의한 불법체포 및 구금, 고문, 가혹행위 등 중대한 불법행위가 행해진 이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피고인들과 가족들이 그 후 끊임없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점은 불법행위 당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한 후에 불법행위 당시와 현재의 통화가치 차이를 감안하고 불법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는 사정까지 고려하여 위자료를 산정한 것이므로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을 불법행위 당시로 하더라도 이중배상이 된다거나 과잉배상이 되지 아니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 민사3부는 아람회사건에 대해 파기자판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해 피해자들의 변론을 보장하고 사실심에서 배상액을 다시 산정했어야 마땅하다. 더욱이 대법은 아람회사건 배상액 위자료 원금 산정에 대해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위자료 원본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즉시 지급함이 적절하다고 보이는 액수의 위자료에 대하여 불법행위시부터 변론종결시까지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변론종결시의 위자료 원본을 증액 산정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이 사건에서 공무원들이 자행한 인권침해행위의 내용과 정도, 그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입은 고통의 내용과 기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 예방할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책정한 위자료의 원금 액수 자체는 다소 적다고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하여 위자료 증액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형사재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서를 통해 선배법관들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는 등 사법부의 과거청산 본보기로 꼽힌 아람회사건에 대한 대법 파기자판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사법부의 과거청산 노력을 스스로 허무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이며,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과거청산 과제를 던진 것이다.

 

아람회사건은 1980년 5.18민중항쟁의 진실을 밝히고 전두환 심판을 촉구한 경찰과 검찰 직원, 현역 육군대위, 교사 등 국가공무원들을 전두환 내란반란정권의 집권 유지를 위해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반국가단체로 고문 조작한 국가범죄임이 서울고법 무죄선고와 2007년 7월 3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에 의하여 확증되었다.

 

재심 공판과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과, 아람회사건에 경찰, 검찰, 군보안사, 안기부,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모두 개입해 의도적으로 반국가단체로 고문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군 제507보안부대장이 1981년 8월20일자로 노태우 보안사령관에게 보낸 김난수 대위에 대한 수사결과 보고서와 공소장에는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을 "함석헌, 백낙청, 고은, 김대중 등 용공 및 반체제 인사와 접촉하고, 80년 2월 김대중과 접선해 용공혁신 정권수립에 적극 참여 추종하다가 5.17사태로 구심점을 상실케 되자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고 암약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전두환 내란반란정권이 자신들의 집권 기반 조성을 위해 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을 고문 용공 조작한 데 이어, 81년 5공 출범 초기 광주학살의 은폐와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아람회사건'을 고문 용공 조작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5공 사법부는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살인적 고문에 의해 조작된 반국가단체 공소사실을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모두 부인하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음에도 공소장의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는 '사법살인'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이 그동안 '반국가단체'라는 굴레에 묶여 겪은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반국가단체'라는 정치적 사회적 '사형선고'를 받고 생매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에서 학연과 지연 등 모든 사회적 관계가 파괴된 채 참혹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이재권은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1998년 요절하고 말았고, 다른 피해자들도 대부분 회복하기 어려운 심신의 장애를 겪어 왔다.

 

그런 만큼 아람회사건 재심 무죄선고는 5공의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단죄하고 피해자들의 인권을 살려낸 정의로운 판결이며, 사법부 과거사 청산의 본보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성호 재심 재판장은 <연합뉴스>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 사건 무죄판결과 관련해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이 맞다. 사실에 대한 판단은 정권이나 이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평범한 시민이 너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람회사건 재심 무죄선고는 유신독재가 반국가단체로 고문조작한 인혁당사건 재심과 함께 불의한 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국가범죄는 반드시 심판받고 정의와 진실이 승리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 유린이 더는 용납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아람회사건 대법판결 위헌 심판 헌소를 정당하게 받아들여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들의 짓밟힌 권익을 회복시키고 과거청산의 대의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헌법기관의 책무를 다해줄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우리는 '인혁당사건'과 '오송회사건', '민청학련사건' 등 고문조작 국가범죄 피해자들과 공동 대응해 부당한 대법판결에 대한 책임을 묻고, 미완의 과거청산 과제를 끝까지 해결해 나갈 것이다.
 
2011년 12월 9일
민변 / 아람회사건고문조작국가범죄피해자모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아람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