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골을 허용하고 망연자실한 루미와 긱스 그리고 박지성

첫 골을 허용하고 망연자실한 루미와 긱스 그리고 박지성 ⓒ UEFA

8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챔피언스리그 C조 별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바젤(스위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 이하 맨유)를 2-1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패배로 맨유는 6시즌 만에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게 당한 패배를 되갚으려던 퍼거슨의 계획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관심을 모았던 맨유의 박지성과 바젤의 박주호는 각각 측면 공격과 측면 수비로 선발출전했다. 박지성은 공격에서의 활발한 움직임과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에 걸쳐 활약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맨유의 화려한 공격수-나니, 박지성, 영-들의 돌파와 움직임을 적절히 막아낸 박주호는 팀의 16강 진출에 일조하며 박지성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출전할 수 있는 쉽지않은 기회도 잡았다.

 

맨유는 그동안 취약포지션이었던 중앙 미드필더에 필존스와 긱스, 중앙 수비에 퍼디난드와 비디치를 선발출장시켰다.

 

전반 시작과 함께 맨유는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최전방 중앙공격수로 나선 나니와 루니에 측면의 박지성과 영까지 위치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움직임으로 바젤수비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첫골은 바젤이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어진 크로스를 비디치와 스몰링이 부딪치면서 뒤로 흘렀고 샤키리의 슈팅같은 크로스가 데 헤야를 맞고 나오자 스트렐러가 왼발로 골을 성공시켰다. 맨유의 수비호흡이 아쉬운 장명이었다.

 

다급해진 맨유는 측면돌파과 중앙의 2대1 패스로 공격을 어어나갔지만, 단순한 공격루트는 상대 수비에 쉽게 읽힐 수 밖에 없었다. 선수 구성상 높이에서 상대 수비를 압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머리를 향했고, 결국 상대수비와 골키퍼에게 막힐 수 밖에 없었다.

 

첫골 이후 한결 여유로운 경기운영과 안정적인 수비전술을 펼치던 바젤이 원하던 대로 경기내용이 흘러가고 있었다. 

 

맨유의 적극적인 공세. 바젤의 빠른 역습. 90분 내내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이러다보니 바젤의 공격이 좀 더 위협적이었다. 다수의 선수들을 수비에 배치하면서 맨유의 패스와 크로스의 정확도를 떨어뜨렸고, 이렇게 뺏어낸 볼을 빠르게 역습으로 연결했다. 샤키리의 안정적인 볼 키핑과 빠른 공격전개는 전방의 프라이와 스트렐러의 움직임과 합쳐지면서 역습은 위력을 더했다.

 

30분 이후 맨유 공격빈도는 더욱 높아졌다. 나니의 측면 돌파, 루니를 향한 공간패스 나오면서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골키퍼를 선방을 이겨내기엔 부족했다. 마지막 패스와 슈팅이 아쉬웠다. 위치를 선점하고 빽백히 공간을 지키고 있는 바젤의 수비는 그만큼 견고했다.

 

골을 뽑아 내지 못한 채 전반을 마무리 하려던 맨유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비디치가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곧바로 에반스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벗어난 것이다.

 

비디치의 존재감은 수비적인 면에 그치지 않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력적인 헤딩슛 한방을 생각한다면 공격에서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후반, 맨유의 공격은 더욱 일방적이었다. 최전방의 프라이와 스트렐러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선수가 자신들의 진영으로 물러나 수비를 펼치면서 맨유가 점유율을 높여간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나니와 박지성가 오른쪽을 적극 공략했고, 긱스의 공간패스가 루니에게 적절히 이어지면서 슈팅기회도 더 많이 얻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간간히 이어지던 바젤의 역습에서 골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맨유의 진영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바젤. 프라이의 감각적인 슛팅을 데 헤야가 선방하면서 추가 실점의 위기를 벗어났다.

 

퍼거슨은 측면의 영을 대신해 공격수 웨백을 투입하면서 보다 공격적인 선수기용을 통해 골에 뽑아 내려 했다. 이후 부지런히 상대 수비를 공략했지만 별다른 소득없이 70분을 흘려버린 맨유. 맨유는 더욱 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나니와 박지성을 활용한 측면 돌파, 루니의 감각적인 슈팅, 필존스의 예리한 크로스에도 바젤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시간은 80분을 지나면서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80분 박지성을 대신해 마케다를 투입한 맨유는 골을 노렸고, 바젤은 치퍼필드를 교체투입하면서 시간도 보내고, 안정적인 공·수 조율을 통해 골을 지켜내려 했다.

 

무리한 공격보다 볼을 소유하는데 집중하던 바젤. 이런 상황에서 바젤의 추가골이 터진다.볼을 잡은 샤키리가 시간을 보내려는 듯 맨유의 측면 터치라인 가까이 볼을 드리블했고, 순간 헐거워진 맨유의 중앙을 향해 크로스를 연결, 달려들던 프라이가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2-0, 바젤은 16강 진출 경쟁에서 맨유를 완전히 떨궈내는 순간이었고, 맨유는 16강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두골이 필요한 맨유의 공격은 바젤의 수비를 뚫어 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89분 혼전상황에서 필존스가 추격골을 터뜨렸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추가시간은 3분이 주어졌고, 맨유는 골문앞으로 한번에 붙여주는 단순한 공격을 이어갔지만 동점골을 뽑아 내는데 실패하며 16강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초반 공세를 이어가던 상황에 얻어 맞은 첫골이 너무 아쉬웠다. 골이 필요했던 바젤은 첫골과 함께 더욱 안정적이고 보다 수비적인 자신들의 전술을 100% 활용하면서 맨유의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경기운도 바젤의 편이었다. 전반 루니의 발에 맞고 흐른 볼을 박지성이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에 막혔고, 자책골이 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포스트에 맞고 나오면서 실점위기를 모면했다.

 

6시즌 만에 16강 진출 실패한 맨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맨유지만 16강 탈락은 다소 충격적이다. 맨유가 없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강팀들이 나란히 조1위를 기록한 가운데, 맨유까지 탈락하면서 8강전 이후나 되어야 라이벌팀간의 빅매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1.12.08 11:21 ⓒ 2011 OhmyNews
맨유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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