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개봉 2주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 한 영화 <도가니>

▲ 영화 <도가니> 개봉 2주만에 300만 관객을 동원 한 영화 <도가니> ⓒ (주)삼거리 픽쳐스

영화 <도가니>가 개봉한 지 2주가 지났다. 이 영화, 개봉 열흘만에 관객 200만 명을 동원하더니 2주가 지난 지금은 관객수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 <도가니>의 흥행기록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고 이 영화를 향한 관심 또한 뜨거울 것이다. 관심은 단지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가 영화화 된 것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곧 원작의 배경이 되었던 실제사건으로 옮겨갔다.

영화 <도가니>는 무진의 한 청각장애학교에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가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대당하던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그것이 실화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분노한다. 참혹하고 잔인한 현실과 마주하고 온 사람들은 영화의 결말을 바꾸려고 한다.

<도가니>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영화 개봉 후 전교조 광주지부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영화는 인화학교에서 일어난 현실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도 인화학교는 운영되고 있었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가해자인 일부 교사들은 복직 돼 교단에 서 있었다. 또 명칭을 변경과 복지사업에 지적장애인을 추가할 수 있는 정관변경을 신청한 상태였다.

떠들썩하던 사건이 잊혀져가던 2007년, 인화학교 학생들이 교장에게 항의의 의미로 밀가루를 투척했을 때 여론은 학생들을 규탄했었다. 인화학교는 그때처럼 또 다시 교묘하게 숨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화 <도가니> 영화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 영화 <도가니> 영화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 (주)삼거리 픽쳐스


이미 지나간 옛 사건, 사람들이 외면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뒤로하고 영화는 매일 언론을 장식했다. SNS와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도가니>와 인화학교사건은 다시 목소리를 찾게 됐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변했다.

인화학교 사건 재수사 요청 서명,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서명 등, 영화 <도가니>의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자 경찰청 특별수사팀이 편성됐고, 인화학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가해 교사들의 추가 범행 여부와 관할 행정당국의 관리, 감독 상의 적정성 여부, 인화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비리 등을 중점 조사했다. 이와 함께 광주교육청도 인화학교 폐쇄 검토에 들어갔고 인화학교의 모든 학생들을 특수학교로 전학시키기로 결정했다. 또 광주시는 인화학교를 운영하는 우석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성폭력 특례법의 '항거불능' 조항 적용과 성폭력 범죄에 관대한 양형을 거세게 비판하며 '도가니 방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일사천리로, 정치, 사회 각 분야에서 <도가니>로 통용되는 인화학교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정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드디어 학교를 떠날 수 있게 되었고 가해자들은 이번엔 정말로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말로만 끝나지 않고 '도가니 방지법'이 발의 된다면 성범죄, 특히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 될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다행스럽고 기쁘기까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하다. 고작 5년 여전 발생했던 이 사건을 우리는 왜 그토록 쉽게 잊고 또 쉽게 외면했던 걸까. 그리고 시간이 이렇게도 흐른 지금 왜 이리 흥분하고 분노하는 걸까.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인화학교 사건처럼 우리를 스쳐 지나갔고 또 지금도 지나가고 있는 걸까. 소설과 영화가 없으면 우리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걸까. 수많은 의문들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밀양 성폭행 사건도 소설로 써주세요'라는 말이 나온다. 현실엔 눈 감고 영화에 분노하는 사람들을 목격 한 것이다. 당사자의 목소리보다 더 크게 울리는 배우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영화 <도가니> 개봉 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영화 <도가니>

▲ 영화 <도가니> 개봉 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영화 <도가니> ⓒ (주)삼거리 픽쳐스


인화학교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가 되고, 영화가 흥행의 고지에 오르면 이 역시도 곧 잊혀질 것이다. 언론도 곧 침묵 할 것이고,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분노하게 할 새로운 사건들이 또 찾아 올 것이다. <살인의 추억> <그 놈 목소리> <아이들...> 등 많은 실화 바탕 영화들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에 잡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범인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피해자를 동정했다.

<도가니>가 더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가해자의 형체가 뚜렷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들을 처벌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도가니>의 가해자들은 인화학교 가해자들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약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강자들, 외면받는 약자를 더 짓밟는 강자들. <도가니>는 안개에 둘러싸인 것처럼 은폐되어진 이 사회의 모든 악을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분노해야 할 대상은 단지 인화학교의 학생들만이 아니다. 이 땅에서 발생하는 모든 억울한 사건들을 소설로 쓰고 영화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들, 또 다른 약자들. 지금도 쓰러지고 밟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분노하고 소리내야 할 것이다. 나쁜 사람이 벌을 받고 약자가 보호 받는 사회를 꿈 꿔 본다.

도가니 인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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