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방송의 품위유지 등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말이다. 심의 중 위원들이 이견을 보였다지만, 단 한 사람도 경고조치를 내리는데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단결력이다.

그런데 전병헌 의원(민주당)의 생각은 좀 다른가 보다. 요즘 국정감사가 진행중인데, 전 의원이 배포한 문광위 국감 보도자료를 보니 방통위의 무한도전 제재가 지나친 '행정권의 남용'이라고 지적을 했다. 전 의원 말에 따르면 방통위가 내린 '경고'는 '행정권의 남용'일 지 모른다. '하이킥3'가 이런 걸 미리 예측했을까? 왜 무한도전 징계 결정을 앞두고 빵꾸똥꾸가 다시 나왔을까?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

엇그제 <하이킥3>에서 빵꾸똥꾸 패러디가 나왔다. 빵꾸똥꾸는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에서 해리(진지희 분)의 캐릭터였다. 해리는 <지붕킥'>에서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라며 어른들에게 '빵꾸똥꾸'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는데, 당시 방통위는 필요 이상으로 '빵꾸똥꾸'를 장기간 사용했다고 판단해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렸다. 권고 조치는,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대본 수정 없이 빵꾸똥꾸를 계속 사용했다. 그런 '빵꾸똥꾸'가 <하이킥3>에서 또 나온 것이다.

하이킥3에 나왔던 빵꾸똥꾸 패러디의 한 장면 전작 '하이킥2'에서 빵꾸똥꾸 권고조치 상황에 비춰볼 때 국장은 방통위, PD는 김병욱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하이킥3에 나왔던 빵꾸똥꾸 패러디의 한 장면 전작 '하이킥2'에서 빵꾸똥꾸 권고조치 상황에 비춰볼 때 국장은 방통위, PD는 김병욱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MBC


7회 에피소드 중 백진희는 방송국 선배를 도와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그 선배는 시트콤 '바닥 뚫고 로우킥'의 작가다. 선배는 편집실 직원에게 백진희를 소개했는데, 편집 장면에 빵꾸똥꾸 해리의 모습이 나왔다. 나중에 방송국 회의실에서 제작회의를 하는데, 갑자기 국장이 들어와 PD에게 '너 빵꾸똥꾸 그거 방송내지 말라 그랬는데 왜 냈냐?'며 호통치는 장면이 나왔다.

전작 <지붕킥>에서 빵꾸똥꾸 권고조치 상황에 비춰볼 때 국장은 방통위, PD는 김병욱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국장은 '다시 하라고 했는데 왜 내말을 안듣냐, 내가 틀린 말을 하냐?'며 제대로 열 받았는데, 이런 장면을 다시 내보내는 것은 '하이킥' 뿐만 아니라 최근 '무한도전' 징계와 관련해 방통위에 대한 항의 표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리의 빵꾸똥꾸라는 말은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이다. 어린 아이가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단순한 말이 아니다. 빵꾸똥꾸는 사전에도 없었던 말이다. 해리가 어렸을 때 말을 좀 늦게 하게 됐는데, 이순재가 방귀를 끼는 걸 보고 첫 마디로 내뱉은 말이 '빵꾸똥꾸'였다. 그 후로 해리는 자신의 심사를 건드리거나 뭔가 불만이 커지면 어김없이 '빵꾸똥꾸'라는 말을 해댔다.

하이킥2에 나와 빵꾸똥꾸를 외치던 해리 해리는 '지붕킥2'에서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라며 어른들에게 '빵꾸똥꾸'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 하이킥2에 나와 빵꾸똥꾸를 외치던 해리 해리는 '지붕킥2'에서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라며 어른들에게 '빵꾸똥꾸'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 MBC



제작진은 왜 해리에게 빵꾸똥꾸를 외치게 했을까? 해리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운 말이지만, 사실 빵꾸똥꾸 안에는 해리가 하고픈 말이 다 들어있다 본다. 해리가 던진 빵꾸똥꾸는 말이 거칠게 들려서 그렇지, 난폭함과 욕 그 자체를 표현한 건 아니었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곳을 향해 던지는 날카로운 촌철살인이었다. 그래서 해리가 빵꾸똥꾸를 외칠 때마다 시청자들은 묘한 쾌감 같은 것을 느꼈다. 표현의 자유 측면으로 볼 땐 아무 문제가 없는 말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무한도전은 경고, 행정제재 등 무려 10번의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품위 유지'라는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전병헌 의원은 방통위 결정에 네티즌들이 조소를 보내는 건 방통위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전 위원의 말에 100% 공감을 한다. 시대가 변하고 예능 트렌드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데, 방통위는 아직 19C를 살고 있으니 무한도전 풍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나 싶다.

최근 방송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 오죽하면 김태호PD가 지난주 하나마나 시즌3에서 박명수의 발길질을 스톱시킨 채 '품위유지'라는 자막을 두 번씩이나 넣었을까?

▲ 최근 방송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 오죽하면 김태호PD가 지난주 하나마나 시즌3에서 박명수의 발길질을 스톱시킨 채 '품위유지'라는 자막을 두 번씩이나 넣었을까? ⓒ MBC



오죽하면 김태호PD가 지난주 하나마나 시즌3에서 박명수의 발길질을 스톱시킨 채 '품위유지'라는 자막을 두 번씩이나 넣었을까? 진짜 품위를 유지해야 할 프로는 따로 있는데, 웃자고 넣은 자막과 몸개그에 방통위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 모르다. <지붕킥> 때 나온 빵꾸똥꾸도 그 안에 담긴 풍자와 해학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권고조치를 내렸을까 싶다. 옛부터 해학과 풍자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었다. 빵꾸똥꾸 역시 풍자와 해학이다.

방통위가 '빵꾸똥꾸'에 권고 조치를 내렸을 당시, 생방송 뉴스를 전하던 YTN 이종구 앵커가 빵꾸똥꾸 말을 읽다가 웃음이 터진 방송사고를 어떻게 봐야 할까? 빵꾸똥꾸란 말은 가식과 위선을 벗어던지고 누구나 통쾌하게 웃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도 같은 것이었다. 방통위의 지나친 권고에 대해 <하이킥3> 제작진이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빵꾸똥꾸' 패러디로 요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동시 송고됐습니다.
하이킥3 빵꾸똥꾸 방통위 무한도전 품위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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