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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농림수산검역본부가 일본산 수입 냉장명태에서 세슘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일본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활백합, 냉장 대구, 냉동방어 등에서도 여러 차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적이 있다. 지난 8월에는 한국 원양어선이 북태평양에서 잡은 꽁치에서도 세슘이 검출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쏟아낸 방사성 물질이 800km 떨어진 태평양까지 확산된 것이다.

 

방사성 물질인 세슘 137은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30년이 걸린다. 세슘은 강력한 감마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자궁암 등의 암세포를 죽이는 데 사용된다. 세슘 137은 주로 생식조직과 근육에 축적되는 데 몸속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세포도 공격해서 골수암, 폐암 등 각종 암과 백혈병을 유발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세슘에 오염된 수산물을 허용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그대로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다.

     

일본 수입산 농축수산물, 플루토늄과 스트론튬 검사조차 안해

 

최근 국회 류근찬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 정부는 일본 수입산 농축수산물에 대해서 플루토늄과 스트론튬 검사는 제외한 채 방사능 적합 판정을 내려왔다. 국내에 플루토늄과 스트론튬을 검출할 수 있는 기기가 단 1대에 불과해 아예 검사를 못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 국내에 들어온 일본산 수산물만 하더라도 220만 톤이 넘어서고 있는데, 수산물 방사능 검사기기는 고작 3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도 농축수산물을 검사할 수 있는 기기도 9대 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일본산 수입 농축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물질 검사를 요오드131과 세슘(134와 137)에 국한하여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세슘과 요오드를 지표 물질로 선정하여 허용 기준치보다 낮게 나오면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 같은 다른 방사성 물질에 대해서는 검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엄밀히 말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방사능 적합 판정을 받은 농수축산물은 세슘과 요오드의 경우에만 적합하다는 것이다. 세슘이나 요오드가 기준치 이하라고 다른 방사능 핵종이 전혀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처럼 부실한 검사체계를 갖춰놓고 정부는 허용 기준치 이하라며 방사능 오염 식품을 우리 식탁에 그대로 유통시키고 있다. 방사성 물질은 아무리 극미한 양이라도 인체에 안전한 선량이란 없다. 국제적으로 방사능 허용기준치를 권고하는 기관인 '국제 방사능 보호위원회(ICRP)'가 정하고 있는 원칙은 '어떤 위험도 없는 안전한 방사능 노출이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은 체내 피폭이 되기 때문에 체외 피폭보다 훨씬 위험하다. 방사성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왔을 때 체세포를 바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은 기준치 이하의 극미한 양이라도 체내로 들어오면 유전자를 파괴하고 세포를 교란시켜 암이나 백혈병을 유발하고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된다.

 

특히 플루토늄 239는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2만 4천년으로 100만분의 1그램만 흡입해도 폐암에 걸릴 수 있는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플루토늄도 원전 인근에서도 검출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농축수산물에도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론튬도 반감기가 28년이나 되는 물질로 뼈에 축적되어 골수암이나 백혈병의 원인이 된다. 지난 8월말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스트론튬 90은 히로시마 원폭 당시 유출된 양(54테라베크렐)의 3배에 가까운 140테라베크렐이 유출되었다. 세슘 137의 경우에도 16만 테라베크렐로 히로시마 때 유출된 방사성 세슘보다 무려 168.5배나 많은 양이다.

 

먹을거리 방사능 오염, 이제 시작일 뿐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 번에 끝난 체르노빌에 비해 후쿠시마는 아직도 방사능을 내뿜으며 끓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방사성 물질로도 인류 최악의 수준이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후쿠시마 사고 직후 우리나라의 채소에서도 세슘이 검출된 적이 있다.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고 앞으로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 세슘 쇠고기 유통에 이어 또 다시 세슘 육우가 발견되어 일본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세슘 쇠고기 파동이후 정부를 못 믿어서 자체적으로 방사능 조사를 할 정도로 일본의 방사능오염 관리 자체는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본 정부가 작성한 오염지역에 대한 방사성물질 검사증명서 제출에 의존하여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방사능 검사만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후쿠시마 인근 10개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품과 사료를 수입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도 후쿠시마 인근 6개현의 모든 식품을 수입금지하면서 그 외 특정지역의 경우 수산물과 수산가공품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한국산 육류 수입을 중단해왔다. 그러나 정작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으로 방사성물질을 이웃국가로 유출하는 문제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 수치를 감추고 은폐하는 데 급급해 유엔으로부터 은폐공화국이라는 경고를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일본당국에 항의는커녕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을 수입하면서도 허용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며 자국 국민의 건강보다 일본 편을 들고 있다.

 

원자력 홍보에는 세금 쏟아 붓고 방사능 검사 장비 구입은 외면

 

대통령이 나서서 원자력 발전을 홍보하고 안전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민 건강과 직결된 방사능 장비 구입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원자력 홍보에는 망설임 없이 돈을 뿌리면서 방사능 검사 장비 구입은 내년에나 확충하겠다니 말이다.

 

하긴 대통령과 원자력계는 우리 사회에서 '핵'과 '방사능 오염', '후쿠시마 원전폭발' 같은 말 자체가 유통되는 것으로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후쿠시마 사고 6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대의 방사능 검사 장비도 추가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후쿠시마 이후 '후쿠시마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원전 홍보에 열을 올리며 정부와 원자력계가 뿌리고 있는 돈의 10분의 1이라도 쓴다면 장비가 없어 방사성물질을 조사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겠는가? 후쿠시마에서 뿜어내는 방사성물질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기 전에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환경운동연합 원전특별위원회 위원장입니다. 


태그:#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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