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의 공식 포스터. 오는 1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하이킥3>의 공식 포스터. 오는 17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 MBC


"일종의 패자들의 공격? 패자들의 역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생에서 실패한 듯 비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김병욱 PD)

2년 여에 한 번 꼴로 우리를 웃고 울렸던 바로 그 시트콤이 돌아온다. 아니, 더 이상 단순한 시트콤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 김병욱 사단의 '하이킥' 시리즈 3편이 오는 17일 방영을 앞두고 있다. 여타 시트콤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김병욱의 귀환은 방송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사실을 반영하듯 지난 5일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출연한 안내상이 "영화 시사회에서 만난 김병욱 감독을 아는 척을 할 수 없어, '하이킥2'에 출연했던 오현경씨가 우리 둘을 소개해줬다"고 토로할 만큼, 지난 6월 말 제작사 초록뱀미디어가 캐스팅 완료 소식을 전하기 전까지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은 그 실체를 꽁꽁 감춰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2편의 파격적인 결말 이후 '신세경 귀신설'이 도는 등 논란이 거셌던 터라 제작진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껏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자신의 세계관을 캐릭터와 이야기에 거침없이 녹여냈던 김병욱 PD가 본격적으로 자본주의 한국사회의 현재를 풍자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배우들이 왜 6개월간 자랑해도 모자랐을 캐스팅 사실을 숨겨왔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구는 '하이킥' 특유의 떠들썩한 코미디를, 누구는 또 배우들의 변신과 신예들의 스타탄생을, 또 누구는 김병욱 감독만의 냉철한 시선을 고대하고 있을 게다. 그간 알려진 캐릭터와 시놉시스, 김병욱 감독의 코멘트를 통해 <하이킥3>의 핵심을 짚어봤다. 물론 MBC를 통해 6개월 간 120부작으로 진행될 이 시트콤의 행보는 아마 김병욱 PD와 머릿속에만 존재할지 모른다는 사실은 꼭 기억하도록 하자. 

<하이킥3>의 주요 캐릭터와 시놉시스

잘나가던 아이스하키 선수에서 전교 꼴등으로 추락한 아들 안종석(김종석 분)과 미국 LA 유학 중 서울 노량진에 눌러앉은 딸 안수정(크리스탈 분)을 둔 마초아빠 안내상(안내상 분). 그는 권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로 사업이 부도가 난 뒤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진 아내 윤유선(윤유선 분)과 함께 처남인 공중보건의 윤계상(윤계상 분)의 집에 얹혀 살게 된다.

계상은 돈 없는 환자의 수술을 무단으로 했다가 대학병원에서 징계를 받을 정도로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 매형 내상은 세상에 할 말 다하는 계상의 성격이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에 대해 늘 약 올라 한다.

한편 윤유선과 윤계상의 동생인 윤지석(서지석 분)은 고등학교 체육교사다. 일명 '단무지'(단순 무식 지X) 성격의 소유자로 같은 학교 국어교사이자 옆집에 사는 박하선(박하선 분)과 동료 관계다. 9급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백수 고영욱(고영욱 분)과 연인관계인 하선은 동료 원어민 교사 줄리엔(줄리엔 강 분)의 집을 알아보다 사기를 당할 정도로 착하고 '허당'이지만 힘 하나만은 장사인 캐릭터다.

이밖에 주요인물로 모범생인 하선의 사촌동생이자 모범생 김지원(김지원 분)과 선배 하선에게 얹혀사는 가난한 대학생 백진희(백진희 분), 하선네 집의 세입자이자 커플인 영어교사 박지선(박지선 분), 원어민 영어교사 줄리엔강(줄리엔강 분), 그리고 동료인 음악교사 윤건이 등장한다.

이밖에 강승윤은 계상의 아들 종석의 친구로, 극의 나레이션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이적은 계상의 동료 항문외과의로 분한다.

1. '신세경 귀신설'은 일단 잊자고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21세기의 '하녀' 세경의 목소리는 무서우리만치 차분했다. 그리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신세경의 큰 눈으로 번져갔던 체념과 회한의 정서는 마지막까지 세경의 해피엔딩을 응원했던 시청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기 충분한 '새드엔딩'이었다. 

맞다. 2010년 2월 종영했던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 얘기다. 복기해보자. 당시 2편의 후반부는 세경으로 향했던 준혁 학생(윤시윤 분)의 마음과 또 지훈 삼촌(최다니엘 분)에게 향했던 세경의 마음을 교차시키며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 삼각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마치 세경의 계층이라는 듯, 그렇게 빈부격차는 이겨낼 수 없다고 단정하듯 둘의 자동차 사고사를 인정하는 정지 화면으로 충격을 안겨줬다.

만약 2편의 결말에 지쳐 버렸다 해도 일단은 '단기기억상실증'에라도 걸려보라. 시트콤은 시트콤인 법. 김병욱 PD는 다시 한 번 캐릭터들의 개성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며 우리를 그들의 입장에 동화시켜나갈 것이다. <순풍산부인과>의 사위 박영규마냥 인물들이 아무리 '찌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더라도, 기어코 <하이킥3>는 시청자들을 웃기고 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곤경(?)에 빠뜨릴 것이다.

6개월여의 대장정에 이제 돛을 달고자 하는 시기다. 김병욱 PD의 머릿 속에 존재할 결말 때문에 벌써부터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다. 

2. '제2의 신세경' '주얼리 정'을 고대하며

그래서 일단 눈길이 가는 건 캐스팅의 재미다. 정일우를, 윤시윤을, 박민영과 황정음과 신세경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전편을 상기해 보라. 시리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신인들에게 '줄을 서시오'라며 헤쳐 모이게 해도 될 지경이다. 더욱이 3편은 '오란씨걸' 김지원, <시크릿 가든>의 김종석, <반두비>의 '촛불소녀' 백진희 등 신선한 얼굴들이 '제2의 신세경, 정일우'으로 등록 대기 중이다. 

아, 2편이 낳은 최고의 캐릭터 '주얼리 정'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김병욱표' 시트콤이야 말로 '배우의 재발견' 천국이다. '야동 순재'부터 '꽈당민정' 등 '하숙범' 등 누리꾼들과의 쌍방향성 소통으로 완성되고 발전했던 캐릭터들의 향연을 떠올려 보자. 심지어 2011년 현재는 SNS의 시대다.

윤계상과 박하선, 안내상 등 기존 배우들의 변신은 그래서 더 기대를 모은다. <최고의 사랑>속 윤계상이 '로맨틱 코미디' 속 비현실적인 순정남이었다면, <하이킥3>의 보건소 의사는 사회비판적이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는 열혈 청년이다. 아마도 '88만원 세대'의 속내를 제대로 그려낼 백진희 캐릭터와 함께 <하이킥3>의 주제의식을 담당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조강지처클럽>의 한원수로 대중에게 각인됐던 안내상은 기함할 만큼의 '찌질마초'로 발전했고, <동이>의 '인현왕후' 박하선 또한 1편의 서민정을 연상시키는 엉뚱한 국어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개똥이라도 줍겠다"는 인터뷰로 캐스팅됐다는 고영욱, 감초역할을 톡톡히 할 박지선, 줄리엔 강, 이적, 강승윤 등도 어떤 캐릭터로 발전할지. 김병욱표 시트콤은 작은 인물 하나하나에게 모두 개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첫 대본 현장. 안내상, 윤유선, 윤계상 등 고참과 박하선, 백진희, 크리스탈 등 신예등의 조화가 눈에 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첫 대본 현장. 안내상, 윤유선, 윤계상 등 고참과 박하선, 백진희, 크리스탈 등 신예등의 조화가 눈에 띈다. ⓒ 초록뱀미디어


3. 멜로 라인과 슬랩스틱 코미디, 일단 즐겨라!

사실 <하이킥> 팬들은 거칠게 둘로 나눌 수 있을지 모른다. 멜로드라마에 격하게 감정을 이입하는 쪽과 반대로 슬랩스틱이나 이야기 자체를 즐기는 쪽. 1편 <거침없이 하이킥>이   '미드' <위기의 주부들>마냥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전체 이야기를 뒷받침하며 러브 라인과 슬랩스틱 코미디가 공존하는 구조였다면, 2편은 핵심 러브라인을 이야기 속에 완전히 녹인 채 계층 간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이란 주제를 강조했었다.

그러니까 시작부터 안내상씨 가족의 몰락과 '88만원 세대'와 '만년 고시생' 이 등장한다고 크게 달라질까.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는 열어 놓은 상태"라는 김병욱 감독의 말처럼 인물들 간의 '멜로드라마'야 말로 다종다기하게 변주가 가능한 코드 아니던가. 전편 모두 남녀 주인공의 애정 라인을 통해 긴 호흡의 시트콤을 시청자들이 편하게 따라잡을 수 있는 동력으로 활용하지 않았던가. 

일단 3편은 이미 고영욱을 애인으로 둔 박하선이 동료 교사인 박하선과 어떻게 발전해 갈지, 또 정의심 넘치는 윤계상이 옆집 여인들 중 누구에게 연정을 품을지가 일단 표면위로 드러난 멜로 라인이다. 강승윤이나 크리스탈 또한 어리다고 배제할 수 없다. 연인 출발하는  박지선과 줄리엔 강이 2편의 광수, 유인나 커플을 뛰어 넘을지도 궁금하다.

한편 "키스를 글로 배웠습니다"와 같은 특유의 개그들도 기대 요소다. 여기에 1, 2편에서 슬랩스틱과 캐릭터들 간의 소통의 중추를 담당했던 철봉과 개구멍을 잇는 오브제로 땅굴이 등장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윤계상과 박하선의 집을 잇는 이 땅굴은 전편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러브라인과 코미디에 활용될 걸로 보인다. 21세기에 땅굴이라니, 김병욱 PD 답다.

<하이킥3>, 포스터 공개 9월 첫 방송을 앞둔 <하이킥>의 세 번째 시리즈인 <하이킥 3,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의 포스터가 26일 오전 공개됐다.

▲ <하이킥3>, 포스터 공개 9월 첫 방송을 앞둔 <하이킥>의 세 번째 시리즈인 <하이킥 3,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의 포스터가 26일 오전 공개됐다. ⓒ MBC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새드 엔딩?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웃음 속에도 뼈가 있던 <하이킥> 시리즈에서 그 시대가 당면한 사회문제들을 다뤘던 것처럼, 나 또한 <하이킥3>가 다룰 메시지와 이슈들을 눈여겨보고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누가 이 인터뷰가 시트콤에 출연하는 배우의 것이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윤계상의 말마따나  김병욱 PD는 지속적으로 냉철한 세계관을 견지해 왔는지도 모른다.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외모와 계급,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한 탐구, 그리고 그 세계관이 결집된 것이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이었다. 

헌데 3편의 제작의도만 놓고 본다면 이러한 김병욱 PD의 시선은 인간 본연에 대한 큰 그림에서 좀 더 구체적인 한국사회의 현실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1년, 대한민국의 답은... 돈이다. 일견 평균적인 삶의 질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그만큼 만족보다는 불안이 더 팽배한 참 이상한 시대. 벼랑 끝에서 외줄을 타듯 위태로운 풍요 속에서 언제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우리는 애써 한 끼 식사비보다 비싼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입가심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다들 자빠져도 난 괜찮을 거야.' 하지만 과연…"

카드 값에 고민하던 황정음은 좀 더 어려져 88만원세대 백진희가 됐다. 산골소녀였던 세경은 경제적으로 무너져버린 집안의 미국 유학생 크리스탈로 바뀌었다. 그리고 언제나 든든한 가장이었던 이순재가 부재한 자리를 40대 마초 안내상이 채웠다. 달달하면서도 깍쟁이었던  최다니엘은 의협심 넘치는 현실참여형 의사로 변모했다.

"인생 실패자의 역습과 희망"을 담겠다는 김병욱 PD의 중심추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는 6개월 후까지 기다려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거 하나 만은 분명하다. <하이킥3>가 그 시간동안 시청자들을 종종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뜨릴 거란 걸.

하이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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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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