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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것으로 보고 사진을 찍었다. 보면 볼수록 신비롭다. 일요일인 9월 4일 오전 9시에 '보문산 도라지산행'을 하기로 했다. 오전 9시에 보문산 옛 케이블카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일찍 사무실에 나가 전날 처리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고 사무실을 나선 시간이 8시 10분경이다. 천천히 전날 준비한 얼린 물과 여름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여름 막바지에 (운이 좋으면 산도라지 꽃)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챙겼다.

두송이의 산 도라지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두송이의 산 도라지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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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산 오거리입구의 떡집에서 '떡보'인 '다시'님을 생각해 떡을 두 봉지 사서 옛 케이블카 앞에 도착한 시간이 8시50분경. 아무도 없다. 조금 기다리다보니 58분경 '다시'님과 '제장군'님이 함께 오신다. 얼른'버스'님에게 전화하니 '근방'이란다. 아주 잠깐 후 모두 모여 보문산 케이블카 쉼터에서 타 주는 커피를 한 잔씩 하고 오르기 시작했다. 가능한 천천히 안 가본 길로 가기로 했다.

쉬어 감을 반복하며 보문산에서 "가장 바람이 좋다"는 보문산성과 시루봉 가는 갈림길 고개에서 '버스'님이 준비해 온 막걸리도 한잔씩 했다. 드디어 목적지(여긴 안 가르쳐 준다)에 도착, 도라지 탐사를 시작했다. 첫 "심봤다"는 소리는 '다시'님에게서 나왔다. 엄청난 '대물'이다. 아마도 20-30여 년은 족히 지냈을 연륜을 '뇌두'에서 보이고 있다.

산 도라지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산 도라지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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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지참한 줄 알았으면 '사진'한 컷 후 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쩌랴! 스스로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맘에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드디어 저 아래에 도라지꽃이 보인다. 하나도 아닌 두 송이가, 피운 보라색 도라지꽃이 저기서 "나 여기 있어요"하고 손짓한다. 얼른 사진을 찍고 '버스'님을 불렀다.

아래가 튼실한 산 도라지
 아래가 튼실한 산 도라지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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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다보니 보라색 도라지꽃이 활짝 웃고 있다.  아름다운 산 도라지의 꽃 핀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캐기 시작했다. 뿌리를 내린 땅은 잘 캐지고 부서지는 토사 흙이다. 조심조심해서 캔 탓인지 완벽하다. 캐놓고 보니 아래가 '대박'이다. "남자는 아래가 튼실해야 한다"고 어른들이 말하곤 했는데 이놈이 그 꼴이다. "어찌 이런 일이?" 한참을 "이런 것 본 적이 있느냐?"고 자랑했다.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나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나무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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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과는 이것으로 끝이다. 이미 다들 만족할 만한 수량의 산 도라지를 캔 듯 여기저기서 성과물을 놓고 야단이다. 성과를 달성했기에 계곡물에서 땀을 식히던 중 '제장군'님이 "이것 좀 봐"하며 "생명의 신비"라고 강조하는 나무를 가리킨다.

생명력의 근원은 뿌리였다.
 생명력의 근원은 뿌리였다.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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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바위의 틈새에 어쩌다 뿌리를 박은 나무가 신기하게도 잘 자랐다. 크기도 컸다. 생명을 이어준 근거(?)는 뿌리에 있었다. 바위에서는 도저히 물과 영양분을 얻을 수 없는 나무는 바위 밖에 뿌리를 내려 바위 아래의 대지에서 영양분과 물을 섭취하고 있었다. 끈질긴 생명력이 놀라왔다. 하찮은 나무조차도 생명을 잇기 위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었다. 문득 "난 무엇인가?" 스스로의 나약함에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무수동으로 나와 동물원입구까지 걸었다. 그리고 그곳 백반집에서 늦은 점심과 소주를 하면서 "오늘 하루도 6시간이라는 산행이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고 자축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타운과 제이비에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보문산, #산 도라지꽃, #생명력, #자연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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