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22일 개최되는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

오는 9월 22일 개최되는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 ⓒ DMZ DOCS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는 독특한 영화제다. 분단의 상징인 DMZ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전문적인 다큐멘터리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념적 지표상 오른쪽에 있는 인물이 왼쪽에 있는 영화들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영화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조직위원장을, 경기영상위원장인 배우 조재현 씨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문수 도지사는 한때 진보적인 입장에 서기도 했으나 지금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인물이다. 조재현 위원장은 김문수 지사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제에 상영되는 작품의 상당수는 이들과 정반대의 이념적 지표를 가진 감독들이 만들어낸 사회 비판적인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다수다. 지난해 이 영화제의 한국 경쟁부문 최우수 작품상은 용산참사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용산 남일당 이야기>였다. 1회 영화제 때는 한국 사회 이념적 광풍을 그린 <경계도시2>가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보기에 따라 보수진영 인사들에게 불편함이 생길 수 있는 영화들임에도 시상을 통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덕분에 독립영화 진영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그래서 좌우가 공존하는 영화제로 지칭하기도 한다.

정확히는 다큐멘터리로서의 작품성만을 평가하고, 소재나 내용에 개의치 않는, 영화제로서 기본적이고 당연한 행동이지만 상식이 무시당하는 사회에서 이런 모습은 영화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덕분에 이제 3년째 접어든 영화제는 세 살배기 어린 나이에 비해 부쩍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기도가 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경기도가 단순한 제작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영화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 구축 및 운영, 영화·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한 기본방향 제시 등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개막작은 핵 문제 다룬 <재앙의 묵시록>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이번 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이번 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성하훈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개막작 <재앙의 묵시록>.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유전자 이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개막작 <재앙의 묵시록>.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유전자 이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DMZDOCS


오는 9월 22일 개막하는 제 3회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이하 DMZ 영화제)'가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이갤러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상영작과 주요 행사 일정을 공개했다. 올해는 30개국에서 참가한 총 100여 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지난 2010년 35개국 74편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 참가국 수와 작품 수는 제천 국제음악영화제(2011년 제 8회 기준, 26개국 101편)에 견줄 정도다.

개막작으로는 핵 문제를 다룬 <재앙의 묵시록>이 선정됐다. 러시아 접경 카자흐스탄 지역에서 구소련시절 핵실험으로 말미암은 피폭으로 고통 받는 주민을 담은 작품이다. 경쟁부문에는 2009년 용산참사의 수많은 자료 영상을 일일이 꿰맞춘 <두 개의 문>을 비롯해 2010년 캐나다에서 있었던 G20 정상회의 반대 시위를 다룬 <격렬의 거리>,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 유린을 다룬 <진실-관타나모에서의 4일> 등 13편의 작품이 경쟁을 벌인다.

조직위원장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DMZ 영화제가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어 기쁘다"며 "더 평화롭고 국내외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진보적 시각의 영화들을 담아내고 있는 DMZ 영화제 특성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타냈다. 그는 "경기도의 지향점이나 입장이 아니지만, DMZ라는 곳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며, "전쟁과 평화 등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존재하는 곳이고 서로 다른 꿈이 만나는 지점으로, 이런 특성상 반전이나 반핵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조재현 집행위원장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나타냈다. "조 위원장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는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줄 몰랐다"면서 "조 위원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1회 때는 다소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으나 2회를 거치며 정말 의미 있고 좋은 영화제라는 평가가 나왔고, 국외 영화제에서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며 "3회를 계기로 더 발전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김문수 지사가 영화제를 다큐멘터리로만 한정 짓지 말자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으나 그렇게 되면 성격이 무뎌질 것 같고, 다큐멘터리로만 가는 게 독창적"이라며 '다큐멘터리전문 영화제'로서의 특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석필 프로그래머는 작품 경향에 대해 "올해 70개국에서 500여 편의 작품이 출품돼 지난해에 비해 관심도가 2배 증가 됐다"고 밝히고, "평화·생명·소통이라는 뚜렷한 주제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어우러지고 공존하는 쪽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화제 통해 다큐멘터리 저변 확대 기대"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완성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싸움을 담은 <잼다큐강정>의 한 장면.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완성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싸움을 담은 <잼다큐강정>의 한 장면. ⓒ DMZDOCS


3회를 맞아 주최측이 규모와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를 가진 듯, 주목되는 작품들이 상당수다. 이중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DMZ Docs Project 2011'의 지원을 받은 '잼(JAM)다큐멘터리 강정'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담은 <어머니>가 월드프리미어(세계 첫 공개)로 상영된다.

'잼(JAM)다큐멘터리 강정'은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제주도 강정마을의 사연을 다룬 작품으로 국내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의기투합해 시급한 현안에 대해 사회적 발언을 시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DMZ 영화제를 통해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어머니>는 한 달 전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 상태인 이소선 여사를 지난 1년간 촬영해온 다큐멘터리다.

이밖에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교의 변화를 담은 작품인 <새로운 학교-학생인권 이등변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는?>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편경쟁대상을 받은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소말리아 해적들을 찍은 <해적 소굴 잠입기>, 국경을 넘는 멕시코 인들을 소재로 한 국제 엠네스티 제작 영화 <보이지 않는 사람들> 등도 시선이 모이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다.

작품을 선정한 강석필 프로그래머는 "아시아를 비롯해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의 영화들이 포진했다"며 "영화제를 통해 다큐멘터리 저변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DMZ 영화제는 오는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씨너스 이채·이채 아트홀 등에서 개최되며, 개막식은 22일 저녁 경의선 마지막 역인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린다.

"다큐멘터리, 무겁고 재미없지만은 않아요"
홍보대사 배수빈·류현경, 트레일러 필름 주연 유지태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식. 배우 배수빈·류현경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어린이 홍보대사에는 뮤지컬 배우 박준형 군과 대성동 초등학교 김태희 양이 위촉됐다.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식. 배우 배수빈·류현경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어린이 홍보대사에는 뮤지컬 배우 박준형 군과 대성동 초등학교 김태희 양이 위촉됐다. ⓒ 성하훈


이번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홍보대사에는 배우 배수빈·류현경이 선정됐다. 어린이 홍보대사는 1999년생인 뮤지컬 배우 박준형군과 DMZ 내 대성동 초등학교의 김태희양이 맡는다.

배수빈은 "평소 친분이 있는 조재현 위원장의 요청으로 (홍보대사직을) 수락했다"며 "얼마 전 아프리카 콩고 내전 지역을 다녀왔는데, 그 사람들 생활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DMZ 역시 사회적 이슈와 아픔이 있는 곳으로 이런 부분들을 많은 분이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밝혔다.

류현경은 "평소 다큐멘터리를 어둡고 무겁게 인식하는 분들이 많던데, 이번에 다큐 홍보를 맡게 돼서 기쁘다"며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발전에 의미 있는 영화제로서 좋은 다큐들을 잘 알리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영화제 트레일러 필름은 일본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제작했다. 국경을 초월한 '공생'을 주제로 한국 분단의 아픔과 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함께 담아냈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DMZ에서 촬영하며 젊은 군인들이 긴장감 넘치는 곳에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JSA(판문점 공동경비구역)는 알고 DMZ에 대해서는 몰랐다가,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트레일러 필름의 주연은 DMZ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배우 유지태가 맡았다. 유지태는 "독립 다큐멘터리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어 '앞으로 10년 안에 없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지원과 후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트레일러 필름도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후원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유지태는 "다큐멘터리가 무겁고 재미없다는 인식을 가진 분들도 있는데,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배수빈·류현경을 비롯해 영화제의 개막 축하공연을 맡은 가수 이승철과 부대 행사로 마련된 미술전 기획으로 참여하는 배우 이광기 등이 모두 조재현 위원장의 개인 인맥으로 섭외되었다는 사실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조재현 위원장은 "이승철은 같은 사우나에 다녀 만날 때마다 영화제 동참을 요청했고, 이광기는 원래 미술 쪽에 관심이 많아 섭외에 어려움이 없었다"며 "다만 개인적인 비용이 은근히 많이 들어가 앞으로는 인맥을 통한 섭외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조재현 배수빈 류현경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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