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에 새로 투입된 인순이 인순이는 지난 21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자신의 노래 '아버지'를 불러, 27.7%의 득표율로 '가수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 <나가수>에 새로 투입된 인순이 인순이는 지난 21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자신의 노래 '아버지'를 불러, 27.7%의 득표율로 '가수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 MBC

지난 일요일 MBC의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사실상 제2막을 시작했다.

 

한 때 시즌 2를 계획하고 있다는 담당PD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공식적으로 시즌2는 없다고 못을 박았던 MBC가, 기존에 없던 명예졸업제도를 만들어 1회부터 지금까지 탈락하지 않았던 원년 멤버들을 교체함으로써 사실상 <나가수> 시즌 2를 출범시킨 것이다.

 

왜 MBC는 명예졸업이란 제도까지 신설하면서 새로운 <나가수>를 출범시키고자 했을까? 그건 결국 시청률 때문이다.

 

현재 <나가수>는 전과 같은 저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 폐지된 일밤의 코너들과 비교하자면 KBS의 <1박 2일>과 견줄 만큼 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1차 경연-중간평가-2차 경연과 탈락자 발표'로 이어지는 프로그램 편성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그 중 시청률의 정점을 찍는 2차 경연도 최근에 와서는 SBS의 일요일 예능의 추격을 떨치는 데 힘에 부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나가수>의 정체된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시청률이 아니라 그 화제성이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나가수>는 모든 이들의 이야깃거리였다. <나가수> 방송이 끝난 월요일에는 <나가수> 관련 단어들이 포털 검색어 순위를 모두 차지했으며, 음원 차트는 <나가수>에서 불린 노래들로 도배되었다. 사람들은 <나가수>의 순위와 시청률을 궁금해했으며, 누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또 누가 편곡을 했는지 궁금해했다.

 

그런데 최근의 <나가수>는 이러한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소위 '임재범 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화제의 중심에 있던 임재범의 하차 이후, <나가수>는 새롭게 투입된 옥주현을 둘러싼 논란들이 일며 반짝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옥주현이 굴하지 않고 꿋꿋이 공연에 참가하면서 역설적으로 이마저도 사라지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 파격적인 제도에 뜨악하던 시청자들은 방송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기는 방식에 익숙해져 갔고, 그들의 경쟁에 무뎌져 갔다. 물론 그만큼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가수들이 교체되었지만 사람들은 반복되는 <나가수>의 포맷에 지루함을 느꼈고, 그것이 바로 시청률과 이어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나가수>의 새로운 시작은 MBC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가수가 노래하고 청중평가단이 그것을 평가하는 기본적인 틀이 바뀌지 않는 이상, <나가수>가 시청자들에게 이슈가 될 방법은 단 하나, 출연 가수를 교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조관우에게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김조한에게 R & B의 황제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등의 행위는 우리가 무협소설을 보면서 새로운 강호의 고수가 등장할 때 느끼는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단순히 가수를 교체한다고 <나가수>의 시청률이 높아지는가? 최근에는 규칙에 따라 꾸준히 가수들을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수>의 시청률은 지지부진하지 않았던가.

 

또다시 전면에 등장한 드라마, 인순이

 

<나가수>에 등장한 인순이 그녀는 <나가수>를 살릴 수 있을까?

▲ <나가수>에 등장한 인순이 그녀는 <나가수>를 살릴 수 있을까? ⓒ MBC

이에 <나가수>가 빼어 든 비장의 카드는 인순이였다. 언제부터인가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던 인순이의 출연을 성사시킨 것이다. 혼혈이지만 세간의 온갖 편견을 딛고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꿈인 노래를 부르는 진정한 가수이자,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멋있는 가수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인순이.

 

따라서 인순이의 등장은 단순한 가수 교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임재범 등을 통해서 <나가수>가 보여왔던 '드라마의 전면배치'다. 인순이 개인의 삶의 역정을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면 빤한 전략으로 보인다. TV는 물론이요 공연을 통해서도 보기 어려웠던 전설적인 가수가 갑자기 등장해 구구절절한 사연을 노래에 담아 열창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경우인 임재범과 달리, 인순이의 스토리는 이미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이미 '거위의 꿈'을 가지고 많은 대중에게 감동을 준 바 있는 인순이의 드라마가 <나가수>의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회의적이었다. 어쨌든 그동안 언론은 인순이의 사연을 종종 부각해왔고 우리는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순이는 '거위의 꿈' 대신 '아버지'를 부르겠다고 나섰는데, 이는 아무리 봐도 실수인 듯했다. 그래도 현재 인순이의 드라마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노래는 '거위의 꿈' 아니던가.

 

덕분에 반신반의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인순이의 <나가수> 첫 무대. 그러나 인순이가 부르는 '아버지'를 듣는 순간, 모든 의심이 녹아내렸다. 그녀의 노래를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었음에도 처음 몇 소절 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주한미군이었을 인순이의 아버지를 생각한 것도 아닌데, 지난했을 인순이의 삶을 떠올린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가사에 맞춰 우리 아버지를 생각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나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 아니나 다를까. 청충평가단은 그녀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이렇게 감동이 느껴지는데 현장에서는 오죽했었으랴.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감동할 수밖에 없는 노래. 결국 그것은 인순이가 부르는 노래의 힘이었다. 그녀의 드라마 같은 삶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노래의 진정성. 그것들이 한데 어울려 청중평가단과 시청자에게 공명을 일으킨 것이다. 

 

다행히 이와 같은 느낌은 나만의 감정은 아닌 듯하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재 역시 이번 인순이 무대에 감동했는지 지난 24일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에서  다음과 같은 품평을 남겼다.

 

"분명히 삶의 시련이 느껴지는데 아픈 티가 안 나는 격조 있는 비련의 무대였다."

"인순이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슬픈데 품격이 느껴져 울음을 삼키게 된다."

"임재범이 상처 입은 짐승이었다면, 인순이는 품위 있는 영혼이었다."

 

아직 <나가수>에서 인순이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어떤 화제를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것에 개의치 않고 항상 그 자리에서 열심히 노래할 것이며, 많은 이들은 이에 열광할 것이다고 믿는다. <나가수> 시즌 1이 임재범이란 걸출한 가수를 부활시켰다면 <나가수> 시즌 2는 인순이라는 전설을 써내려 갈 것이다.

 

살벌한 경쟁구도에서 다양한 음악의 공존을 모색하는 공연으로서의 진화를 꾀하고 있는 <나가수>. 과연 그 여정에서 인순이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그녀의 다음 노래가 기대된다. 힘내라, 인순이!

2011.08.26 10:07 ⓒ 2011 OhmyNews
나는 가수다 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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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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