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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 이상 계속되는 후쿠시마 위기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핵 에너지 기술의 위험성을 새삼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일상적인 원자력 사고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후쿠시마는 바로 자신들의 문제다.

이 가운데 핵 문제와 관련된 현안이 있는 지역에서 매년 개최되는 반핵아시아포럼이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6일까지 일본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원전에서 여전히 유출되고 있는 방사선의 피해를 겪는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증언했다. 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한된 지 66주년을 맞는 8월 6~9일을 전후해 원폭 생존자들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핵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연대를 모색하는 이번 반핵아시아포럼에 환경운동연합도 활동가를 파견해 현장 소식을 6차례에 나눠서 전한다.<기자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7월31일 후쿠시마시에서 주민들 반핵 집회가 열렸다.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집회가 열린 후쿠시마시 마치나카광장에는 주민들뿐 아니라 일본 국내외로부터 온 17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현재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오염으로 피난한 사람들만 73,000명에 이른다. 주민들은 강제 이주로 삶의 터전을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이 서로 떨어져 흩어지면서 심각한 공동체 붕괴도 일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힘내라지만...어떻게 힘 낼 수 있겠나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집회가 열린 후쿠시마시 마치나카광장에는 주민들뿐 아니라 일본 국내외로부터 온 17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집회가 열린 후쿠시마시 마치나카광장에는 주민들뿐 아니라 일본 국내외로부터 온 17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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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서 4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에서 살다가 뒤늦게 대피한 사토 켄타씨는 집회에서 "고농도의 방사능이 유출됐지만 주민들은 3월 중순까지도 모르고 지냈다"며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말했다. 그는 "우리 주민들은 이미 상당히 피폭됐다"면서 "미래에 닥칠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방사능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그는 "방사능이라는 쓰나미로부터 피할 수는 없다"며 방사선 피폭의 인체영향을 둘러싼 불안에 대해 "20년 뒤 이런 고민이 쓸데없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면 차라리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공무원으로 있는 요시다 히로마사씨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내가 할 수 일은 3가지 밖에 없었다. 피난, 정보 수집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저기서 '힘 내라 후쿠시마'라는 구호를 듣는데, 어떻게 힘을 낼 수 있겠나. 어떻게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겠나"라며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을 호소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능 측정지도(7월26일 기준). 후쿠시마시를 비롯해 강제대피 반경인 20킬로미터 바깥 지역에서도 고농도의 방사능이 측정됐다. 연두색으로 표시된 구간은 시간당 0.25마이크로시버트로 평상 수준인 0.05마이크로시버트의 5배 수준이다. 군다매학의 유키오 하야카와 교수가 정부와 지자체의 방사선 측정값을 기초로 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능 측정지도(7월26일 기준). 후쿠시마시를 비롯해 강제대피 반경인 20킬로미터 바깥 지역에서도 고농도의 방사능이 측정됐다. 연두색으로 표시된 구간은 시간당 0.25마이크로시버트로 평상 수준인 0.05마이크로시버트의 5배 수준이다. 군다매학의 유키오 하야카와 교수가 정부와 지자체의 방사선 측정값을 기초로 제작했다.
ⓒ 유키오 하야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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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16일자 도쿄신문에 보도된 '코피 흘리는 아이들' 기사. 이 보도에 따르면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고리야마시에 거주하는 많은 아이들에게서 원인불명의 코피, 설사, 피로와 같은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6월16일자 도쿄신문에 보도된 '코피 흘리는 아이들' 기사. 이 보도에 따르면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고리야마시에 거주하는 많은 아이들에게서 원인불명의 코피, 설사, 피로와 같은 이상증상이 나타났다.
ⓒ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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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설사, 피로 호소하는 아이들..."뭘 할지 몰라 인터넷만 찾았다"

공기와 토양 오염뿐 아니라 식품에서도 방사능 오염이 악화되면서 특히 어린이들과 같은 취약계층의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가 주민들로부터 심각하게 제기됐다.

마츠모토 노리코 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두 딸이 코피를 흘리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지만 손 쓸 방법을 몰라 불안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방사능 유출이 발생하고 세 달이 지난 6월 중순 즈음 원전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에게서 코피, 설사, 피로와 같은 증상들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사선 피폭의 전형적인 초기 증상에 해당하지만 전문가들은 속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고 언론도 '원인불명'으로 이를 보도했다.

연단에서 마츠모토 씨는 "뭘 할지 몰라 인터넷만 찾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나마 그는 도쿄에 있는 친척에 딸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먼 곳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 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는 "부끄럽지만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후쿠시마에 원전이 10기나 있는 줄도 몰랐다. '원자력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정부와 전력사의 홍보를 그대로 믿어왔다"고 말했다.

 마츠모토 노리코 씨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아픔을 호소한 두 딸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딸을 도쿄에 있는 친척집으로 피난시켰다.
 마츠모토 노리코 씨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아픔을 호소한 두 딸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딸을 도쿄에 있는 친척집으로 피난시켰다.
ⓒ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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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31일 후쿠시마시에서 열린 탈핵을 요구하는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아이들이 안심하고 안전할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7월31일 후쿠시마시에서 열린 탈핵을 요구하는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아이들이 안심하고 안전할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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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시에서 집회와 거리행진이 진행되고 곧 이어 타츠미야 호텔에서 피폭 66주년 원자력수소폭탄금지(원수금) 세계대회가 열렸다. 원수금은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고통받는 피폭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일본의 가장 큰 단체다. 연설자로 나선 작가 카마타 사토 씨는 "원자폭탄 피폭자와 후쿠시마 원전 피폭자가 만난 것은 역사적 불행"이라며 원폭 피해를 경험한 유일한 국가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방사능 사고를 겪은 것을 개탄했다.

이날 후쿠시마 대회의 '풍부한 자연과 건강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후쿠시마에서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큰 행동으로 옮기자'라는 제목의 호소문이 채택됐고, 9월19일 '사요나라(잘 가) 원전 1000만명 행동'을 도쿄에서 진행하는 등 일본 내에서 탈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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