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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 이상 계속되는 후쿠시마 위기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핵 에너지 기술의 위험성을 새삼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일상적인 원자력 사고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후쿠시마는 바로 자신들의 문제다.

이 가운데 핵 문제와 관련된 현안이 있는 지역에서 매년 개최되는 반핵아시아포럼이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6일까지 일본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원전에서 여전히 유출되고 있는 방사선의 피해를 겪는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 증언했다. 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한된 지 66주년을 맞는 8월 6~9일을 전후해 원폭 생존자들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핵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연대를 모색하는 이번 반핵아시아포럼에 환경운동연합도 활동가를 파견해 현장 소식을 6차례에 나눠서 전한다....<기자말>

도쿄에서 반핵아시아포럼의 첫 공식 일정이 시작한 7월 30일, 점심으로 도시락과 녹차가 제공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한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단연 식품의 방사선 오염. 고농도의 방사선에 오염된 쇠고기가 일본 전역으로 유통됐고 심지어 상당량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랐다는 경악할 만한 뉴스가 전해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반찬을 씹으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 오래 거주한다면 이런 느낌은 곧 무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날 오후 한 농업담당 기자로부터 후쿠시마 사고가 일본의 농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9월 말과 10월은 일본에서 쌀을 수확하는 시기입니다. 농가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면서 카즈오키 오노(69)씨는 현재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는 식품의 방사선 오염이 곧 쌀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심각히 우려했다. 그는 인터넷 언론 <일간 베리타(日刊ベリタ>에서 농업 담당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신칸센 도시락, 씹는 내내 찝찝했다

농가들이 쌀의 방사선 오염을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현재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온 식품 오염은 고농도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된 쇠고기. 문제는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식품에서 검출됐을 뿐 아니라 오염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다량의 쇠고기가 일본 전역으로 유통돼 이미 소비자들의 식탁 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후쿠시마로 가는 신칸센에서 먹은 도시락. 내색하진 않았지만, 반찬을 씹으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 오래 거주한다면 이런 느낌은 곧 무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로 가는 신칸센에서 먹은 도시락. 내색하진 않았지만, 반찬을 씹으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 오래 거주한다면 이런 느낌은 곧 무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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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7월 20일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방사성 세슘에 오염된 쇠고기가 4개현을 제외한 43개 도도부현으로 유통됐다. 7월 18일 43마리의 소에서 나온 쇠고기에 대해 검사한 결과, 킬로그램당 최고 4350베크렐이 검출됐다. 정부의 잠정기준치 500베크렐보다 무려 8배 이상이나 높은 수준이다.

현재까지 세슘에 오염된 소의 가축수는 3000마리로 추정된다. 정부의 잠정기준치를 초과한 소만 51마리다. 하지만 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하되는 소에 대해 전수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가에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가운데 일부 현에서만 이를 준비 중에 있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현재 축산농가들이 처한 상황은 어떨까. 카즈오키씨가 제시한 도쿄 식육시장의 가격 현황을 보면, 킬로그램당 1500엔 수준을 유지하던 쇠고기 가격이 7월 19일엔 607엔으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무엇보다 농가들은 이른바 '품평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 출하가 금지된 지역이 아니더라도 일부 육우농가에서 일본 동쪽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소문을 통해 쇠고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통 30개월 사육되는 소가 출하되지 못해 사료값이 추가될 뿐만 아니라 육질마저 떨어져 농가들은 분통해 하고 있다. "그나마 판매라도 되면 좋지만, 그럴 수도 없다"고 카즈오키씨는 농가의 심정을 전했다.

토양오염 우려에 소똥도 버릴 수 없어

 7월 30일 반핵아시아포럼 세미나에서 카즈오키 오노 씨가 도쿄 식육시장에서의 쇠고기 가격 하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킬로그램당 1500엔 수준을 유지하던 쇠고기 가격이 7월19일엔 607엔으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7월 30일 반핵아시아포럼 세미나에서 카즈오키 오노 씨가 도쿄 식육시장에서의 쇠고기 가격 하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킬로그램당 1500엔 수준을 유지하던 쇠고기 가격이 7월19일엔 607엔으로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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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소의 오염은 토양오염으로 이어져 결국 농산물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볏짚. 3월 11일 원전 사고 이후에도 논에 방치된 볏짚에서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 문제는 오염된 볏짚을 논갈이 과정에서 거름으로 썼기 때문. 올해 거둬들이는 쌀에서 어느 정도의 방사선 오염이 확인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퇴비다. 어른 소는 하루에 30킬로그램 정도 배설물을 낸다. 한 마리로도 상당한 양의 배설물을 내는 셈이다. 대형 농가에서 100~300마리의 가축을 기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매일 상당한 분뇨가 생산된다. 이렇게 얻는 분뇨는 벼나 풀, 나무 껍데기 따위를 넣어준 흙과 섞여 퇴비로 변한다.

이렇게 퇴비는 쇠고기와 마찬가지로 육우 축산농가의 수입원이기도 하지만, 소를 통해 유기물의 물질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도 있다. 퇴비로 비옥해진 흙에서 쌀이 생산되고 이는 다시 볏짚으로서 소의 먹이가 된다. 이렇듯 순환형 농업을 통해 농작물을 풍요롭게 하고 힘을 길러주며,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축산농가는 유기물 순환의 중요한 고리를 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방사선 오염으로 상황이 변했다. 분뇨를 강에 버릴 수도, 보관할 수도 없다. 오노 씨가 올 가을의 쌀 수확기에 방사선 오염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렇다.

"지금 큰일 났습니다. 지금은 (분뇨를) 별도로 쌓아두고 있습니다만 매일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사이에 논이나 밭에 분뇨가 배출되면 또 다른 세슘의 토양오염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럼 다시 쌀이나 농작물로 방사성 물질이 이동하게 되겠죠."

"못 먹더라도 종자 심어서 수확하겠다... 동경전력 용서 않을 것"
"내 친구 나카무라 키요(사진)는 활달하던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말수가 적어졌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 막막해 했습니다."

 나카무라 키요
 나카무라 키요
ⓒ 카즈오키 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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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오키 오노씨가 소개한 키요 부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고리야마시에서 쌀, 콩, 야채 따위를 기르던 농부다. "감자를 심으려는데 '흙을 만지지 마라'는 지시를 받았다."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 방출이 시작된 이후다. 땅을 일구고 종자를 심어 농사를 시작할 시기였다. 그녀는 작은 농산물 직매장도 운영했지만, 농사도 판매도 할 수 없게 됐다. 농부로서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선고인 셈이다. 그녀의 말수가 적어진 이유다.

하지만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카즈오키씨에게 "농부는 종자를 심어 수확하는 게 농부"라며 "비록 못 먹더라도 (종자를) 계속 심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5월 도쿄 동경전력사 앞 집회에도 참가했다. 농민봉기의 상징인 볏짚으로 만든 현수막에는 "동경전력, 우리의 흙을 더럽혔다. 용서하지 못한다"고 쓰여 있었다. 애써 희망을 찾으려면서도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고 말하던 농부 친구를 오노 씨는 깊이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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