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힘든데 머리와 가슴은 비어가는, 우리는 영혼 없는 언론사 사원이 되고 있다."

 

MBC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MBC 노조는 19일 발행된 노보 163호 중 보도, 시사교양, 라디오, 예능국 직원 4인이 익명으로 쓴 '지금 MBC에서는'을 통해 MBC 내부의 암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먼저 한 보도국 기자는 '영혼 없는 사원으로 전락한 기자들'에서 "보도국에는 '시청률'이라는 지상 최대의 과제가 제시됐다"며 <후플러스>의 폐지와 주말 <뉴스데스크>의 8시 방송 이후의 변화된 보도국의 분위기와 초반 반짝한 시청률 상승 기류를 전했다. 

 

이어 이 기자는 "그런데 보도국에서는 정작 '인심'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해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수시인사 덕분에 출업처는 출입 1년 미만의 기자들로 채워졌다"며 "기자들의 목소리가 위로 전달되지 않고, 위로부터의 지시는 기자들의 냉소를 받기 일쑤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기자는 "뉴스데스크를 봐도 오늘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큰 흐름을 알 수 없다"며 "권력층이 민감한 정치 기사 중요하지만 내용은 어려운 법조 기사, 경제발전에 방해가 될 재벌 비판 기사, 치열하게 싸움 중인 노동 관련 기사, 그림 없는 분석 기사 등은 순서가 밀리거나 빠진다"고 비판했다.

 

또 "무엇이 진실에 더 가까운지 보다 기계적 균형이 강조되고, 근거도 없는 경제적 효과가 남발된다. 권력에 대한 비판은 조중동 신문보다 늦다"며 "MBC라는 언론사는, 기자의 말이 전달되는 통로를 하나 둘 없애더니 이제는 기자 이전에 사원이라는 신분을 들이대며 입을 막으려한다"고 한탄했다.

 

시사교양국도, 라디오국도, 예능국도 "못 살겠다"

 

시사교양국의 한 PD는 '출국(出局) 유발자들과 함께 사는 3가지 방법'이라는 글에서 "윤길용 국장 부임 이후 9명의 PD가 시사교양국을 떠났다"며 MBC 시사교양 PD로 살 수 있는  3가지 생존 스킬 전략을 알렸다.

 

먼저 이 PD는 "'빅브러더에게 귀의하라"면서 "<PD수첩>의 팀장(김철진 PD)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PD, 작가, AD의 책상을 열어보고 노트북의 내용을 뒤적이는지, 그래서 요즘 <PD수첩>에는 굳게 잠긴 서랍이 많다"고 폭로했다.

 

이 PD는 또 "'숫자와 친숙해질 것'이라면서 "팀장이 아이템을 서둘러 내라고 PD를 닦달하는 게 보편적이지만, <PD수첩>에서는 PD가 아이템을 가지고 가면 '재미없다' '칙칙하다' '좀 더 생각해보자' '이미 지나간 일이라 시의성이 떨어진다'며 팀장이 일주일 정도 시간을 끈다"며 "그분이 CP하면서 일주일 만에 나간 방송이 3번 밖에 없었음을, 참을 인자 3개와 함께 기억하자"고 자조했다.

 

이어 이 PD는 "미국 고엽제, 4대강 공사현장 잇따른 사망사고, 정치인의 아내 등의 아이템이 방송되지 못했다"며 "되지 않는 아이템을 보는 눈을 길러라"고 충고했다.

 

한편 한 라디오 PD는 "MBC 라디오는 지금 위태롭다. 그리고 그 위태로움을 즐기는 자가 MBC 안에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고, 또 다른 예능국 PD 또한 "<나가수>에서 쫓겨난 김영희 선배 건도 그렇고 종편으로 나간 선배들도 그렇고, 회사는 독단으로 일관하고 우리들은 각개격파되어 쓰러져 간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여진씨를 퇴출시킨 일명 '소셜테이너법'이 발효된 가운데 앞으로 MBC 내부에서 어떤 전략으로 사측의 강도 높은 압박에 대응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2011.07.20 16:45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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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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