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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그녀. 그녀는 내 첫사랑도, 그 무엇도 아닌 단지 담임이자 영어 선생님이었다. 나는 남녀를 분반으로 편성해 버린 중학교에 속했던지라 수업시간에 보는 이성은 여선생님들밖에 없었다. 게다가 담임 선생님이기까지 하니, 하루에 가장 빈번하게 보는 이성이었음은 분명했다.

"이럴 때는 to 부정사를 쓰는 거야. 알겠니? 다들?"

여선생님 겨드랑이의 저것은... 머리가 아찔했다

판서를 하던 그녀. 때는 6월 말이라 은근히 덥기도 했다. 반에 있는 것이라곤 천장에 달린 선풍기 네 대가 전부이니, 점심시간이 지난 교실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덕분에 담임선생님은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를 닦으며 수업을 할 수밖에….

그때, 판서를 하다가 아이들을 향해 몸을 돌린 그녀. 순간, 당시 16세였던 나는 '이성에 대한 환상'이 너무 강렬하게 깨져 머리가 아찔했다. 그때 교실 안에 있던 친구들은 그녀의 동선에 따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겨땀은 이성에 대한 환상을 분쇄시켜준 액체였다
 그녀의 겨땀은 이성에 대한 환상을 분쇄시켜준 액체였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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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바로 그녀의 겨드랑이 땀(시쳇말로 겨땀) 때문이었다. 그 겨땀은 이마에 흐르는 땀보다 더 농도가 짙을 것 같았고, 무엇인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느끼는 것은 분명 나만이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반 전체를 휩쓴 화두는 '그녀의 겨땀을 보았는가, 젠장!'이었다.

당시는 여름 생활의 신선한 동반자인 데오드란트(냄새제거제)도 없던 시절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시 그녀의 겨땀은 일생 처음 본 '불편한 액체'였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 불편한 액체에서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진학 이후 깨달았다는 것이다.

땀.

사실 인간은 모두 땀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인가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 액체는 땀이 많은 사람에게는 병적인 콤플렉스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최승섭(29)씨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명쾌하게 "육수"라고 답했다. 그뿐 아니다. 김대영(21)씨는 "공공장소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해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시선은 솔직히 불쾌하다. 바로 내가 땀을 엄청나게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담배로 망친 건강, 인삼으로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이게 웬 걸. 몸에 열이 많은 나는 인삼을 먹으면 얼굴에 열꽃이 만개하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이 정도니 평소에 조금만 더워져도 땀을 뻘뻘 흘리기 일쑤.

엉덩이 먹은 땀... 나를 엉덩이로만 인식하지 마

이렇게 나 같은 사람들은 '불쌍하다', '안 돼 보인다'는 눈초리를 받는다(동정할 거라면 차라리 부채질을 해주던지). 문제는 저런 말을 눈빛이 아니라 말로 직접 들을 때다. 그럴 때는 머리가 아찔해진다.

 기자가 즐겨입는 여름용 개량한복. 짜리몽땅도 모자라 엉덩이까지 들이밀어서 죄송할 따름. 저 엉덩이는 자기소개를 한 적도 있다
 기자가 즐겨입는 여름용 개량한복. 짜리몽땅도 모자라 엉덩이까지 들이밀어서 죄송할 따름. 저 엉덩이는 자기소개를 한 적도 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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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생활 한복을 즐겨 입는다. '풍물패들만 입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자주 듣기도 하지만 생활한복의 기능성은 입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기능성과 개인의 기호를 포기할 수 없어서 나는 여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을 구입했다. 당시 내가 구입한 여름용 생활한복은 시원한 마 재질로 돼 있었다. '이제 여름에도 생활한복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나. 땡볕 더위에도 바지춤을 나풀거리며 밖으로 향하곤 했다.

문제는 지하철을 탈 때 발생했다. 땡볕 더위 속에서 역까지 터벅터벅 걸어온 내 얼굴은 이미 벌겋게 익은 상태였고, 한복 안쪽의 상황은 말 그대로 '땀바다'.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시원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약속지로 향했다. 운이 좋게 자리에 앉게 됐지만 사람도 많고 에어컨의 바람이 닿지 않는 자리라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가방 속 종이들을 꺼내어 부채질까지 해댔다.

"이번 역은 건대입구, 건대입구역입니다"라는 방송에 자리를 일어선 순간. 불쾌한 느낌이 허리 엉덩이 쪽에 가득했다. '설마 땀 때문에?'라던 직감은 적중했고, 엉덩이는 마치 앉아서 소변을 본 듯한 모양새로 푹 젖어 있었다. 마치 엉덩이가 '제가 이렇게 생겼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순간 당황한 나는 열차 내 열리지 않는 문 쪽으로 급하게 이동해 땀을 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할아버지의 말씀.

"총각, 땀이 많은가벼. 에휴."

 엉덩이가 땀으로 자기소개를 하기도 한다.
 엉덩이가 땀으로 자기소개를 하기도 한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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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그저 웃을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중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겨땀 충격. 그 충격이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닦기 곤란한 등땀과 배땀, 이렇게 처리하세요

최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땀이 걱정된다. 대중교통에 몸을 맡길 때마다 느끼는 습함, 그리고 이성보다 빠르게 작용하는 땀 분비. 사시사철 '땀바다'에 거주하지만, 여름은 유난히 걱정이 된다.

그럼 이쯤에서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히는 땀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대처법은 상당히 간단하다. 바로 '그때그때 닦는 것'. 때문에 나는 손수건을 항상 들고 다닌다. 손수건을 들고 나오지 않은 날이면 불쾌지수는 무한으로 뻗어나간다.

이 대처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정현(27)씨는 "손수건은 한 번 닦으면 푹 젖어서 다시 사용할 때 찝찝하다"며 "어깨 주변의 옷감으로 닦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길. 사람의 후각이 닿을 수 있는 사정거리 안에 있는 어깨 주변에 땀 냄새가 풀풀 난다면? 차라리 손수건이 나을 성싶다.

 등땀은 이렇게 닦으시길(왼쪽). 여름은 기자처럼 땀이 많은 이에게 참 '잔인한 계절이다' 하지만 당당하게 닦아내야 한다
 등땀은 이렇게 닦으시길(왼쪽). 여름은 기자처럼 땀이 많은 이에게 참 '잔인한 계절이다' 하지만 당당하게 닦아내야 한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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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바람직한 도구들로 어디를 닦는 것이 좋을까. 내가 추천하는 부위는 세 군데다. 이마에서 목까지 이어지는 부위, 등, 그리고 배다. 이마에서 목은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부위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땀바다에 거주하는 이들은 잘 알 것이다. 소위 등땀과 배땀은 대놓고 닦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닦자니 찝찝한 난적이라는 것을. 하여 이 두 난적을 처리하기 좋은 장소로 구석진 곳을 추천한다. 내리는 문 맞은편 출입문, 실내의 벽 주변 등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오해 마시길. 절대 숨어서 닦으라는 말이 아니다. 타인에게도 시각적 폭력(?)을 끼치지 않고 자신도 편하게 닦을 수 있는 곳이 좋다는 이야기다. 공공장소의 정중앙에서 옷에 손을 불쑥 넣어서 닦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배짱을 요구하기 때문이랄까.

김태희도 현빈도 흘리는데... 땀에 관대해지자

 예쁜 김태희도 운동을 하면 땀을 흘린다. 사진은 'MBC스페셜-태희의 재발견'의 한 장면.
 예쁜 김태희도 운동을 하면 땀을 흘린다. 사진은 'MBC스페셜-태희의 재발견'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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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겨땀으로 화제가 된 싸이의 <무한도전> 방송분. 하지만 김태희도 현빈도 겨땀을 흘린다.
 최근 겨땀으로 화제가 된 싸이의 <무한도전> 방송분. 하지만 김태희도 현빈도 겨땀을 흘린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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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땀바다의 이야기는 본인이 실제 겪어보지 않는 이상 100% 공감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대가 부족한 다른 이로부터 예기치 않은 동정이 흘러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더욱이 재미난 것은 소위 '뚱뚱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 '불쌍하다'고 하고, 마른 사람이 땀 좀 흘리면 '안쓰럽다'고 한다는 점이다. 인식의 놀라운 차이다.

이런 인식의 간극에 대해 땀이 많은 이들은 당당히 말할 필요가 있다. '불쌍하게 쳐다볼 필요 없다'고. 익명을 요구한 서아무개(29)씨는 "사람들이 다양성은 그렇게도 울부짖으면서, 무슨 이유로 신체적 특성에는 그리도 엄격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김태희도 등에 땀을 흘릴 것이고, 현빈 역시 땀에 절은 군복을 입고 거친 숨을 몰아 쉴 것임이 분명하다(웃자고 한 이야기임을 미리 밝힌다)는 얘기다.

더운 여름이면 온 몸의 땀구멍에서 고개 드는 땀을 느끼는 자들이여. 우리는 게을러서 땀을 흘리는 것도 아니며, 몸이 비대해서 땀을 흘리는 것도 아니다. 이제 당당히 손수건을 들 때가 왔다. 양이 많으면 수건이라도 들자. 땀은 그저 나오니까 흘리는 것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도 나와서 불쾌하다면? 그냥 그때그때 처리해주자. 그러면 상대도 편하고 본인도 편하다.

다양성은 신체의 분비물에도 해당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닦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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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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