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가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님과 함께'를 부르며 넣은 추임새 '겟 올라잇'은 단번에 유행어가 됐다.

김범수가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님과 함께'를 부르며 넣은 추임새 '겟 올라잇'은 단번에 유행어가 됐다. ⓒ MBC


"'겟 올라잇'이 대체 무슨 뜻입니까?"

19일 방송된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3차 경연에서 김범수는 공동 6위를 했지만 '겟 올라잇'은 다시금 회자됐다. 12일 무대에서 김범수가 '님과 함께'를 부르며 넣은 추임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get all right'인지, 'get alright'인지 정체모를 이 숙어(?)의 뜻을 묻는 글을 인터넷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박명수가 8비트 유로 댄스를 출 때 즐겨 하는 랩 '누나바디'처럼 무의미한 이 추임새가 이슈가 될 정도로 김범수는 요즘 좀 '잘 나간다'.

정점은 '님과 함께' 무대였다. 애절한 발라드만 잘 부르는 줄 알았던 김범수가 디스코를 소화하는 능력이라니. 파워풀한 가창력도 훌륭했지만, 그냥 팔과 다리를 사정없이 흔들고 있을 뿐으로 보이는 현란한 춤사위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했다. 주로 눈물만 훔치던 <나가수>의 청중평가단도 객석을 박차고 일어나 열광했다. 경연의 긴장감을 잊고 모두가 즐길 수 있었던 무대는 <나가수>에서 실로 오랜만이었다. '제발'에 이어 '님과 함께'로 1위 자리를 탈환한 김범수의 역할은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과 서바이벌 방식이 주는 살벌한 분위기를 전환시킨 지점에서 가장 빛났다.

지난 16일 김범수는 경연이 아닌 자신의 음악을 담은 정규 7집 앨범 '솔리스타(Solista) Part. 2'를 발표했다. 2010년 9월 선보였던 Part. 1의 연작인 셈이다. <나가수>의 인기에 힘입어 앨범의 성공도 기대해볼만할 터. 요즘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꿈만 같다"는 김범수를 17일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얼굴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가수'로... "내 얼굴 포용할 수 있는 시대 됐다"

 김범수는 최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패셔너블한 의상과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얼굴 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가수로 거듭났다.

김범수는 최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패셔너블한 의상과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얼굴 없는' 가수에서 '비주얼' 가수로 거듭났다. ⓒ 폴라리스



김범수의 7집 앨범에서 유독 돋보이는 것은 그의 얼굴이다. 그동안 여러 장의 앨범 쟈켓에서 교묘하게 가리고, 뿌옇게 처리하거나 저 멀리서 찍는 등 제대로 비추지 않았던 그의 얼굴이 전면에 드러나 있다. 게다가 멋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그에게는 "얼굴만 믿고 노래를 소홀히 한다", "외모지상주의자"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해 13년 만에, 그는 말도 안 되게 '비주얼 가수'로 거듭났다. 처음으로 타이틀곡 '끝사랑'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10년 전 '하루' 뮤직비디오를 두고, "송승헌과 송혜교가 주인공인 영화음악을 부른 것 같았다"는 서글픈 기억은 이제 추억이 됐다.  

"앨범을 받았을 때 감동적이었어요. '이 얼굴이 익숙해지기까지 13년이 걸렸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주인공이 돼서 직접 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에 참 격세지감을 느껴요. 그걸 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합니다."

김범수는 최근 '비주얼 가수'라는 수식을 "역설적인 것"이라고 하면서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얼굴 드러내니까 음반 판매량이 줄더라'는 이야기에 점점 숨게 됐던 설움의 김범수는 이제 없다. "'비'가 하면 당연한 퍼포먼스가 내가 했을 때 훨씬 충격적이고 신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단단해진 그는 '주입식 미남'이라는 장난을 곁들이지 않아도 요즘 정말 잘 생겨 보인다. 

 6월 16일 발매한 7집 앨범 '솔리스타 Part. 2' 자켓 사진에서 김범수는 안경을 벗은 파격적인 모습도 선보였다. 실제로 김범수의 시력은 좌우 1.5와 1.2로 굉장히 좋은 편이다.

6월 16일 발매한 7집 앨범 '솔리스타 Part. 2' 자켓 사진에서 김범수는 안경을 벗은 파격적인 모습도 선보였다. 실제로 김범수의 시력은 좌우 1.5와 1.2로 굉장히 좋은 편이다. ⓒ 폴라리스


"예전에는 사진을 찍어도 늘 사각이 있었어요. 잘 안 나오는 각도, 절대 봐서는 안 되는 각도가 있어서 조금만 방향을 바꿔도 찍는 분이 눈살을 찌푸렸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아무렇게나 봐도 돼요. 정면도 보고, 안경도 벗고 더 자신 있게 찍게 되더라고요. 부족하더라도 '이게 나야'하고 보여주는 것이 훈남은 아니지만, 호감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나가수>

매번 장렬히 전사할 각오로 임한다는 김범수에게도 '님과 함께'는 등수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택하고 무리수를 둔 무대였다.

"<나가수>는 다소 딱딱해지고 있었어요. 성대 싸움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적중해서 이 프로그램에 활기를 주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2일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김범수는 디스코풍으로 편곡한 '님과 함께'를 불러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다.

12일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김범수는 디스코풍으로 편곡한 '님과 함께'를 불러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다. ⓒ MBC


의상부터 음악까지,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을 실현시키는 무대로 <나가수> 경연을 치르고 있는 김범수의 순위 변화는 유독 드라마틱하다. 이소라의 '제발'을 리메이크 해 경연 1위, <나가수> 음원 차트 중에서도 1위를 했지만 지난 5월 1일 방송된 자신의 곡을 부르는 경연에서 히트곡이 아닌 본인이 아끼는 곡 '그런 이유라는 걸'을 부르고 7위를 했다. 그리고 '님과 함께'로 1위를 한 뒤 다시 19일 '여름 안에서'로 공동 6위를 했다.

'탈락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는 김범수는 "창피한 것보다 <나가수>처럼 가수가 최고로 빛날 수 있는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매주 체력과 정신력이 고갈되는 무대와 스케줄을 병행하다보니 감기도 떨어지지 않고, 속도 안 좋지만 <나가수>는 그야말로 그의 음악 인생에 '터닝 포인트'다. 지난 10여 년 동안 허투루 활동했나 싶을 정도로 김범수는 최근 <나가수> 이후 가장 빛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범갤 인증 완료" 김범수와 편곡자 돈스파이크는 17일 디시인사이드의 김범수 갤러리를 직접 찾아 이른바 '인증'을 하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김범수는 "공식 카페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김범수 갤러리에서 '왜 우리 쪽에는 글을 남기지 않느냐'고 항의해 어렵사리 인증을 하게 됐다"며 "갤러리 분위기가 생소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 "범갤 인증 완료" 김범수와 편곡자 돈스파이크는 17일 디시인사이드의 김범수 갤러리를 직접 찾아 이른바 '인증'을 하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김범수는 "공식 카페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김범수 갤러리에서 '왜 우리 쪽에는 글을 남기지 않느냐'고 항의해 어렵사리 인증을 하게 됐다"며 "갤러리 분위기가 생소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 김범수 트위터


예능이라곤 해본 적 없는 김범수가 <나가수>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자신을 섭외하러 온 김영희 PD의 눈빛에 반해서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과 함께 하차한 김영희 PD에 대해 김범수는 "가수와 음악이 돋보이게끔 하려는 열정이 보여서 이 분 한번 따라가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렇게 여파를 불러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팠고, 다시 기회가 된다면 돌아오거나 다른 좋은 프로그램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챙길 만큼 그에게 김영희 PD는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매주 화두가 되는 <나가수>에 논란이 어디 그것뿐이랴.

"논란이 생길 때마다 가슴이 아팠어요. 태풍의 눈은 조용하잖아요. 막상 경연을 하는 7명의 가수는 자신의 무대에만 전념하는데 외부에서는 논란도 되고 와전도 돼요. 앞으로는 가수들의 진정성에만 집중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앨범에 담은 12년 동안 사귄 '첫사랑이자 끝사랑'인 그 사람

<나가수>는 김범수의 음악 인생 외에 개인적인 삶에도 은인이다. 얼마 전 12년 동안 사랑했던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들은 그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끌어 올려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끝사랑'은 그 이야기로 채워진 노래다. '끝사랑'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김범수는 다른 남자와 새 출발하는 옛 연인의 뒤에서 절규하는 모습을 절절하게 연기했다.

첫사랑은 그렇다 치고 아직 살날이 많은데 감히 끝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담대함이라니, 그 사랑도 꽤나 치열했나 보다. 음악의 처절함을 완성하는 데 자전적인 슬픔이 동력으로 쓰이는 것만큼 잔인하지만 효과 좋은 것도 없다. 예술가들의 헤어진 연인들의 삶이 그림으로, 음악으로 승화되는 것은 어찌 보면 숙명이다.

"네가 아니면 다시 사랑을 못할 것 같다는 가사 그대로의 심정이에요. 누굴 만나려고 시도 해봤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오래 만난 만큼 정리되는 시간도 길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음악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소재가 되고, 하나의 작품으로 나오는 것이 행복할지 몰라도 이 노래를 듣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마 노래만 들어도 (그 사람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들으면서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 살고 있으니까." 

 김범수의 7집 솔리스타 Part. 2의 타이틀곡 '끝사랑'은 '보고싶다'를 만들었던 윤일상·윤사라 콤비의 작품이다.

김범수의 7집 솔리스타 Part. 2의 타이틀곡 '끝사랑'은 '보고싶다'를 만들었던 윤일상·윤사라 콤비의 작품이다. ⓒ 폴라리스


16일 발매된 김범수의 7집 '솔리스타 Part. 2'는 Part. 1과 같이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가사가 잘 들리는 음악을 해보고자 나온 앨범이다. 타이틀곡 '끝사랑'은 김범수의 만년 인기곡인 '보고싶다'의 콤비 윤일상(작곡)과 윤사라(작사)가 만들어냈다. <나가수> 무대의 자극과는 또 다른 김범수만의 앨범이지만 휘성이 피처링한 'My baby' 같은 리드미컬한 곡에서는 <나가수>를 통해 원하는 음악을 하고 얻은 자신감이 드러난다. 김범수는 "앞으로 발라드에 머물러 있는 것에서 탈피해 이상적으로 꿈꿔왔던 펑키, 소울 풍의 음악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다"고 숨겨진 에너지를 내비쳤다.

가수로서 인기도 얻었고, '타의'에 의해 잃어버렸던 얼굴도 찾았다. 7월 3일 춘천 남이섬 레인보우페스티벌에서는 본인이 '우주 최고의 가수'라고 여기는 브라이언 맥나이트와의 듀엣 공연을 하며 8월 중순에는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마치 <나가수> 이후 하루아침에 이 모든 꿈이 이뤄진 것 같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이제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신앙심을 노래에 담는 것. 복음성가 가수가 되고 싶어 노래를 시작했다는 그의 진정성 있는 꿈이 이뤄지기를, 끝사랑 후의 첫사랑도 찾아오기를 바라며 주문을 걸어본다. 겟 올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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