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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언론이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 '균형'과 '분별'. 최근 성한표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은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 쪽의 불법선거 운동'과 '음악인 서태지의 사생활뉴스'에 대한 뉴스를 분석하면서 "현실의 언론은 '균형'과 '분별' 원칙을 수시로 무너뜨린다"고 제시했습니다.

 

성한표 전 논설주간이 한겨레신문 <미디어전망대> '서태지 기사에 묻힌 주요 보도'(4월 27일)에서 제기한 문제점은 "일선 기자들이 다양한 기사를 취재하면, 언론의 편집 책임자는 독자와 시청자에게 무슨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며, "서태지와 이지아의 사생활 이야기와 달리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주요 뉴스들이 많았지만, 언론이 아예 묵살했거나 부각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주요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균형', '복잡한 상황에서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를 가려내는 '분별' 원칙을 책임지고 조절해야 할 데스킹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뉴스에서 '균형'과 '분별' 원칙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은 것은 '구미 단수'를 보도한 언론시각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이 문제를 영남지역 한 도시에서 '공사현장의 오류'로 일어난 작은 해프닝인지, 아니면 부실한 국책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당해야 하는 지역의 '억울한'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각 언론사 데스크의 몫일텐데요.

 

신문시장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조중동, 방송3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해보면 '구미 단수'사태에 대한 이들의 판단은 '낙동강 유역 한 도시에서 공사 현장 붕괴로 인한 단수, 국가 정책이 아닌 지역사회 위기대처 능력 부재'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조중동, 구미 단수 사태 기사 1건 뿐

 

당시 트위터 등 사이버공간에서는 '구미 단수로 인해 시민들이 폭발하기 직전이지만, 언론에서 뉴스를 찾을 수 없다', '구미시청 홈페이지는 민원 폭주', '수자원공사의 어설픈 대책이 눈에 보이지만 아무도 이를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물이 나온다고 하지만 거짓말이다. 거리에는 살수차는 찾을 수 없고, 주민들은 물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 서 있다'는 글들이 끊이질 않았음에도, 언론사 데스크는 이 점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보도한 조중동 뉴스는 단수 3, 4일째 되는 날 각각 1건뿐이었고,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지역방송에서 취재한 뉴스를 중계했을 뿐(그것도 민원 등 일부 뉴스만), 문제의 본질적 원인인 국토해양부 관계자를 인터뷰하거나 대책을 묻는 등 수도권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보도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8일 4대강 공사구간인 구미 해평 취수장 취수용 임시보 붕괴로 구미를 비롯한 일대 50만 여명 주민에게 닷새 동안 '식수대란'을 일으켰던 '구미 단수' 사태. 이 사태와 관련 여론시장의 영향력이 큰 신문(조중동)과 방송3사의 메인뉴스 보도량을 비교해보면, 이들 언론사 데스크의 '균형'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입니다.

 

즉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경우 구미일대 지역 단수 3, 4일째, 시민들의 분노가 거의 폭발직전 시점에 기사를 1건씩 보도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그나마 사회면에 기사를 편집했지만,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대구경북> 섹션에 해당 뉴스를 가두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조중동 데스크들은 이 사건을 '낙동강 유역 한 지역에서 일어난 작은 해프닝' 정도로만 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즉 '균형'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적 파장이 크지 않은 사건이기에 중요하게 보도하지 않았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3사 메인뉴스, 핵심은 빼고 '민원만 부각'

 

한편 방송3사의 메인뉴스를 비교해보면 꽤나 우려스러운 결과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단 보도량에서 보면, 5월 8일~10일까지 단수로 인한 주요 피해지역은 가정이었고, 연휴가 끝나는 11일부터는 공단, 회사, 학교 등으로 그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예상되었는데요.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5월 10일부터 기사량이 늘어나거나, 5월 11일 수자원공사와 구미시 등의 대처능력의 문제점 등이 뉴스에 보도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방송 3사 메인뉴스를 보면 KBS의 경우 연휴가 끝난 첫 출근(등교)일 11일에 아예 뉴스가 없었고, MBC 뉴스데스크는 11일 이후 13일까지 뉴스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SBS는 가정에서 단수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던 9일, 10일에 아예 뉴스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역 방송 상황은 달랐습니다. 지역 방송에서는 거의 매일 구미 일대 상황을 전하면서 △ 구미 식수 대란의 원인 △ 취수보 보완해달라는 구미시의 요청을 무시했던 수자원공사 △ 수자원공사의 초등 대처 부실로 단수 3일째까지 공사 지지부진 △ 수자원공사의 모니터 시스템의 문제 △ 구미시의 위기 대처 문제 △ 지역민의 민원 △ 정치권의 반응 등을 꾸준히, 주요하게 다루고 있었습니다.

 

지역방송이 다룬 문제는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부실 대처'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 수자원공사 △ 4대강 사업 등 다양한 방면으로 해당 사안을 취재하고 있었는데요.

 

방송3사 서울데스크에서는 선택한 뉴스는 △ 지역민들의 분노 △ 구미 국가산업단지 피해 △ 각 학교나 관공서 등 피해 등 시민들의 피해에만 주목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물론 간간히 구미 식수대란의 원인이 뉴스에 묻어나긴 했지만, '피해 급증'에 묻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복잡한 상황에서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를 가려내는 '분별'의 원칙 또한 부실했다는 점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언론의 '분별력'은 사라지고 '단수로 인한 피해'만 부각했던 방송3사 메인뉴스로 인해 구미 식수대란은 결국 지역의 문제로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한표 전 논설주간은 "권력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건이 터지면 흥미를 끌 만한 다른 사건을 터뜨려 대중의 주위를 산만하게 만들거나, 상황을 복잡하게 헝클어 대중들이 가닥을 잡기 어렵게 만든다. 언론은 이러한 권력의 계획을 헛수고로 만들 만한 균형감과 분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위 주장은 전혀 다르게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수도권 언론은 권력에게 불리한 사건이 터지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들끓는 민원만 부각시켜 정치권과 행정부가 문제의 가닥을 잡기 어렵게 만들고, 그 사안을 단순한 '지역 문제'로만 축소해버린다. 지역 언론은 이러한 수도권 언론과 권력의 유착관계를 헛수고로 만들만한 균형과 분별력을 발휘해야 하고, 사이버공간의 끈끈한 연대는 수도권 언론조차 외면한 지역사회 주요문제를 적극 알리고 대책마련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특히 권력과 '낙하산 사장' 간의 끈끈한 연대가 강할수록, 이에 대응하는 또 다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식수대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구미 일대 지역민 여러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 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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