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죽곡·고달초등학교 78명의 학생과 18명의 선생님이 2박 3일 간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사진은 11일 에버랜드에서의 단체 사진.
 죽곡·고달초등학교 78명의 학생과 18명의 선생님이 2박 3일 간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사진은 11일 에버랜드에서의 단체 사진.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이 꽉 찼다. 전남 곡성에서 온 죽곡초등학교, 고달초등학교 78명 학생들의 동심과 처음 나선 2박 3일 서울 나들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말이다. 자기 이름이 적힌 명찰을 목에 건 아이들은 실내가 갑갑한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옆 친구들과 장난치기 바빴다. 조용했던 사무실이 아이들 열기로 가득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흐린 데다 비까지 오는 날씨도 첫 서울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의 설렘을 꺾진 못한 듯 했다. 아이들을 맞이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이번 서울 나들이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재밌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오마이뉴스>는 2008년부터 농어촌 지역에서 혼자 입학을 하거나 졸업을 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6월에는 '더불어 함께 입학식'을, 11월에는 '더불어 졸업여행'을 실시해왔다. 이번 '죽곡·고달초등학교의 2박 3일 서울 나들이'도 매년 실시해온 두 행사의 일환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됐다. 전남 곡성군에 위치한 죽곡초등학교, 고달초등학교 학생 78명과 선생님 18명이 지난 9일부터 시작한 2박 3일 서울 나들이의 주인공이다.

곡성군청과 하나투어, 두산에서 후원한 이번 서울 나들이에서 학생들은 국회의사당, KBS, 남산 N서울타워(1일차)와 청와대,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과 코엑스 아쿠아리움(2일차) 그리고 용인 에버랜드(3일차)를 방문했다.

첫 서울 나들이... "서울에 오니 너무 좋아요"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의 첫 번째 방문 장소인 국회의사당.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본회의장 참관석에서 국회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의 첫 번째 방문 장소인 국회의사당.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본회의장 참관석에서 국회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서울나들이에 나선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KBS 견학홀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서울나들이에 나선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KBS 견학홀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9일,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용호(죽곡초 1학년)는 차창 밖에 지나가는 모든 게 신기한 듯 계속 두리번거렸다. 시력이 좋지 않아 도수가 높은 안경을 낀 용호는 국회의사당이 눈앞에 보이자 안경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서울에 와본 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용호는 부끄러운 듯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거짓말 하지 마, 처음 온 거잖아"라고 타박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용호는 "서울에 오니 너무 좋아요"라고 수줍게 털어놓았다.

서울나들이에 나선 죽곡초등학교 학생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유물을 구경하고 있다
 서울나들이에 나선 죽곡초등학교 학생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유물을 구경하고 있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둘째 날인 10일, 청와대와 경복궁을 방문한 일행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버스가 박물관에 도착하자 선생님들이 학년별로 학생들을 인솔해 박물관을 관람했다. 기자는 고달초등학교 3학년 김광해 선생님과 6명 학생들의 뒤를 따랐다. 원래 일정에 없던 박물관 관람이었지만 선생님은 미리 준비한 듯 아이들에게 구석기시대 유물부터 하나하나 설명을 시작했고 아이들은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유물의 분포도 앞에서 선생님이 한 곳을 가리켰다. "우리가 사는 곡성 옥과에서 발견된 거야"라는 선생님의 설명에 혜원이(고달초 3학년)와 친구들은 "우와"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이내 아이들은 다리가 아프다고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

선생님은 이 난관은 어떻게 극복할까? 김광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카메라 초점을 맞추며 "세상에서 가장 힘든 표정을 지어보자"고 달래자 아이들이 일부러 더 힘든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에 집중한다. 아이들이 포즈를 바꿀 때마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몇 차례 촬영이 끝나자 아이들은 언제 다리가 아팠냐는 듯 다음 전시관으로 뛰어갔다. 

아이들 숙소 통나무집에 울려 퍼진 비틀즈의 'I Will'

서울나들이 둘째 날 저녁, 숙소인 에버랜드 통나무집에서 아이들이 수건돌리기 게임에 열중이다
 서울나들이 둘째 날 저녁, 숙소인 에버랜드 통나무집에서 아이들이 수건돌리기 게임에 열중이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Who knows how long I've loved you
(내가 당신을 얼마나 오래동안 사랑했었는지 누가 알겠어요)
You know I love you still
(내가 아직도 당신을 사랑 한다는 걸 아나요)
Will I wait a lonely lifetime If you want me to I will"
(외로운 인생을 기다리겠어요 당신이 원하다면 그러겠어요)

10일 오후 9시, 아이들의 숙소인 산 아래 통나무집에서 뮤지컬 <그리스> 삽입곡, 비틀즈의 I Will이 흘러나왔다. 11명의 고달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대형을 갖추더니 각자의 고운 목소리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냈다. 두 학교 선생님들의 제안으로 열린 장기자랑에서였다. 5동 통나무집에 모인 학생들 모두 박수를 치며 노래에 빠져들었다. 하영이(고달초 6학년)는 "작년에 방과후 수업에서 다 같이 뮤지컬을 준비하며 배운 노래"라면서 "이것 말고도 뮤지컬 <그리스>의 섬머나이트(Summer Night)도 부를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장기자랑이 끝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1층 거실에서는 과일게임(치아를 드러내지 않고 과일이름 말하기)에 이어 눈치게임(순서대로 숫자를 말하며 일어나는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학생이 벌칙으로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할 때면 다른 여학생들이 "남자들은 이거 보면 안 된다"며 기자와 남자 스태프의 눈을 강제로 가리기도 했다. 즐거운 시간은 점점 흘러 마지막 날로 향하고 있었다.

나들이 마지막날 찾은 사파리... "우와, 곰이 저희를 따라와요"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에버랜드 내 사파리버스에서 곰이 건빵을 받아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에버랜드 내 사파리버스에서 곰이 건빵을 받아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마지막 날인 11일 아침, 눈을 떠보니 새벽부터 일어난 아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을 정리하고 차에 짐을 싣는 동작 하나하나도 빨라졌다. 서둘러 움직여야 사파리에 가고 놀이기구도 하나 더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를 마친 두 학교 학생들은 호랑이, 사자 무리가 있는 지역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사파리'로 향했다. 사파리 버스를 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동물은 곰이었다. 심드렁한 호랑이와 사자 무리를 지나 곰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건빵을 먹기 위해 곰들이 버스를 향해 접근했고 아이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건빵을 달라며 두 발로 일어서서 버스를 향해 걸어오는 곰을 본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재미있어 했다.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의 얼굴은 무척 해맑았다. 처음엔 청룡열차는 무서워서 못 타겠다고 도망간 소혜(죽곡초 2학년)는 열차에 한 번 오르더니 한 번 더 타겠다며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입구 쪽으로 뛰어간다. 친구들과 손을 꼬옥 잡고 청룡열차에서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하는 소혜의 표정은 2박 3일 중 가장 밝아보였다.

3일차 에버랜드에서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3일차 에버랜드에서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김우중 죽곡초 교장선생님은 "문화적인 혜택을 못 받아서 학교에서 전교생 45명에게 서예와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석규 고달초 교감선생님도 "대부분의 학생이 서울에 처음 온 것인데,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기회를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이들이 무사히 곡성에 도착한 다음 날, 이번 서울 나들이에 참여한 정헌이(고달초 5학년)의 어머님이 보낸 감사의 글이 도착했다.   

"고달, 죽곡초등학교 학생들의 서울 나들이! 너무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을 하도록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헌이에게) 너무 즐거운 나들이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너무 고마운 마음을 이 글을 빌어 전하고 싶습니다. 고달 초등학교 5학년 차정헌 엄마 올림"

10일 오전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경복궁에서 문화재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10일 오전 죽곡·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경복궁에서 문화재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경복궁 내 향원정 앞에서 아이들이 재밌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복궁 내 향원정 앞에서 아이들이 재밌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N서울타워 엘리베이터 천장에 설치된 모니터의 영상을 바라보는 아이들.
 N서울타워 엘리베이터 천장에 설치된 모니터의 영상을 바라보는 아이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코엑스 아쿠아리움 내 해저터널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상어를 보고 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내 해저터널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상어를 보고 있다.
ⓒ 김윤섭

관련사진보기



태그:#서울나들이, #오마이뉴스, #곡성, #죽곡초등학교, #고달초등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