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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가능한데 왜 한국은 불가능할까요? 대안 개발을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이 한국의 원전정책과 관련해 "지금부터 대안을 만들면 2030년까지 핵발전소를 폐쇄해도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며 원전 정책에 대한 공개논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그는 26일 오후 7시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강당에서 열린 '탈핵,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향하여' 주제 강연을 통해 핵발전소 없이 살아가려는 독일의 사례를 주로 소개했다.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3분, 당시 소련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체르노빌 원전 4호기가 폭발한 것인데 수증기, 먼지, 파편 등에 실린 방사성 물질이 1㎞ 이상 공중으로 치솟았다. 이 사고로 반경 30㎞ 이내는 말할 것도 없고, 300㎞ 이내의 고농도 오염지역 500여 마을이 인간이 살 수 없는 '영구 거주금지구역'으로 변했다. 사고 20주년이 되던 해에 그린피스가 내놓은 '체르노빌 건강피해 보고서'에는 피해기간을 약 70년, 방사선 피폭에 의한 최종 사망자수 약 9만3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체르노빌 사고는 독일의 에너지 정책에 일대전환을 가져왔다. 1970년대 중반부터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온 독일은 체르노빌 사고 직후 본격적인 탈(脫) 원전 기획을 마련했고 2001년 사민당·녹색당 연정 시절에는 가동 중이던 원전 17기를 2021년까지 모두 폐쇄한다는 '원자력 합의'를 이뤄냈다.

 

이같은 합의는 독일주민들의 자각과 실천으로 가능했다. 한 부소장은 "250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 주민들이 핵발전소에서 오는 전력을 쓰지 않기로 결정하고 소규모 소수력발전소와 열병합발전소를 만들어 자체 전력을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력을 공급하는 전봇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자 타 지역 독일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아예 전력회사를 차려 전봇대를 포함한 전력망을 매입하기도 했다"며 "독일이 원전폐쇄라는 '원자력합의'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주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럽의 각 나라들은 오래지 않아 고유가를 이유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며 다시 육성하기로 정책을 수정했다. 독일의 집권 기민당(CDU) 연정또한 기존 정부 정책을 폐기하고 핵발전소 가동시한을 12년 연장했다.

 

"정치권, 총선·대선에서 핵발전 정책 놓고 국민 심판 받아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은 또 다른 변화를 겪고 있다. 한 부소장은 "독일의 보수정권이 핵발전소 수명을 12년 연장하려다가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에게 주정부를 뺏기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에 놀란 독일정부가 2017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소장은 "문제는 한국의 선택 "이라며 "한국은 체르노빌 사고로 전 세계가 요동쳤을 때 오히려 원전을 확대했고 후쿠시마 사고에도 2024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48.5%로 하겠다는 계획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탈 핵발전소를 말하면 이구동성으로 대안 없는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한다"며 "하지만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화하는 것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합의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듭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사고가 터져도 정말 대안이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를 차근히 준비해 간다면 2030년에는 핵발전 없이도 한국 사회가 충분히 운영될 수 있다"며 "조만간 2030년까지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탈핵 시나리오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소장은 "논란이 일고 있는 고리 1호기, 월성 1호 핵발전소는 가동을 중지하는 것이 맞다"며 "이로 인한 영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문제로 논의를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핵발전 정책을 놓고 각 정당들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은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시민아카데미> <진보신당대전시당> 주최로 다음 3번째 강좌는 내달 26일 예정돼 있다.


태그:#원전, #원자력발전소, #독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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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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