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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산천동에서 10평 재개발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60대 김아무개씨는 얼마 전 SH공사로부터 안내문을 받았다.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인상안내', '전세전환요율 조정 안내'라는 공지문이다.

서울시가 SH재개발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 중 2011년 7월 이후 재계약하는 모든 세대에 대해 임대료 및 임대보증금을 각각 5%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 또한 2011년 5월 2일 이후 월세에서 전세전환을 요구하는 세대와 2012년 1월 1일 이후부터 전세 전환을 할 가구에 전세전환요율을 0.95%에서 0.67%로 조정하여 재개발임대아파트의 전세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되는 서울지역 재개발임대아파트는 150개 단지, 5만194호 가구이며 이미 전세전환을 마친 가구는 51.3%에 해당하는 2만5000여 가구다. 서울 지역 모든 재개발임대아파트에 대해 인상되는 5%의 임대료 및 임대보증금과 전세전환요율을 계산하여 인상되는 임대료를 산정하여 전체 평균을 내어 본 결과, <표1>에서 보는 것과 같이 평균 1000여만 원, 약 30.9%가 인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경우, 현재 3400만 원 전세에 살고 있지만 추가부담해야 할 전세금은 1000만 원이 넘는다.

표에서 보듯이 전체 평균 인상액이 1,000여만원으로 보인다. 전 임대표에 비해 31%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 서울시 재개발임대아파트 임대료 평균 인상액 표에서 보듯이 전체 평균 인상액이 1,000여만원으로 보인다. 전 임대표에 비해 31%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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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한 부모 가정을 제외하고 다른 임대아파트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10평 남짓한 소형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재개발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뉴타운 재개발로 인한 강제철거로 쫓겨나 겨우 되찾은 보금자리에서 다시 길거리로 쫓겨나게 될 것이다.

전세 전환 조정 이율 낮추면 가격 내려가는 거 아냐?

전세전환이율에 대한 설명 안내문에 실제 얼마가 인상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 SH공사 전세전환이율 조정 안내문 전세전환이율에 대한 설명 안내문에 실제 얼마가 인상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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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H공사 안내문에는 별다른 설명없이 전세전환요율을 9.5%에서 6.7%로 변경한다는 내용만 안내되어 있어, 대부분의 주민들은 요율이 내려가니 전세전환금도 내려갈 것이라고 오해하게 작성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재개발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저소득층으로 어려운 살림에 월세 부담보다는 전세로 전환하여 생활해왔다. 특히 월세보다 이자가 저렴한 은행대출 또는 국민주택기금대출을 받아 전세전환을 했다. 당장의 월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개발임대아파트 주민의 경우 절반인 51.3%가 전세로 전환했다. 

월세를 전세로 전환할 때 전세보증금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때 전세전환요율이 그동안 0.95%였다. 전세전환요율이란 매월 임대료를 받아야하는 서울시의 입장에서 한꺼번에 임대료를 받게 되니까 이에 따른 이자를 입주자에게 주는 것이고, 입주자의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한꺼번에 선납하면서 이자를 뺀 나머지 금액을 서울시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때의 요율(일종의 이율)이 높을수록 입주자에게 유리한 것이다.

SH공사가 안내하는 전세전환이율에 따른 임대료 인상액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이 때 월임대료는 처음 입주시 SH공사가 제시하는 표준임대료 중 월임대료를 말한다. 

월임대료÷전세전환요율*12개월 = 전세보증금

월임대료가 20만원이었던 가구를 예로 들자면, 원래는 9.5%의 이율을 적용해 2526만원(20만원÷9.5%×12개월)을 추가로 내야 했지만, 이율이 6.7%로 바뀌면 358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결국 1000여만원 이상 차이가 나게 된다. 

이런 내용의 안내문은 결국 주민들을 속이려 한 것이라고 이해될 수밖에 없다. 주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만큼 정확하게 예시로 표현하지 않은 것은 주민들의 저항과 여론의 비판을 피해보려는 꼼수인 것이다.

시프트보다 비싼 재개발임대아파트가 웬 말

서울시는 이번 임대료 인상 사유로 '다른 임대주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주택본부 주택정책과 임대문화팀 이관형 팀장은 전화통화에서 "원래 재개발임대아파트는 월세인데 사시는 분의 편의를 위해 전세로도 살 수 있게 해주었다. 영구임대주택을 포함한 모든 임대주택은 8년 전인 2003년부터 전세전환이율을 변경했다. 재개발임대아파트는 이제서야 전세전환이율을 다른 임대아파트와 같게 변경하는 것이다"라며 인상 취지를 설명했다.

임대아파트 중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가구가 입주하는 시프트, 즉 장기전세임대아파트와 비교해 봐도 재개발 임대아파트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장기전세임대는 임대료가 비싸고 평형이 크기 때문에 도시노동자 평균임금 70% 정도의 중위 소득 이상의 가구가 주로 입주했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의 재개발임대 전세가격 인상조치로 인해 시프트보다 평당 전세가가 더 비싼 재개발 임대아파트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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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프트와 재개발임대아파트 전세가격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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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시프트보다 비싼 재개발임대아파트는 2010년 새로 입주한 답십리래미안과 불광6구역 단 두 곳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전세가 인상조치에 따라 시프트보다 평당 전세가가 비싼 재개발임대는 18개 재개발임대주택 단지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금인상액이 많은 지역 순으로 살펴보면 답십리 재개발 임대로, 평당 190만원의 전세금이 인상된다. 특히 불광6구역은 전용면적 11.4평의 임대아파트전세금이 9100만원이 되어 민간임대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재개발 임대아파트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재개발 임대아파트는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 세입자들 중 재개발구역지정 공람공고일 3개월전부터 거주하다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세입자에게 철거로 인한 주거권 침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이주비와 함께 지급했다. 따라서 재개발 임대아파트는 기존 임대아파트와 달리 낙후한 주거지역인 재개발지역의 세입자를 위한 손실보상적 성격과 주거복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보통 재개발 지역 주민의 평균소득은 전국도시노동자 평균임금에 훨씬 못 미친다. 2007년 서울시에서 발표한 <뉴타운사업에 따른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방안>에 따르면 재개발 지역 세입자의 77.7%가 소득하위 40% 이하 저소득층이다. 결국 재개발 임대아파트 입주자들 역시 그들과 구성이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

2007년 서울시가 1, 2차 뉴타운 사업지구를 조사했을 때, 재개발임대아파트 입주가 완료된 길음뉴타운의 경우에 공공임대주택을 선택한 세입자의 92.3%가 가구소득 월 200만원이하로 2007년 당시 전국도시노동자 중위소득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 빈곤가구였고, 기초생활수급자가구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어 대부분 재개발임대아파트조차도 입주하지 못했다.

부채관리 종합대책이 서민 호주머니 털기였나

서울시와 SH공사의 전세전환이율 인상으로 인한 수익은 전세전환에 따른 추가 임대보증금을 모두 더해보면 2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전세전환을 하고자 하는 월세 세입자의 경우를 더하고, 50%에 해당하는 월세세입자의 5% 임대료 인상액을 더하면 거의 2조원을 훨씬 넘는 금액이 된다. 

SH공사의 현재 부채는 모두 12조 716억원이다. SH공사는 지난해 '부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올해 그 후 추가대책으로 임대료 인상, 전세전환요율 조정 등을 통한 부채탕감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부채의 1/6을 2년이내에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갚겠다는 과감한 발상이다. 

SH공사의 부채는 방만한 경영과 민간에 대한 과도한 선투자에서 발생한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특히 SH공사의 부정부패는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부채덩어리 공사가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을 52억원(1인당 846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고 룸살롱 드나든 직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SH공사의 부채해결방안은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서의 내부적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서울시의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인상안내', '전세전환요율 조정 안내'를 접한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재개발임대아파트 대표자들이 모이고 있고 주민들은 서명을 받고 집회를 준비 중이다. 서울재개발임대아파트연합 등 주민단체는 주거관련 시민사회단체, 정당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뒤늦게 6년간 3번에 거쳐 나누어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지난  6일 서울재개발임대아파트연합에서 개최한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주민들은 '조삼모사' 조치라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서울시와 SH공사의 전향적인 자세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김종민 기자는 현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전세대란 해결을 위한 '세입자 김씨' 행동을 하고 있다.



태그:#전세대란, #재개발임대아파트, #전세전환이율, #임대료 인상,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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