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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를 무단 방출해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방출을 규탄하며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를 무단 방출해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방출을 규탄하며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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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를 우려하고 정부의 대응 부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그런데 방사능 공포에 난데없는 색깔론이 제기되고 있다. '광우병 파동'과 '천안함 침몰' 등으로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보여주었던 '색깔론' 또는 '이념적 여론몰이'와 흡사한 프레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일까.

정부와 여당, 보수언론들은 국민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임에도 '방사능 공포' 확산을 '좌파 탓' 또는 '불순세력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며 '방사능 색깔론'을 들고 나서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4·27 재보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객관성을 상실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색깔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스웨덴의 웨스터스탈(Westerstahl)이란 정치학자는 일찍이 객관성의 개념을 '사실'과 '불편부당성' 차원으로 구분해서 설명했다. 즉, 진실성과 적절성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실성' 외에 균형성과 중립적 제시를 하위 개념으로 하는 '불편부당성'이야말로 언론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신문들은 이런 가치와 덕목을 사시로 내걸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실천은 찾기 힘들다. "좌파 단체들이 근거 없이 방사능 공포를 조장했다"며 여론을 정부 대 반정부 구도로 몰아가고 있는 보도 태도에선 3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소해면상뇌증(광우병) 발생 후 수입 금지와 재개가 되풀이되던 쇠고기 수입을 2008년 4월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재개하고 부위 대부분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도록 합의한 데서 비롯된 '광우병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됐을 당시에도 보수신문들은 국민 편에 서지 않고 정부와 여당 편에 섰다. 그때도 '좌파', '불순세력'이란 표현을 지면에서 자주 들먹였다.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가 일본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공포를 '좌파의 선동 탓'으로 돌리자 보수신문들은 즉각적으로 이를 받아들여 '색깔론'을 제기하며 또 다른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양태다. 정치권의 색깔론 주장과 보수언론이 설정한 색깔 프레임의 단계별 진화과정을 들여다보면 호흡이 척척 들어맞는다.

[단계 1] 김무성 원내대표 "불안감 조성하는 불순세력 활동하고 있다"

6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차명진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오른 안경률 의원도 그 뒤로 보인다
 6일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차명진 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오른 안경률 의원도 그 뒤로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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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입에서 색깔론이 불거졌다. 그는 작심한 듯,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불순세력이 활동하고 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8일 열린 국회 의원총회에서다. 그는 "우리나라에 방사능 피해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지만 사실과 다르고 오늘 아침 관계부처 차관, 전문가를 불러 점검회의를 했는데 결론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방사능 공포' 화살의 방향을 '불순세력(?)' 탓으로 돌렸다.

그는 또 "일본 생선류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전국적으로 59곳 계측기가 가동 중인데 전혀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한 뒤 "정부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국가전복을 획책하려는 불순세력에 대해서도 맞서 제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대책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두둔했다.

[단계 2] 심재철 의원 "왕창 부풀리고 불안에 떨게 하는 잘못된 보도?"

같은 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이 김 원내대표 발언에 힘을 보탰다. 그는 "신문, 인터넷, 영상매체에서 국민의 패닉을 조성하는데 TV의 경우 톱 뉴스로 전국에 방사능비가 내렸다고 하면 국민이 깜짝 놀란다"면서 "왕창 부풀리고 사람들 불안에 떨게 하는 보도는 잘못된 보도"라며 방사능 공포 화살을 일부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이어 "이 물로 10년 내내 목욕하고 뒤집어써도 아무런 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왜 불안감을 조성하느냐"고 반문한 뒤 "수산물 시장도 죽고 식당도 완전히 죽었다"며 "경제가 이렇게 되면 재보선과 내년 선거에서 피해는 우리가 본다"고 호소했다. 한마디로 방사능 공포 확산은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단계 3] 보수신문 "좌파 단체들이 근거 없이 방사능 공포 조장" 이구동성

여당의 지도부가 나서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를 좌파세력의 선동 탓으로 몰아붙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신문들이 차례로 가세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서 비롯된 방사능 공포를 '좌파', '불순세력' 탓으로 일제히 돌렸다. 무책임한 정부와 여당을 비호하는 보도에선 객관성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일보>가 불씨를 가장 먼저 지폈다. <조선>은 7일자 10면 '방사능 과민증… 경기도교육청, 초등학교 재량 휴업 지시'란 제목의 기사에서 "방사능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절반 이상이 광우병 때 단체"라고 보도한 데 이어 김무성 의원의 황당한 발언에 무게를 실어준 두 건의 기사를 8일자 지면에 실었다.

<조선>, "방사능 대책 요구하는 시민단체, 절반 이상 광우병대책회의 소속"

<조선일보> 8일자 10면.
 <조선일보> 8일자 10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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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이날 10면 '방사능 비 괜찮다지만… 찜찜한 불안감에 시달린 한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불안해하는 사람은 줄지 않았다"며 "일부 시민단체는 방사능 공포를 부추기는 듯한 성명서를 냈고, 경기도의 126개 유치원과 초·중학교, 전북의 5개 학교가 휴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방사능 노이로제가 전국을 휩쓸었다"고까지 표현했다. 방사성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신체적 병증을 뜻하는 '노이로제'로 깎아내린 것이다.

<조선>은 또 이날 '좌파 단체·매체들 '방사능 비' 공포 근거없이 부풀려'란 제목의 기사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방사능 비'에 대한 공포가 과장된 것은 일부 좌파 단체들의 근거 없는 주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리드를 뽑은 기사는 "지난 5일 참여연대 등 49개 단체로 결성된 '일본 대지진·핵사고 피해지원과 핵발전정책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이 "초등학교 휴교령을 고려하라"고 요구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며 "'공동행동' 49개 단체 중 28개는 3년 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됐던 단체들인 한국진보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조선>은 이날 기사에서 "미량의 방사선 노출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극히 미세한 양'이라도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의 주장을 폄훼하며 "일부 인터넷 언론들은 전문가 집단의 권고문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공포를 확산시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정부의 반대편'으로 몰아세운 보도태도가 무섭고 놀랍다.

<중앙>, "지금 빗물 매일 2ℓ씩 30년 마셔도 X레이 한 번 촬영?"

<중앙일보>도 슬그머니 가세했다. 7일 사설 제목에서 '방사능 오염 우려 냉정하게 대응하자'던 <중앙>은 8일 돌변했다. '휴교 허용한 경기교육청 판단 문제 없나'란 제목의 사설은 경기도교육청을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7일 경기도 내 126개 학교가 휴교했다. 전국에서 이런 조치를 내린 곳은 경기교육청뿐이었다"는 사설은 "교육당국이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항간에 떠도는 막연한 불안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위험한 결론을 던진다. "지금 빗물은 매일 2ℓ씩 30년을 마셔도 X레이 한 번 촬영하는 정도의 극미량이라는 것이다. 인체에 해가 없다고 봐도 좋다는 것이다."

그런 뒤, 사설은 다시 정부를 부추긴다. "나쁜 일이 터지면 정부는 숨기려 드는 속성이 있지만 이번 사안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일본 지진에서 100%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편을 든다. 반대로 "이 좁은 나라에 진짜 방사능 비가 온다면 어느 한 지자체의 재량휴교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며 경기도교육청을 쏘아붙였다.

<동아>, "좌파, 정부 흔들고 사회 교란시키는 전술을 쓰고 있다"

<동아일보>도 숨은 무기를 끄집어냈다. <조선><중앙>의 색깔론을 능가했다. 9일자 사설에서다. ''방사능 괴담 세력' 북 핵실험 때는 뭘 했던가'란 제목의 사설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방사능에 '좌파'를 짙게 덧칠했다.

"참여연대를 포함해 49개 단체가 만든 '일본 대지진·핵사고 피해지원과 핵발전정책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지난달 22일부터 일본의 대지진을 빌미 삼아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비판하면서 핵 피해를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방사능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비가 예보되자 영·유아 노약자 임산부의 외출을 자제시키고 초등학교 휴교령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갑자기 돌변하기 시작한 건 다음부터다. "일부 인터넷 매체는 공동행동의 주장을 퍼나르며 방사능에 대한 불안을 '괴담' 수준으로 확산시켰다"면서 "광우병 괴담을 퍼뜨렸던 세력들이 다시 방사능 괴담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또 사설은 "좌파는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대패한 뒤 거대담론과 난해한 좌파 이론, 투쟁 일변도의 전략 대신에 일반 시민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이슈로 정부를 흔들고 사회를 교란시키는 전술을 쓰고 있다"고 표현했다. 놀라운 색깔 논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좌파 교육감이 이끄는 경기도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이 학교장 재량의 휴업을 허용해 이들의 주장에 동조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려 국민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사설 말미 주장은 섬뜩하다. 과연 그럴까. 방사능 공포에 신중하게 대응하자는 주장과 실천적 노력이 정치적 목적일까, 아나면 '정부 대 좌파' 또는 '색깔론', '정부 전복론'으로 비화시키는 목소리가 정치적 목적일까. 섬뜩하다 못해 독기가 넘쳐흐른다.    

<한겨레>, "국민을 바보천치로 여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색깔·음모론"

이들 세 신문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좌파타령에 세뇌당하기 십상이다. 다행히 진보신문은 달랐다. 보수신문과 여당이 주장한 좌파타령과 색깔론의 탈출구를 제시하느라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한겨레신문>은 9일 '국민들의 방사능 걱정도 '불순세력' 탓이라니'란 제목의 사설에서 보수신문과는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제시한 해법도 달랐다.

"국민들에게 확산된 방사능 불안감에 대해 한나라당이 뜬금없이 '국가전복 세력' 타령을 하고 나섰다"는 사설은 "아무리 색깔론과 음모론을 좋아한다고 해도 국민을 바보천치로 여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방사능에 대한 국민의 공포가 더욱 커진 것은 따지고 보면 정부의 책임이 크다. 애초 정부는 '편서풍'이니 '지구 반바퀴'니 하며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까지 날아올 수 없다'고 발표했으나 이런 호언장담은 거짓말이 돼버렸다. 그 뒤로도 정부의 말 바꾸기와 혼선은 계속됐다."

사설은 이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위험요인이 발생했을 때 집권여당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며 여당을 질책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는지 등을 감시하고 독려하는 일"이라며 "그런데 그런 임무는 내팽개치고 오히려 국민을 향해 호들갑을 떤다고 나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경향>, "정부의 안이한 대응 비판하지 않고 시민단체 공격하는 보수신문"

<경향신문> 9일자 사설.
 <경향신문> 9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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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9일자 1면과 3면, 사설 등에서 심도 있게 이 문제를 짚었다. 신문은 이날 ''방사능 공포'에 난데없는 색깔론'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를 좌파세력의 선동 탓으로 몰아 파문이 일고 있다"며 김무성 원내대표와 심재철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기사는 "여권이 정확한 반사능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축소 은폐나 뒷북대응 논란으로 국민 불안을 키워왔음에도 외려 '불순세력' '좌파단체' 등의 선동 탓으로 몰아붙인 것"이라며 "4․27 재․보선 등에 미칠 악영향만 앞세워 정부의 실기와 정보 소외 등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경향>은 3면에서 보수신문들에 쓴 소리를 던졌다. '보수언론들 정부 대 좌파 여론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보수신문들의 정부 거들기 사례를 조목조목 거론하며 비판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비판하지 않고 불안을 지적하는 시민단체를 공격하는 보수신문의 보도행태를 꼬집은 이날 <경향> 기사는 돋보였다.

<경향>은 사설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불안 키워 놓고 국가 전복 음모로 몰다니'란 제목의 이날 사설은 "민심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정부가 그동안 한 일 가운데 중요한 것은 왜 정부 설명을 믿지 않느냐고 시민들을 타박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 루머를 막으라고 지시하자 경찰이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고 법석을 떠는 일이었다"고 정부를 향해 일갈했다. 

"걱정한 나머지 위험을 과장하거나 잘못 알게 된 사실을 유포할 수도 있는 일을 두고 사실과 어긋나는 이야기를 하면 잡아가겠다는 식의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대처하고 있으니 시민들이 이런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대목에선 다른 보수신문들과 전혀 다른 언론의 책무와 사명이 읽힌다.

"중립, 객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보수신문들 '사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방사능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비옷과 마스크를 착용해 피부노출을 최대한 줄인 복장으로 등교를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비에 방사성물질이 섞여 내릴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7일 도내 초등학교에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으로 '방사능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비옷과 마스크를 착용해 피부노출을 최대한 줄인 복장으로 등교를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비에 방사성물질이 섞여 내릴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 7일 도내 초등학교에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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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보수신문들은 여당과 합세하여 "방사능 공포와 불안을 불순세력이 조장했다"며 '좌파 교육감의 휴교령',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국가를 전복하려는 불순한 행동'으로  왜곡, 비하하는 등 허무맹랑한 소리를 함께 내고 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 여론몰이를 하다 '역풍'을 만난 게 불과 1년 전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북풍을 선거에 활용하려던 정부와 여당에 대한 반감이 20대들을 투표장으로 불러 모았다는 분석을 벌써 잊었는가.

또 다시 선거를 앞두고 '색깔론'을 들고 나선 여당과 보수신문들의 태도에선 해묵은 바람몰이 수법이 엿보인다.

특히 보수신문들의 방사능 보도태도에선 진실과 적절성을 바탕으로 한 사실, 균형성과 대안제시를 바탕으로 한 불편부당성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보수신문의 사시와 기업이념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된다.

"좌파나 우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가치를 지향한다" -<조선일보> 기업이념 중
"특정 계층의 표현 기관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대변지" -<동아일보> 사시 중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뉴스 선택 기준은 독자의 눈높이" -<중앙일보> 회장 인사말 중

할 말을 잊게 한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방사성물질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정부인데도, 이들 신문들은 모두 정부와 여당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시민단체와 문제제기 언론을 색깔론으로 공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모든 사안을 이념 구도로 몰아가는 이들 신문의 사시가 가장 오랜 사시라고 자랑하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하다.


태그:#방사능, #색깔론,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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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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