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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되면 이틀 정도 뒤엔 제주도와 부산 등 한반도 남부지방이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일본 기상청이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내용인데요, 일본 기상청의 이 발표는 한국 기상청의 설명과는 다른 것이죠.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누구 말이 맞냐는 쪽에 관심을 가지더군요. 그런데 저는 '누가 맞냐'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느냐 여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방사선 양이 많든, 극미량이 됐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은 물론 기본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일본

 

늦게나마 이런 내용을 공개한 일본 정부가 그나마 MB정부보다 낫다는 반응도 있더군요. 그런데 저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지난달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매일 한두 차례 방사성물질의 확산 방향과 농도를 예측해 놓고도 이 같은 내용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그동안 숨겨오다 뒤늦게 공개한 일본 기상청이나, 무조건 한국은 안전하다고 강조만 하는 한국 기상청이나 수준은 비슷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정부가 보여준 여러 행태를 보면 무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방사성 폐수를 바다에 버린 것과 관련해 이웃나라인 한국과 사전에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원전사고 발생 26일 만인 어제(6일) 처음으로 주일한국대사관 측에 '방사선 오염'에 대해 설명을 한 것도 그렇습니다.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습니다. 더구나 오늘(7일) 조선일보 1면을 보면 방사성 폐수를 바다에 버린 것과 관련해 도쿄전력 회장이 일본 어업협회 회원들에게 사과하는 사진이 실려 있던데, 이웃나라인 한국에도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 전 세계를 향해 정중히 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 어업협회 밖에 보이지 않는 도쿄전력이나 제대로 된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는 일본 정부나 무례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도쿄전력 사과 조선일보 2011년 4월7일자 1면

제대로 된 대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능한 MB정부

 

일본 정부가 무례하다면 MB정부는 무능합니다. 정부가 어제(6일) 청와대에서 '원전·방사능 관련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는데 일본 원전사태 이후 처음 열린 관계기관 대책회의였다고 합니다. 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26일 만에 열린 관계기관 첫 대책회의'였다고 하니 이 정도면 무감각이 아니라 '노브레인'이라고 혹평을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 대책회의 조선일보 2011년 4월7일자 1면

지금까지 편서풍 타령하면서 안전하다고 강조한 것 말고, 전문가 동원해서 한국은 원전 안전지대라고 되풀이한 것 말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신문에 광고한 것 말고 대체 정부가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일본 원전사고가 한반도에 영향 없다는 정부 발표에 반하는 국민들을 유언비어 유포자 정도로 취급한 게 불과 몇 주 전입니다. "일본 방사성 물질은 절대 국내에 오지 않는다"고 장담하다가 정부 관계자들이 말을 바꾸기 시작한 것도 엊그제 일입니다. 그러다가 일본이 방사성 폐수를 바다에 버리고, 일본 기상청이 한반도 역시 일본 방사능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하니 그제서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엽니다. 일본 정부에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고 말이죠.

 

무례한 일본 정부보다 무능한 MB정부에 더 화가 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뻔뻔한 그리고 교활한 조중동

 

일본 정부가 무례하고, MB정부가 무능하다면 조중동은 뻔뻔합니다. 그동안 조중동은 "일본 방사능 물질은 절대 국내에 오지 않는다"는 정부 발표에 상당한 힘을 실어줬습니다. 국내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들을 무책임한 집단으로 몰아붙인 것도 그들이었고, 방사선 오염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시민들을 향해 과민반응 하지 말라고 충고한 것도 조중동이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2011년 4월7일자 사설

'그런' 그들이 이제 와서 "정부는 후쿠시마 이후 26일간 무엇을 했냐"(조선일보 7일자 사설)고 질타하더니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기획기사(동아일보 7일)를 내보냅니다. 중앙일보는 '일본 방사능이 직접 한국에 온다'(7일자 14면)며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뻔뻔하다 못해 교활하기까지 합니다.

 

일본 방사능  중앙일보 2011년 4월7일자 14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이른바 '붉은 멍게' 보도와 관련해 어제(6일) <오마이뉴스>가 사과글을 올렸죠. 오늘(7일) 조중동이 사회면에서 이 사안을 크게 다루고 있더군요. 그동안 조중동은 천안함과 관련한 여러 의혹을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정부 발표에 반하는 주장이나 국방부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을 공격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다뤘던 것처럼 말이죠.

 

MB정부 비판 이전에 조중동은 사과부터 해라

 

제가 <오마이뉴스> 사과문을 언급하는 이유는 책임성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를 했지만, 조중동은 천안함 파문은 물론이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관련해서도 사과라는 걸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는데도 말이죠.

 

조중동이 뻔뻔하다 못해 교활하다고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와 MB정부를 비판하기 전에 조중동은 자신들의 보도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http://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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