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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TV> 한은지(26) 아나운서. 1인4역을 소화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놀랍다
 <내고향TV> 한은지(26) 아나운서. 1인4역을 소화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놀랍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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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세상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지상파 방송사 공채는 경쟁률이 150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열띠다. 최근의 열기는 신드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신입사원>이란, 공채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선보이며 아나운서에 대한 환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런 서울에서 107.5Km나 떨어진, 충청남도의 작은 도시 서산. 이곳에 또 한 명의 아나운서 신입사원이 있다. 그런데 그녀의 일상은 여느 지상파 신입 아나운서들과 달라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내고향TV>의 한은지(26) 아나운서. 그녀는 아나운서 일과 더불어, 열정적인 기자, 창의적인 작가, 상냥한 기상캐스터 일까지 '만점 활약'을 펼치며, 바쁘게 세상을 누비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은지 아나운서를 만나 특별한 신입사원 스토리를 들어봤다. "내가 있는 곳이 삶의 중심"이라고 외치는 그녀의 열정은 특별했다.

내가 있는 곳이 삶의 중심, 나는 행복한 아나운서

<내고향TV> 한은지 아나운서
 <내고향TV> 한은지 아나운서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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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아나운서를 꿈꾼 한은지, 그녀에게 지난, 2010년 12월 31일은 잊지 못할 하루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 16년 동안 꿈꿔온 '아나운서 합격' 통보를 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한은지 아나운서에게 합격 통보를 전달한 곳은 서산에 있는 <내고향TV> 방송국이었다.

"(합격하기 전) 방송국 50, 60군데에 아나운서 지원 원서를 넣었는데,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실력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답답한 마음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하나하나의 시험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행복한 소식이 들려왔어요. <내고향TV> 아나운서로 합격했다는 소식이었죠."

2010년의 끝에 찾아온 기분 좋은 소식, 수차례 서류 탈락의 아픔(?)을 딛고 이룬 합격은 마음을 들뜨게 충분했다. 하지만 한은지 아나운서는 기쁨 속 두려움도 있었다고 말한다.

<내고향TV> 방송국에 입사한다면 서산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 지상파 방송 아나운서를 꿈꿨던 그녀에게 낯선 서산생활은 커다란 모험이었다. 그때, 한은지 아나운서의 선택을 도운 것은 자신의 신념과도 같았던 하나의 문구였다. '내가 있는 곳을 삶의 중심으로 만들자'고 다짐하며 한은지 아나운서는 마음을 정했다

"막연히 서울(지상파 방송국)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그래서 잠시 고민을 했죠.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느냐 보다, 내가 있는 곳을 삶의 중심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나운서 일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거든요. 제가 어디에 있느냐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짐을 챙겨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당당히 <내고향TV>에 신입사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아나운서 기자? 당찬 신입사원 서산을 누비다

서산에 있는 <내고향TV> 방송국은 13명의 직원들이 KT olleh IPTV와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지역 소식(서산, 당진, 태안, 홍성, 예산, 보령)을 전하는 방송국이다. 서울의 여느 방송국만큼 크진 않지만, 다양한 지역소식을 전함으로써 충남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내고향TV> 한은지 아나운서, 전통시장 취재중에 만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내고향TV> 한은지 아나운서, 전통시장 취재중에 만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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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시작과 함께, <내고향TV>의 신입사원이 된 한은지 아나운서. 그녀는 입사 첫 주부터 일당백의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 서산 구석구석을 누볐다.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아나운서가 현장에 출동?'이라는 생각에 놀랄지도 모를 일. 하지만 <내고향TV>에서 그녀의 역할은 단지 아나운서에 국한돼지 않았다.

"(내 고향 TV에서) 전 멀티 플레이어예요. 뉴스를 기획하는 작가, 취재하는 기자, 기상청 자료를 받아 날씨 소식을 전하는 기상캐스터까지 모두 제 몫이죠. 아참, 의상과 헤어도 물론 직접 준비해요.(웃음) 처음엔 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했지만, 이제 조금씩 적응이 돼가고 있어요."

한은지 아나운서의 일과는 놀라움 그 자체다. 아나운서, 작가, 기자, 기상 캐스터일까지 일인다(多)역을 해내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출근한 그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보도할 뉴스를 기획하는 일이다. 기획을 할 때면 한은지 아나운서는 꼼꼼한 작가가 되어 지역의 흥미로운 소식을 찾는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기상 뉴스를 전하던 한은지 아나운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기상 뉴스를 전하던 한은지 아나운서
ⓒ 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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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식을 접하면 곧바로 취재와 기사작성에 들어간다. 그 순간, 한은지 아나운서는 열정적인 기자가 되어 현장을 누빈다.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한 그녀는 이번엔 창의적인 작가로 변신한다. 취재 기사를 정리하고 뉴스를 작성해 시민들에게 지역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이후 그녀는 상냥하고 다정한 기상캐스터가 된다.

기상청에서 자료를 받아 기상 멘트를 작성하고 시청자들의 하루가 편안하기를 빌며 기상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하루의 지역 뉴스까지 진행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하지만 그녀는 이런 바쁨에 결코 지치지 않는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오히려 즐겁다고만 한다.

"기자 일(취재)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아나운서가 직접 취재하는 경우가 드문데, 전 취재를 하면서 기자란 이런 직업이란 걸 새삼 느꼈거든요. 기자들이 들려주는 뉴스만을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해 직접취재를 하니까 좀 더 심도 있게 뉴스를 전달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 기상청이 주는 자료를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기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감성코드야말로 기상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 기자, 기상 캐스터 등 다양한 역할의 업무를 마무리 짓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오후 5시를 향한다. 하지만 한은지 아나운서의 일은 아직 끝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아나운서'가 되어 하루 동안의 뉴스 소식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전하는 한은지 아나운서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전하는 한은지 아나운서
ⓒ 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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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주한 업무에 지칠 법도 하건만, 마지막까지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의 열정은 특별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은지 아나운서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어요.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정작 아나운서란 직업에서 원고를 보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걱정이에요. 야근도 늘어 걱정이긴 하죠.(웃음)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점이 행복해요. 매 순간 '밝음과 열정'으로 이겨내고 있어요. 어릴 적, 고생하고 좌절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게 되니까요."

꿈의 고비 이겨낸 신입사원, 특별한 아나운서를 꿈꾸다

한은지 아나운서의 '밝음과 열정'에는 특별한 인생의 경험이 묻어 있다. 그 경험들은, 그녀가 꿈을 잃고 방황하던 순간 혼란의 진동을 바로잡아준 '나침반'이 되었다. 한은지 아나운서는 대학 입시와 편입 준비과정에서의 '작은 실패'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인터뷰 중인 한은지 아나운서
 인터뷰 중인 한은지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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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나는 당연히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방송반을 했고, 지역(대전) 청소년 방송 연합회 사회, 학교 축제 사회 등 다양한 행사를 도맡아 준비하다 보니 당시엔 자신감이 넘쳤죠."

한은지 아나운서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대학입시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혼란스런 시기가 시작됐어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처럼, 그때는 제가 보는 세상이 다인 줄 알았어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선 목표로 했던 대학의 신문방송학과에 가야만 한다며 다른 길은 전혀 내다보지 못했거든요."

한은지 아나운서는 재수와 편입시험을 준비하며 3년이란 시간을 허비한다. 공부와 씨름하던 기간 동안 잃은 것은 단지 시간만이 아니었다. 밝고 당당했던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해갔다.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상황은 그녀를 더욱 어렵게 했다.

"오빠도 대학생이었기에 부모님의 등록금 부담이 만만치 않았어요. 전 다행히 대학(충남대)은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지만, 생활비를 받기 죄송하더라고요.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쉬었던 적이 없어요. 과외, 서빙 등은 물론 백화점 속옷판매, 와인 셀러까지 했는데…, 꿈과는 상관없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 처음엔 힘들었어요. 하지만 대중을 만나는 연습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제가 친절하게, 진심으로 대하자 손님들의 반응이 즉각 오더라고요. 와인 셀러일을 할 때는 아르바이트 시간이 끝나기 전에 팔 물건이 없을 정도였어요."

희미해졌던 '아나운서'란 꿈은 다시금 확고해졌다. 주변에도 당당히 '내 꿈은 아나운서'라고 말하고 다녔다. 자신에 대해 믿음이 생기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2007년에 열린 '슈퍼차이나 페스티벌(대전 엑스포)' 장내 아나운서가 된 것이다.

장장 6개월 동안 열린 마라톤 같은 '축제'에서 한은지 아나운서는 지치지 않는 마라토너 '아나운서'가 되어 완주를 했다. 그 긴 '축제'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은 한은지 아나운서에게, 그녀만의 특별한 '아나운서관'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은지 아나운서는 '이해와 진심'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터뷰를 꿈꾼다
 한은지 아나운서는 '이해와 진심'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터뷰를 꿈꾼다
ⓒ 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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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예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게 참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서 펼치는 강인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고, 또 눈물과 고통을 참아내며 단련하는 모습에 안쓰러워 가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보다 훨씬 많이 성장한 어른으로서 꿈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더 열심히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결심도 했고요."

그래서일까? <내고향TV> 아나운서로 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는 한은지 아나운서의 시선은 다양한 사람들을 향한다. 지역 곳곳의 읍면동장님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각 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만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궁금증이란 갈증을 해소해 나간다.

또 전통 재래시장에 들러서는 시장 상인들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삶의 이야기를 나눈다. 지역 기관장들이나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은지 아나운서에겐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다양한 이들을 하나로 묶는 바탕은 역시 '진심을 통한 배려'가 아닐까.

'진심과 배려의 중요성'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입사원 한은지 아나운서는 특별한 목표를 말한다. "하나의 곡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연주자 같은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 인생을 배울 수 있기에 인터뷰가 즐겁습니다. 인터뷰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이야기에 빠져들게 돼요. 처음에는 서로 경계심을 가지다가 점차 풀어지는 그 과정이 재밌고 즐겁습니다. 그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경험들은, 많은 책을 읽는 것만큼 값진 일이라 생각해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한은지 아나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한은지 아나운서
ⓒ 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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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윈프리' 같이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는 한은지 아나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딱딱한 마음을 풀어헤치고, 따뜻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다는 그녀는 분명 특별한 아나운서임이 틀림없다.

이제 한은지 아나운서는 더 이상 서산이 낯설지 않다. 그녀에게 서산은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어느 소설 제목처럼, 즐겁고 행복함이 넘치는 공간이 되고 있었다. <내고향TV>의 한은지 아나운서의 '밝음과 열정'은 그녀의 도시, 서산을 더욱 빛내고 있었다.


태그:#젊음의 룰렛게임, #한은지 아나운서, #내고향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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