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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본 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겨울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한파와 폭설, 구제역으로 전국이 어수선했지요. 길고 긴 겨울의 터널이 언제쯤 끝날까, 고심했었지요.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드디어 우리곁에 스멀스멀 다가왔습니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더니, 두꺼운 외투를 하나씩 벗어 던졌습니다. 간사한 게 사람인 것 같습니다. 골짜기에 쌓였던 눈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더니, 봄은 우리집 감귤농장까지 바싹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보이는 파란하늘을 수 놓은 봄의 화신이 있습니다. 바로, 겨우내 감귤원 한켠을 꿋꿋하게 지키던 매화나무입니다. 그 딱딱하던 매화나무에서 비로소 봄을 터트린 것입니다. 봄이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봄은 전봇대에도 걸쳐있고, 검은 돌담에도 걸쳐 있습니다. 그리고 멀리보이는 알바매기오름 등성이에도 걸쳐 있습니다. 딱딱한 가지에서 이파리도 없이 피어난 매화꽃을 보니, 지난겨울 움츠리며 날씨 탓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감귤원 돌담 아래 핀 매화꽃을 보니, 내 마음은 벌써 봄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태그:#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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