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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먹고 한가하게 책을 읽고 있는데 아가씨 한 분이 여권사진을 찍으러 왔다. 사진의 완성을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한 잔 대령했다. 이 예쁜 아가씨가 묻지도 않는 말을 곧잘 한다. 유학을 간다나 뭐라나? 전공이 뭐냐 물었더니, 경제학을 배우러 간단다. 물론 서울에서도 경제를 전공했단다.

그래서 물어봤다. "경제학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무엇이냐?"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경제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대답이었다. 물론 틀린 답은 아니었으나 경제를 학(學)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의 대답은 내가 생각하는 견지에서는 이러면 안 된다. 해서 경제학 석사라는 아가씨를 앉혀놓고 개뿔도 아닌 망나니가 경제학 강의를 했다.

아가씨,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보시라 했더니 푼수 같은 이 아가씨 좋단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란? 사람과 사람간의 휴머니티다. 경제란 돈이 오가기에 앞서 서로 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 신뢰를 쌓는 과정이야 말로 건전한 사고방식의 교감이 있어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아가씨는 어찌 생각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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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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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아가씨의 논리대로 원가 1000원 들어가는 증명사진 1만2000원 받으니 이것이 바로 아가씨가 생각하는 경제 아니겠는가? 1000원 들여서 1만1000원의 수익을 남겼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가씨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알사탕을 주고, 이거는 뭐냐? 원가절감차원에서 비효율적 아니냐?

나는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가씨에게 베푼 친절과 아가씨와 나 사이에 있는 커피 한 잔과 알사탕으로 인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교감이 흐르고 있다. 이게 바로 소통이다. 아가씨가 나중에라도 사진 찍을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했더니 아저씨가 친절하고 재미있어서 다른 사진관은 못갈 것 같다고 한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단순하게 아가씨의 경제논리로 그저 돈이나 받고 사진이나 찍어줬으면 아가씨는 나의 사진관을 또다시 찾을 생각을 안 했을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게 1만2000원짜리 비즈네스라지만 12억짜리라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아가씨를 나의 지속적인 잠재고객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아가씨와 나의 진득한 교감을 만들어 놓는 것 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바로 경제의 정의를 사람과 사람간의 휴머니티라고 하는 소이연이 있는 것이다. 어찌 생각하느냐?

좀은 푼수같고 예쁜 아가씨, 한참을 깔깔대며 "아저씨 재미있다"고 수다를 떨다갔는데, 나는 오늘도 왕성하고도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한 셈이다. 허허!


태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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