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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보도' 언론 역할 다했나? 지난 4일 방송된 KBS <미디어비평>이 언론에 던진 질문입니다. 결론은 "우리 언론도 국민들에게 확신할 수 있는 정보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 했는지 되돌아 봐야 하고, 국내 언론도 BBC처럼 구체적인 전쟁보도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날 방송된 주요 내용은 '대부분 기사가 정부측 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혼선을 빚었고', '초기에 정확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량으로 기사를 쏟아내다 보니 사실과 다른 보도들도 많았다'고 제시했습니다. 대표적인 오보 사례로는 ▲ 국방장관 교체 ▲ CNN이 긴급 속보 방송까지 보낸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 발사'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4일 방송된 KBS <미디어비평> 이전에도 '연평도 사태'와 관련된 언론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뉴스는 꽤나 많았습니다. 세계일보가 11월 24일 <KBS·SBS, 연평도 포격 '위성사진' 오보>를 보도했고, <한겨레>, <경향>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터넷신문이 24일 사용된 '불타는 연평도'사진의 조작문제를 거론했습니다.

 

또한 <한겨레신문>이 지난 1일 <조작·반쪽보도로 얼룩진 연평도 속보경쟁>을 통해 '조중동의 열압력탄 오보', '사진 명암 과하게 손대기' 등을 통해 '확전 불사' 여론만 부각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열압력탄' 오보, 반성 없는 언론

 

문제의 핵심은 언론의 오보 방향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 시키는 쪽으로 향한다는 점입니다. 외신의 오보로 인해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위기 상황을 실제보다 더 부풀려서 해석하고 있고, 한국정부와 민심의 격앙된 감정을 더욱 자극시키고 있는데요. 이성적이고 차분한 대화와 해법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역언론에서도 큰 흐름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직접 취재보다는 연합뉴스와 정부발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지역신문은 해당 뉴스에 편집을 통해 뉴스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확전 불사'여론을 지면편집을 통해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죠.

 

지역신문 보도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뉴스는 연평도에 사용된 폭탄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한겨레신문 12월 1일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지역신문 보도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에서 점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에서 송영선(미래희망연대/경북 청도 출신)의원이 최초로 '열압력탄' 가능성을 제시했고,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제시했는데요. 하지만 다음날 언론은 일제히 '북한이 열압력탄을 사용했다'며 크게 보도했습니다. 26일 <중앙일보> 1면 <'북, 열압력탄 공격…연평도 초토화 노렸다>, <조선일보> 1면 <'북, 대량 살상용 방사포 열압력탄 쐈다>, <동아일보> 2면 <'북 포탄 열압력탄 확실'>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열압력탄이란 "콘크리트로 된 보호시설이나 갱도 내부를 공격하기 위해 두 차례 폭발하도록 만든 특수 포탄, 2차 폭발순간 고열·고압과 함께 화염이 발생해 피해를 극대화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지역출신 송영선(미래희망연대)국회의원은 이 열압력탄이 "북한이 여태까지 개발한 것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제시했습니다. 즉 북한이 고성능 폭탄을 제조할만큼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 '연평도 보도' 역할 다했나?

 

하지만 28일 이 폭탄에 대한 국방부 공식입장은 "열압력탄이 아니라 고폭탄을 강화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조선>, <중앙>, <동아>는 국방부 공식입장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1면에 단정적으로 보도했던 '열압력탄 사용'에 대해 정정보도도 없었는데요.

 

지역의 <영남일보>과 <매일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영남일보>는 26일 <北 '작심 殺傷' …쏜 포탄은 콘크리트 관통 '특수폭탄'>이라고 제목을 편집하고, 북 특수폭탄(열압력탄)을 암시하는 자세한 그래픽도 첨부했습니다. 물론 기사에는 송영선 의원의 주장에 대해 김태영 국방장관이 '열압력탄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론을 제시했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매일신문>은 27일 기사에서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을 돋보이게 편집했습니다. <'철의 여인'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北 연평도 포격 열압력탄 사용 첫 제기, "국회 결의안, 도발응징 내용 명시해야">를 통해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비례대표)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철의 여인'으로 각인되고 있다"며 "자신이 처음으로 제기한 북한의 '열압력탄'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등 우리 군의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장병을 격려하기 위해 연평도 피격현장으로 달려갔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신문에서는 28일 국방부의 발표 즉 '열압력탄이 아니다'란 기사를 찾긴 힘들었습니다. 또한 자신들이 적극 부각했던, 하지만 다소 머쓱(?)해진 송영선 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며 되묻지도 않았습니다.

 

 

시민의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정부로 하여금 '확전불사'여론을 부추기고 있는 언론은 진정 누구를 위한 언론입니까? 언론이 누구를 위해 움직이는지를 직간접적으로 제시하는 매력적인 컨텐츠가 있었습니다. <경향신문> 11월 29일 박순찬 화백의 <장도리>는 이런 한국의 현실을 너무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언론모니터팀에서 12월 6일 발표한 자료입니다. 


태그:#연평도, #언론 오보, #KBS미디어비평, #매일신문, #송영선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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