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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흑두루미인데, 그들과 인터뷰를 수 없으니 답답하다"
- 해평습지와 흑두루미, 4대강 문제를 취재하던 대구지역 언론사 기자

'4대강', '구미 해평습지',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사실을 증명해줄 수 있는 사진. 이 세 가지 단어와 사진이 어떤 맥락으로 구성되는가에 따라 뉴스는 전혀 달라집니다. 구성된 뉴스를 보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에 대해서도 시시비비를 가려보게 되는데요.   

찬반이 너무도 팽팽한 이 사업에 대해 독자는 언론에 대해 각자 입장에서 다양한 요구를 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두 가지 기준으로 뉴스를 읽고 있습니다. 첫째, 쌍방이 다른 관점에서 펼치는 주장을 경청할 수 있도록 언론이 공론의 장을 형성해주지 여부, 두 번째는 이 사업 집행주체의 주장이 동일한 맥락에서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지, 언론이 점검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지역언론은 첫 번째 화두 즉 시각차이가 분명한 쌍방의 주장을 공정한 토론의 장을 만드는데는 실패했다는 점은 여러번 말씀드린바가 있습니다. 대구경북권 언론의 4대강 사업뉴스를 분석해보면 정부여당측 주장이나 발표 자료가 월등히 많은 지면과 시간을 차지했고,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예상치 못했던(?)' 각종 폐해에 대해선 대부분 언론이 외면해왔습니다.

지역언론은 이 사업 주최 측의 '일관성 없는 주장'에 대한 검증기능도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그 사례를 구미 해평습지와 흑두루미와의 관계를 통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최근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을 두고 논란이 된 부분은 천연기념물 203호인 흑두루미와 해평습지입니다.

09년 사업 주최측
| "해평습지, 모래톱 보전", "철새 도래시기 공사 중단 또는 소음 감소"

4대강 사업은 '해평 습지 등의 원형보전'한다는 주최 측 주장과, '습지를 훼손시키고 생태환경을 해친다'는 시민사회주장이 꽤나 팽팽했었는데요.

일단 지난 해 11월 9일 <매일신문>보도에 따르면 환경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경북에 위치한 습지보호지역은 대부분 보전된다"며 "(중략) 해평습지는 철새가 주로 서식하는 모래톱은 보전키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남일보 2009년 10월 23일
▲ 영남일보 2009년 10월 23일 영남일보 2009년 10월 23일
ⓒ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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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3일 <영남일보>와 인터뷰했던 박성수 낙동강살리기 본부 행정지원단장은 "철새도래시기에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 관련 공사를 일시 중단하거나 소음을 유발하지 않는 공사만 시행하도록 했다"며 "모래밭이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하도준설 시 저수로에 자연스러운 생태환경이 조성되도록 친환경적인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해평습지도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등 철새 도래지를 보전하기 위해 모래톱과 하중도의 변화를 최소화하도록 했다"고 박 단장은 덧붙였는데요.

2010년, 10월 구미 해평습지에 드디어 두루미가 나타났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두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매일>, <대구MBC>, <한겨레> | 해평습지 훼손, 공사트럭 굉음, 두루미 '힘들다'

<매일신문>, <대구MBC>, <한겨레신문> 뉴스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업 주최측의 주장과 현실이 다르다. 흑두루미가 무척 힘들어 한다"일텐데요.

매일신문 10월 27일 1면
▲ 매일신문 10월 27일 1면 매일신문 10월 27일 1면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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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10월 30일 1면
▲ 한겨레신문 10월 30일 1면 한겨레신문 10월 30일 1면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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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27일 1면 <구미 해평습지 4대강 공사 트럭 굉음에 어수선/돌아오지 않는 가을 진객 흑두루미>, <대구MBC> 19일, 25일 <두루미는 왔지만…><해평습지 훼손대책은?>, <한겨레신문> 30일 1면 <4대강 공사로 망가진 철새 휴게소 '해평습지'/흑두루미 숫자 반토막 "생태교란"> 등에서는 구미 해평습지에 흑두루미는 오긴 했지만 예년과 달라진 환경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매일신문은 "풍성하던 모래톱이 준설로 줄어들고, 굴삭기와 트럭이 일으키는 소음에다 트럭 행렬로 두루미가 쉴만한 공간이 되지 못한다", "철새들의 먹이터였던 주변 농경지가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때문에 준설토 적치장으로 변했다", "연간 6천~9천마리의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등이 찾아오는데, 예년보다 크게 줄고, 머무는 기간도 7~10일에서 2,3일 정도로 그친다" 등을 보도했습니다.

즉 지난해 말 이 사업의 주최 즉 환경부(해평습지 모래톱은 보전한다) 또는 경상북도 낙동강살리기본부 박성수 단장의 주장(철새도래기에는 공사 일시 중단 또는 소음없는 공사만 진행)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이 기사의 맥락 속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비교함으로써 4대강 사업과 해평습지 훼손, 두루미 떼의 변화된 상황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물론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사업주최(환경청장, 구미시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의 인터뷰도 덧붙이고, 공사현장과 두루미떼가 쉬고 있는 공간을 함께 사진으로 보여주거나, 4대강 공사 이전과 현재의 해평습지 모습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경북일보>, <대구일보> | 취재원 '구미시' 뿐, 두루미만 부각

이 모든 정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뉴시스>와 <경북일보>, <대구일보>는 해평습지에 나타난 '두루미'만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인 <뉴시스>는 29일 <구미 해평습지, 흑두루미 서식처로 각광>, <경북일보>도 같은날 1면에 <"구미 해평습지를 버리지 않았구나/낙동강 사업 불구 흑두루미 1천여마리 찾아와 … 희귀 종 황새도 목격>, <대구일보>는 29일 7면<흑두루미, 구미 해평습지에 여장>을 통해 '현재 눈에 보이는' 흑두루미에만 주목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2010년 10월 29일
▲ 뉴시스 2010년 10월 29일 뉴시스 2010년 10월 29일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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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보 10월 29일 1면
▲ 경북일보 10월 29일 1면 경북일보 10월 29일 1면
ⓒ 경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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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일보 10월 29일 7면
▲ 대구일보 10월 29일 7면 대구일보 10월 29일 7면
ⓒ 대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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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해평 습지가 흑두루미 서식처로 각광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4대강 공사현장 모습은 빠진 '두루미'만 있는 모래톱 사진(한겨레신문과 뉴시스, 경북일보의 카메라 앵글이 분명히 다르다)을 주요하게 편집해두고 있습니다.

<뉴시스>와 <경북일보>, <대구일보>보도에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첫 번째는 올해 해평 습지를 찾은 두루미의 규모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어떤지, 이들이 쉬기 위해 내린 곳이 작년의 그곳과 비슷한지, 쉬는 공간에 먹거리는 충분한지, 공사 소음이나 굉음으로 인한 피해여부 등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 두루미가 내년에도 이 곳을 찾을 수 있을지 대한 예측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4대강사업에도 불구하고 흑두루미가 왔다'는 눈에 보이는 사실에만 주목하고, 흑두루미만 있는 모래톱만 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뉴스 자료와 정보도 구미시 입장에 쏠려 있습니다. 당사자는 흑두루미인데, 그들과 인터뷰를 수 없으니 답답하다던 한 기자분의 하소연이 와 닿는 부분입니다.

뉴욕타임즈의 워싱턴 지국장이었고 미디어비평 전문지 '브릴스 콘텐츠'편집장이자 저널리즘을 염려하는 언론위원회 소속인 빌 코바치의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는 9가지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 저널리즘의 첫째 의무는 진실추구다. △ 저널리즘은 어느 누구보다 시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 저널리즘의 본질은 검증의 규율이다. △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취재 대상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 △ 저널리즘은 권력의 독립된 감시자로 이바지해야 한다. △ 저널리즘은 대중의 비판과 타협을 위한 공개토론장을 제공해야 한다. △ 저널리즘은 중요한 것들을 흥미롭고 적절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저널리즘은 뉴스를 포괄적이고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에 따르도록 허용해야 한다. 등

4대강, 해평습지, 천연기념물 흑 두루미를 둘러싼 정보의 구성.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뉴스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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