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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에 여름휴가를 울릉도로 다녀왔다. 좀처럼 가기 힘든 곳이라 그곳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을 함께 챙겨 보았다. 첫날 숙소에 도착해 짐을 정리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는데, 평소 볼 수  없었던 나무, 꽃, 풀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들이 궁금해서 손바닥에 옴실옴실 땀이 차오르는 것 같다. 마침 빈 방을 치우러 그곳에 거주하고 계시는 할머니가 올라오셨다.
섬바디. 울릉도 가는 곳마다 보였지만, 천궁, 전호, 당귀와 비슷해 섞어 놓으면 구분이 쉽지 않다.
 섬바디. 울릉도 가는 곳마다 보였지만, 천궁, 전호, 당귀와 비슷해 섞어 놓으면 구분이 쉽지 않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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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국은 토종이지."
"울릉도요?"
"아니, 우리나라 거란 말이지, 요즘의 수국은 거의 개량종이거든."
"섬엉겅퀴야, 된장국 끓여 먹으면 맛이 좋지."

엉겅퀴로 된장국을 끓여 먹다니 그 쓴 맛을 어찌하나 싶어 놀라니 섬엉겅퀴는 괜찮다고 한다. 잎을 조금 뜯어 먹어보니 씀바귀처럼 쓰지 않고 그냥 풀 맛이었다. 나중에 도동항 근처에서 엉겅퀴 해장국집을 발견했다.

섬엉겅퀴의 잎은 일반 엉겅퀴보다 넓은 타원형이고 잎의 톱니가 깊지 않았다. 그럼 조팝나무의 꽃처럼 몽실몽실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 식물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돼지풀을 말하는가? 아님 전호인가? 봐야 알겠는데, 나중에 알려 주겠다"고 하신다. 바쁜 사람 붙잡고 꽃이 있는 곳까지 함께 가자고 할 수도 없어 그 정도로 묻고 물러났다.

섬엉겅퀴. 된장국, 해장국 등을 끓여 먹는데 넣는다고 한다.
 섬엉겅퀴. 된장국, 해장국 등을 끓여 먹는데 넣는다고 한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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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팔뚝에 무엇이 물었는지 자잘한 것이 좁쌀처럼 부풀며 자꾸 가렵다. 야생초교실에서 배운 대로 마당 시멘트 틈사이로 나와 있는 쇠비름을 뜯어 그냥 손으로 이겨서 발랐다. 그리고 잊었다. 얼마 있다 생각나 보니 오돌톨한 기미는 남아 있으나 가려움이 가라앉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기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를 안내할 운전기사가 왔다. 마침 하얀 꽃이 피어있는 마당에 서 있기에 물어보니 자기는 꽃나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그 꽃은 돼지풀이라고 한다. 사람들 먹는 나물이 아니라 주로 돼지에게 먹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단다. 보기에는 꼭 미나리 잎처럼 생겨서 먹는 나물 같다. 혹시 '전호'라는 식물일지도 모르니 나중에 할머니한테 다시 물어봐야지 싶었다.

마가목.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울릉도에는 가로수로도 심어져 있었다.
 마가목.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울릉도에는 가로수로도 심어져 있었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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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전일출전망대 노점상에서는 마가목 열매와 차를 판다. 언젠가 강원도 한계령을 넘는데 기사분이 산을 가리키며 "저 것이 마가목인데(나무를 모르니 잘 보이지 않았다) 강원도에 많고 어디어디에(만병통치약쯤으로 말했다) 좋고 가을이면 빨갛게 열매가 익는데 장관입니다"했던 말이 기억되었다.

울릉도는 마가목이 가로수 역할을 할 정도로 많았다. 오미자처럼 붉은 것이 쪼글쪼글 가지째 말려져 봉지에 담겨 팔리고 있고, 마가목주, 마가목 냉차도 판다.

'손발이 시렵고 저리다고요? 마가목차를 드세요'란 선전 문구를 보니 여자들을 위한 열매 같다. 꽃은 이미 졌고, 잔열매가 뭉텅이로 뭉쳐 익어가고 있었다. 마가목은 울릉도를 여행하는 동안 돼지풀(?)과 함께 내내 눈에 띄었다. 

칡꽃이 전망대 숲길의 우거진 푸른 나무 사이로 알록달록 붉은 빛으로 피어올랐다. 땅 속의 칙칙한 칡을 닮지 않은 예쁜 꽃이다.

독활(땅두릅). 섬 곳곳에서 보았다.
 독활(땅두릅). 섬 곳곳에서 보았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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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폭포로 오르는 길에 마침 숙소에서 보았던 비슷한 꽃들이 많이 보인다. 이번에는 꽃대가 코스모스 줄기처럼 쭉 올라와서 꽃을 피웠다. 조금 다른 식물인가 싶어서 물으니 똑같은 돼지풀이라고 한다. 봉래폭포 길에는 좀깨잎나무, 독활(땅두릅), 도둑놈의갈고리, 파리풀, 그리고 돼지풀이란 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잘 모르는 식물은 나중에 야생초 동아리방에 올려 물어볼 참으로 사진을 찍었다.

울릉도에는 뱀이 없다고 한다. 한 가이드가 하는 소리를 들으니 이유는 향나무 때문이란다. 울릉도에는 향나무가 많다. 대풍감 향나무자생지 같은 곳은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육지에서 뱀을 들여와 풀어놔 보았는데도 번식을 못하고 죽을만치 향나무와 상극이라고 한다.

노란털머위꽃. 잎이 빳빳하다. 송악과 시샘하듯 거의 온 곳에 퍼져있었다.
 노란털머위꽃. 잎이 빳빳하다. 송악과 시샘하듯 거의 온 곳에 퍼져있었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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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폭포에서 내려온 후에 저동 촛대암에서부터 도동항으로 이어지는 행남해안산책길을 걸었다. 해안의 바위를 온통 뒤덮고 있는 식물이 꼭 머위 같다. 잎을 만져보니 아주 뻣뻣했다. 넓적한 둥근 잎이 위용을 자랑하듯 바위를 모두 차지했다. 또 아이비처럼 생긴 덩굴식물은 온통 땅을 덮거나 나무를 감고 있다.

새파란 색이 반들반들 윤이 난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답답해 우선 사진만 찍어댔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노란털머위와 송악이었다. 이 두 종류도 울릉도 해변이나 숲길 등에서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었다. 국화과에 속하는 노란털머위꽃은 이름 그대로 가을이면 노란 꽃을 피운단다.

도둑놈의갈고리. 예쁜 꽃과 멋진 씨앗에 비해 이름은 억세다. 씨앗이 꼭 선글라스 같다.
 도둑놈의갈고리. 예쁜 꽃과 멋진 씨앗에 비해 이름은 억세다. 씨앗이 꼭 선글라스 같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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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방풍(防風)나물을 사서 먹어본 적이 있었다. 조리법을 잘 몰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뻣뻣했던 기억이 남는데, 그 방풍나물도 해안가 산책로에 제법 보인다. 어떻게 보면 각이 덜진 단풍잎 같기도 한데 갈라진 잎들이 깊지 않고 둥글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도동쪽에서 걷고 있던 중년부부가 스치면서 하는 말이, 발밑 철책 안에 있는 일명 돼지풀을 보고는 '당귀'라면서 귀한 것이 자라고 있다고, 손이 닿으면 잎을 따고 싶단다. 아직 숙소의 할머니한테 확인하지 않은 터라 다시 헷갈려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사가 잘못 알려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지 저 부부는 앞으로 걷다보면 그 식물을 수도 없이 만날 텐데, 어쩔까 싶은 객쩍은 생각이 들었다.

일색고사리. 고비인줄 알았는데 성인봉 지역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일색고사리란 기록이 있다.
 일색고사리. 고비인줄 알았는데 성인봉 지역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일색고사리란 기록이 있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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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에 성인봉을 올랐다. 숙소를 떠나기 전 주인과 인사를 하기위해 내려갔더니 마침 그 할머니가 계신다. 얼른 마당의 돼지풀이란 잎을 따서 보여주니 옆에 있던 젊은 사장이 "아~ 슴(섬)바디요" 하니 할머니는 "그건 학명이고, 여기서는 돼지풀이라고 하요"하신다. 그러니까 당귀도, 전호도 아니란 거다. 울릉도에는 이 섬바디가 어디를 가나 눈에 띄었다. 대부분 꽃대가 1m는 족히 될 정도로 길게 뻗어서 꽃을 피웠다. 이름 앞에 '섬'자가 붙는 식물은 주로 울릉도에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동구릉에서 도둑놈의갈고리 씨앗을 겨우 하나 찾아서 신기해 서로 보려고 했었는데, 이곳 성인봉에는 종아리를 스치는 알록달록한 꽃은 전부 도둑놈의갈고리이거나 파리풀이다. 거기다가 그렇게 귀하게 보았던 선글라스 쓴 모양새를 하고 있는 도둑놈의갈고리 씨앗은 아예 안경점을 차렸다. 이 또한 숲이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목격되었다.

큰두루미꽃. 성인봉 등반길에 많이 보였다.
 큰두루미꽃. 성인봉 등반길에 많이 보였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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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의 경사면을 전부 덮은 일색고사리 군락지는 장관이었다. 고비인줄 알았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울릉도 성인봉에서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것은 일색고사리라고 했다. 헉헉 숨차게 오르는 발걸음에 잠시 쉼을 주는 광경이었다. 또 하나 성인봉에 많았던 것이 큰두루미꽃 열매였다. 연두색 잎이 둥글고 몽탁한데 진주알 만한 붉은 주아를 달고 있었다.

섬말나리와 섬현호색은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인데 멸종위기에 놓여 있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생태복원 노력에 주력하고 있단다. 섬말나리 서식지에서는 열매를 맺은 섬말나리는 만났는데, 섬현호색은 보지 못했다. 아니 섬바디(돼지풀) 잎과 너무 흡사해서 구분을 못했을 수도 있다. 성인봉에는 천연기념물 원시림이 있어서 힘든 중에서도 눈이 즐거웠다. 천연식물, 보호식물들이 많았다.

비탈을 덮은 송악, 아이비를 닮았다. 잎이 빳빳하고 윤이 났다.
 비탈을 덮은 송악, 아이비를 닮았다. 잎이 빳빳하고 윤이 났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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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 독활이라고 하는 땅두릅나물 열매를 봉래폭포에서도 보았는데 추산에도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독활의 열매는 불꽃놀이 할 때 하늘을 둥글게 수놓는 것처럼 생겼다. 색은 연한 연두색이었고, 까맣게 익어가는 것도 보였다.

태화리 울릉등대와 근처 숲길에서는 특히 송악과 해국이 눈길을 끈다. 태화리 등대 근처에 KBS 인간시대에 나왔었다는 노부부집 마당에는 천궁, 익모초, 엉겅퀴와 돼지풀 등등이 제각각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천궁은 섬바디와 닮아 있다. 섬바디인가 해서 물으니 천궁이라고 했다. 섬바디 보고는 천궁이냐고 물었더니 돼지풀이란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섬바디를 돼지풀이라고 했다. 그건 소나 돼지가 먹는 풀이라고 못 박는다. 천궁이나, 전호, 섬바디는 모두 산형과(미나리와 비슷한 모양들)에 속해 있어서 구분이 쉽지 않다.

해국. 특히 태화리 해안선 숲길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해국. 특히 태화리 해안선 숲길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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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에서 딸이 벌레에 세 곳이나 물려서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자꾸 긁는다. 근처 쇠비름을 찾아 이겨서 발라 주었다. 또 실험이다. 이번에도 성공을 했다. 부풀어 오른 것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지만 가렵지 않아서 부풀어 올랐는지 느끼지 못하고 물린 것을 잊게 되었다. 응급처치 약으로 제격인 셈이다. 아무래도 쇠비름 예찬론자가 되게 생겼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야생식물들을 울릉도에 와서는 뇌리에 박히도록 보았다. 계속 보게 되니 저절로 복습이 된다. 꿈에서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쌍둥이들 같은 천궁, 섬바디, 섬현호색, 전호와 당귀는 빼고.


태그:#울릉도, #섬식물, #섬엉겅퀴, #섬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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