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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공대위는 5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앞에서 공탁을 철회하고 일방적인 강제사업 시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팔당공대위는 5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앞에서 공탁을 철회하고 일방적인 강제사업 시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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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지를 강제수용하는 절차인 공탁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우리는 이제 한 발짝만 물러서면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거나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길 밖에 없다. 이순신 장군이 아직 배가 13척 남아 있다며 마지막 정의를 불태웠듯이 우리도 내일, 또 모레 팔당에서 유기농사를 계속하는 그날까지 유기농지를 보존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유영훈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이하 팔당공대위) 위원장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팔당공대위는 1년 4개월여 동안 숱하게도 싸웠다. 팔당에서 국회의사당 앞까지 걸어가 유기농단지를 보전해달라는 뜻을 전했고, 20일 가까이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농민들 전체가 3보 1배를 하며 청와대 앞까지 가기도 했다. 이런 농민들의 저항으로 4대강 사업은 아직까지 팔당 유기농지에서 한 삽도 뜨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하 서울국토관리청)은 4대강 사업 한강 9공구 조안면 유기농단지에 대한 공탁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 2일 공탁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서울국토관리청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법원에 넘기고 4대강 공사를 시행할 권한을 얻었다.

이는 강제철거인 행정대집행을 실시할 수 있는 마지막 절차를 마친 셈이어서 팔당 농민들은 "사형선고를 받은 심정"이라며 절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팔당공대위에 따르면 서울청은 행정대집행을 최대한 앞당겨 1개월 후 집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명박 장로님에 대해 답답함과 분노가 끓어오른다"

5일 오후 1시 30분 팔당공대위는 한강 9공구 시행청인 서울국토관리청 앞에서 공탁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일방적인 강제 사업 시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팔당농민들을 비롯하여 각 시민사회, 종교계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를 하는 동안 서울국토관리청 앞에는 경찰 병력 50~60여 명이 배치됐다.

170일 가까이 팔당유기농단지 보전을 위한 단식기도를 하고 있는 김선구 용진교회 목사는 "지금까지 벼랑 끝 농민들과 운명을 같이 하는 심정으로 기도해 왔지만 이명박 장로님은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편집증적인 아집으로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답답함과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밀려가는 것 같지만 긴 역사의 흐름으로 볼 때 이건 지는 게 아니다"라며 "유기농단지 앞 북한강을 바라보면 물살이 바람을 타고 거꾸로 일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 물은 여지없이 바다로 향한다"고 말했다.

남양주가 지역구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팔당 유기농단지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처럼 자본으로 주민들이 아닌 타의에 의해 제시된 것이 아닌 우리 지역의 역사"라며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여러분들과 힘을 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팔당공대위 서울청장과 면담 후... "허탈"

5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팔당공대위를 서울청 관계자가 제지하고 있다.
 5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팔당공대위를 서울청 관계자가 제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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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2시경 유영훈 위원장과 농민 3명, 김선구 목사, 조해인 천주교 의정부 교구 신부 등 6명이 집회 전 신청한 이명노 서울국토관리청장과의 면담을 위해 서울청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입구에서 서울청 관계자들이 "김선구 목사와 조해인 신부는 남양주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성이 없어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았다. 이에 팔당공대위 관계자들은 "팔당공대위와 함께 단식기도를 계속 해오신 분들인데 왜 안 되냐"며 항의했다.

서울국토관리청 정문에서는 집회 참가자들 수십 명이 "목사님과 신부님을 들여보내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들어가겠다" 뛰어들었고, 이를 막는 경찰들과 문 앞에서 충돌이 일기도 했다. 그렇게 30여 분간 정문과 서울청 건물 앞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팔당공대위와 서울청 관계자들간에 고성이 오갔다.

서울청으로 들어가려는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정문 입구에서 대치하고 있다.
 서울청으로 들어가려는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정문 입구에서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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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최재성 의원이 "행정의 아량을 보여 달라"며 중재에 나섰고, 이어 최 의원의 보좌관까지 나서 오후 2시 30분경 김선구 목사와 조해인 신부를 포함한 6명은 서울국토관리청장과 면담을 위해 건물로 들어갔다.

1시간 정도 면담을 마치고 집회장소로 돌아온 유영훈 팔당공대위원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유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이라는 괴물은 우리가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국토관리청이 공탁을 철회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딸기 농사만이라도 할 수 있게 내년으로 재집행 시기를 유예해달라고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의 선택만 남았다.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인지, 포기를 할 것인지 농민들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세 서울지방국토관리청사 남한강살리기사업팀장은 청장과 팔당공대위와의 면담 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업을 계속 유예할 수 없다, 공탁은 법적인 절차에 의해 시행될 것이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준공기한이 2011년 말까지라 공정상 문제와 이미 (농지에서) 철거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제수용 여부에 대해 "아직 철거가 안된 부분(시설 및 농작물)에 대해서는 강제 집행을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행정대집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1개월 후면 가능하다'고 밝힌 사실에 대해서는 "서울국토관리청에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언론이 잘못 보도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1개월이 걸릴지 2개월이 걸릴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난 뒤 팔당공대위 사람들과 농민들은 "다시 그리운 팔당으로 가자"며 대절한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5일 오후 1시 30분 팔당공대위는 한강 9공구 시행청인 서울국토관리청 앞에서 공탁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일방적인 강제 사업 시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었다.
 5일 오후 1시 30분 팔당공대위는 한강 9공구 시행청인 서울국토관리청 앞에서 공탁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일방적인 강제 사업 시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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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치만 인정해 줬어도 이 정도까지는 안 왔을 것"
[인터뷰] 집회현장서 만난 노태환 농부(47)
집회 현장에 있던 노태환 농민
 집회 현장에 있던 노태환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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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친환경 농사의 원칙을 만들어가며 유기농업의 발전을 이끈 팔당 농민들. 그들은 지금 30년간 일구어 놓은 흙을 떠나 1년 넘게 정부와의 힘겨운 투쟁의 전면에 서있다. 보상 때문이 아니다. 땅에 대한 사랑과 유기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무참히 꺾였기 때문이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노태환 농부(47)는 양수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지금까지 27년동안 농사를 지었다. 현재 양수리에서 딸기와 각종 채소 농사를 짓고 있다. 유기농업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고 있는 많지 않은 농부 중 한 명이다.

- 1년 4개월째다. 이렇게 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나.
"이렇게 싸움의 전면에 서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일구어낸 유기농업에 대한 가치만 인정을 해주었어도 이정도 까지는 안 왔을 것이다. 싸움이란 게 사실 그렇다. 사냥할 때 데리고 다니던 개도 잡아먹을 때는 '수고했다' 하고 머리 쓰다듬어 주는 게 인지상정인데, 정부는 그동안 유기농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우리들을 처참하게 짓밟으면서 내쫒았다. 어떤 좋다는 사업이라도 (이런 방식이라면) 인정을 못할 것이다."

- 정부는 팔당 유기농단지가 수질 오염원이라고 했는데.
"팔당 유기농단지가 오염원이라는 불명예를 우리에게 안긴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국가로부터 인정받던 유기농업의 가치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한 순간에 바뀌나. 보상이나 대체부지로 이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유기농업이 오염원이라는 사실로 인식이 생겼다. 유기농 전반에 대한 인정을 다시 받기 전까지 유기농업은 공격을 받을 것이다. 원위치로 돌려놓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50평생을 유기농업에 바쳤다. 팔당과 유기농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줄로 안다.
"유기농단지는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특징과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유기농업이 이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수도권에서 얼마 남지 않은 농업지역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 우리는 생협과 교류하면서 지역 안의 관계를 만들기 때문에 그 가치는 일반 농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

- 정부는 팔당에서 세계유기농대회와 관련된 지역은 2%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국을 기준으로 팔당 유기농지역을 비율로 계산하면 미비한 수치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전체로 계산하는 퍼센티지는 의미가 없다. 팔당 지역의 70% 이상이 유기농업지역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팔당은 유기농업의 시작이며 철저한 유기농업의 원칙을 쌓아온 곳이다."

-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업을 하던 자리에 공원과 자전거 도로가 생기는데.
"지금도 양수리에만 공원이 10만 평이 있다. 이 공원들도 쓰임이 없이 놀아나고 있다. 생활권의 보장이 없는 개발은 필요 없다. 일부 찬성하는 주민들은 요식업을 하는데 그들은 4대강 사업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양평 두물머리는 공탁 처리로 가는 몇 가지 과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기에 따라서는 남양주 진중리, 송촌리 행정대집행과 함께 (공탁을) 순식간에 밀어붙일 수 있다. 우리는 쫒겨날 때까지 농사를 지을 것이다. 땅을 지키고 농사를 계속 짓는 길 밖에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 너무 오래 흙으로부터 떨어져 있다.
"우리는 생협과 약속한 바가 있기 때문에 하루에 출하해야 할 양은 보낸다. 오늘도 다섯시에 일어나 일을 하고 여기에 왔다. 그런데 사실 요새 농사일이 엉망이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농사를 지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덧붙이는 글 | 안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팔당, #유기농업, #공대위, #공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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