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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여희광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시가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를 기부채납 받아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생가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아 차량 교행이 되지 않는 등 불편이 많아 진입로를 넓히고,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데 총 100억 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된다"고 덧붙였는데요.
 
지난 2007년 동구의회에서 제기된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보전'에, 동구청이 관광자원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대구시에 진입로 개설 및 주차장 조성 등을 위해 9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었는데요. 당시 대구시는 시민 여론과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했었습니다. 그랬던 대구시가 생가를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입니다.

 

대구시가 갑자기 팔을 걷어붙이고 생가보전에 적극 나선 것에 대해, 대다수 언론들은 '사위 기업 SK 투자 유치'를 위한 '대구시-SK그룹 관계개선'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사위기업 SK에 투자 기대?

 

 

이번 일에 대해 대구시는 '지역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매일신문> 8월 2일)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대구에 SK그룹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속내도 부인하진 않았습니다. 많은 언론들이 "솔직히 이렇게 하면 SK가 대구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대구시 여희광 기획실장의 발언을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장녀 노소영씨의 남편은 현재 SK그룹 최태원 회장이며, 김범일 대구시장은 미디어예술전문가인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인 노소영씨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특임교수로 추천까지 해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대구시의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보존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특히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적용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선 1997년 4월 신문을 찾아봤습니다.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2·12 및 5·18사건과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사건 상고심에서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노씨에게 징역 17년형을 확정합니다. 즉 전두환, 노태우씨에게 군형법상 반란 및 내란죄를 적용해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재임 중 재벌총수 등으로부터 각각 뇌물로 받은 2205억 원과 2629억 원을 추징금으로 선고한 것이죠.

 

이를 통해 전, 노씨는 전직 대통령 지위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전직대통령에 예우에 관한 법률' 7조(권리의 정지 및 제외 등) 2항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경호와 경비'를 제외하고,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97년 12월 22일, 노태우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복권 됩니다. 하지만 사면복권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97년 12월 21일에는 당시 법무부 유권해석을 실었는데요. 이 신문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사면복권되더라도 형집행 면제와 공민권 즉 국가 또는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만 회복될 뿐, '대통령 예우'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직시 받았던 무공훈장과 각종 서훈, 서훈에 따른 혜택도 회복되지 않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구시가 주장하는 '지역 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쉽게 성립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대구시가 주장하는 바를 반드시 법률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부분들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같은 법 5조 2(기념사업 지원)조항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민간단체 등이 추진하는 경우에는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라고 제시돼 있지만, 현재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생가 보전 등'을 위해 움직이는 민간단체도 없습니다.

 

대구시 부채 '위기수준'... 예산 100억 원은 어디서?

 

이렇듯 대구시의 노 전 대통령 생가보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대구시가 이에 필요한 예산 100억 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시민여론이 어떤지 현재까지 분명하게 조사된 바는 없습니다. 8월 첫 주가 휴가철이라 지역시민사회단체 반응도 뜨뜻미지근한 편인데요.

 

일단 대구시 부채율을 보면 100억 원의 예산을 마음대로 집행할 만큼 여유롭지 않습니다. <매일신문> 7월 16일 기사에 따르면 대구시는 2009년 말 기준으로 2조 6900억 원대의 부채 규모에 '안정-위험수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쨌든 시는 매년 500억~1천억 원씩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를 졸라매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뚜렷한 예산 마련 계획도 없으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복원'을 위한 예산 100억 원은 어떻게 준비하겠다는 것인지, 이것이 낭비성 또는 투자성 예산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역사 앞에 부끄러운 지역인물'을 위해 세금을 사용하는 데는 최소한 시민들의 동의절차라도 거쳐야 하는 것 아닐까요?

 

노태우 생가, 굴욕적 한국 현대사 '교육장'


대구시는 역대 대통령 생가는 모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2007년 9월 <서울신문>의 '전·현직 대통령 생가 르포' 기사에 따르면 고 최규하 대통령의 생가는 현재 존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강원 원주가 고향인 고 최규하 대통령 생가터에 2000년 원주시립박물관이 들어서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며 "박물관에도 유물이나 생가에 대한 자료가 없어 박물관이 최 전 대통령의 생가 터라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고 보도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는 현재!

팔공산 자락인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 안에 있는 노 전대통령의 생가는 터 466㎥, 건평 76㎥규모로 1987년 취임 직전까지는 모친이 거주했으며, 1992년 퇴임 이후 사실상 버려진 상태로 방치돼 왔다. 지난 6월 22일에는 노 전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와 아들 재헌씨가 찾아와 생가 앞에 실물 크기의 동상을 세우고 돌아갔다.

 

2.3㎞에 이르는 진입로 개설에 87억, 주차장 조성과 생가 보수 등에 10억 등 모두 1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필요할 예정이다. - <한겨레신문> 2010년 8월 2일자 중 일부

생가 복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모 등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전직 대통령 예우도 박탈당하며 한국 현대사에 부끄러운 한 획을 그은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를 다른 대통령과 달리 한국현대사 교육현장으로 꾸미면 어떨까요?

 

12.12 군사반란, 518 계엄확대 조치, 국헌문란행위, 폭력에 의한 정권 장악 행위 등등. 부끄러운 한국현대사 중심에 있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 이곳에서 태어나다.   

덧붙이는 글 | 허미옥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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