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스틸컷

▲ 인셉션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001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영화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단지 두 번째 장편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 나왔던 <인썸니아>는 분명 <메멘토>보단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메멘토>에서 보여주었던 천재적인 감각이 <인썸니아>에서 크게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던 2002년 <인썸니아> 이후 3년이 지난 후에 다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가 있게 해준 <배트맨 비긴즈>였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자신의 색을 가지고 있는 감독 중에 한명으로 기억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 그가 연출한 모든 작품들은 아트 블록버스터로 불린 <다크 나이트>를 위한 준비단계였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크 나이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진화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본보기였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감독인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에 잘 녹여 내는 감독으로 확고한 이미지를 다진다. 한마디로 관객과 평론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말 몇 안 되는 감독 중에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 만들어진 영화 중에 톱에 놓아도 아깝지 않은 영화 <다크 나이트>도 이 영화를 위한 전초전에 지나지 않았단 생각이 든다. 바로 <인셉션>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왜 전 세계 언론들이 극찬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직접 영화를 확인하고 나면 전율 같은 것이 느끼질 정도다. 앞으로 할리우드 영화는 <인셉션>이란 영화를 기점으로 하여 진보할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매트릭스> 시리즈가 한 동안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인셉션>이 할리우드 영화에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인셉션>은 무엇보다도 위에서 이야기한 관객과 평론가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해도 아깝지 않다. 단지 감독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라 관객들도 충분히 배려했단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즐길 요소들이 넘쳐난다.

여기에다가 평론가들로부터 최고라는 극찬을 받아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작품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 모든 것에서 밸런스가 완벽하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이 작품이 어떤 흥행 기록을 남기더라도 앞으로 영화 연출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범적인 연출 방향을 제시한 영화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

상상력의 극대화 <인셉션>

인셉션 스틸컷

▲ 인셉션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셉션>은 상상력이 극대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이야기들은 꿈과 현실, 그리고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애매모호한 상황 설정이다. 이런 설정들을 통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영화로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을 어떤 한 곳에 가두어 놓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뛰어난 시나리오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단 것이다. 결국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여러 가지 주제들을 차근차근 잘 풀어 놓고 있다.

<인셉션>은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타인의 꿈을 통해 생각을 조절하는 최고 능력자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억울한 누명이 씌워진다. 바로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 최고 전문가에서 살해범으로 쫓기고 있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사이토(와타나베 켄)이다.

그가 코브를 누명에서 벗겨주는 대신 내건 조건은 자신의 회사를 합병하려는 회사의 후계자의 생각 조작이다. 기업 합병을 막기 위해서 후계자의 꿈에 침투해서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심어 놓는 것이다. 코브는 아서(조셉 고든-레빗),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 페이크 맨 임스(톰 하디), 유서프(딜립 라오)와 팀을 이루고 목표인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피셔의 꿈속으로 침투한 코브의 팀이 부딪치는 현실이다. 꿈이란 것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 현실적인 부분이 아니다. 잠을 자면서 꿈꾼다는 것 자체가 어떤 환상이나 욕망을 그려내는 인간적인 측면이 있다. 잠재적인 의식이 꿈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인셉션>은 멋지게 차용하고 있다. 꿈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련의 사건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식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작용을 의미한다. 결국 꿈이란 비현실적인 부분이 어떤 부분에서는 현실이 되고 어떤 부분에서는 의식의 경계가 되고 있다.

이런 경계에서 <인셉션>은 우리가 믿고 있던 현실이란 것과 비현실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작용은 다름 아닌 코브의 존재에 대한 영화 시선이다. 처음 영화 보면서 코브에 대한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후미로 가면 갈수록 과연 코브란 인간이 존재했는지 혹은 단지 어떤 상상인지 모든 것이 애매모호해진다.

결국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코브의 존재 자체가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영화에서 보여준 모든 이야기들이 실제 현실인지 혹은 꿈인지 아니면 현실과 꿈을 오락가락한 건지 관객들이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만든다. 단지 영화가 코브의 집에서 종결되기만 할 뿐 그 모든 것들에 대한 해답은 영화를 본 개개인이 판단해야만 하는 것이다.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의 극대화를 최대치로 이용했단 의미다.

이런 상상력에 감독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주제를 절묘하게 맞물려 놓았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여러가지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이 영화 전반에 넘쳐 나고 있다. 꿈이란 매개체를 통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식과 무의식, 기억이란 것에 대한 의미,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촘촘한 플롯을 통해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에서 한 장면도 그냥 버릴 것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얼마나 치밀하게 이 작품을 준비했는지 알게 해준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세트와 CG효과를 극에 맞게 완벽하게 사용

인셉션 스틸컷

▲ 인셉션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셉션>에 대해 또 한 가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꿈과 현실에 대한 문제를 어렵지 않게 잘 풀어내면서 다수의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작품 완성도와 철학적 구조뿐만 아니라,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여러 부분들을 완벽한 세트와 CG로 표현해낸 감독의 노력이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든 세트와 CG는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면서 작품 완성도를 완전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있다.

평론가들에게 영화의 철학적인 문제가 중요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것들이 단지 지루한 이야기와 함께 동반된다면 관객들은 쉽게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철학적으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야기에 완벽한 세트와 CG를 사용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함께 주고 있다. 영화가 단순히 감독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감독의 의지와 함께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배치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영화 세트와 CG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계관과 비주얼적인 완성도, 관객과 평론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성까지, <인셉션>은 영화가 가지고 있어야 할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세계관이 뛰어나도 관객들이 즐기지 못한다면 상업영화로서 가치는 없다. 아무리 관객들에게 사랑 받아도 평론가들에게 평범한 블록버스터로 취급받는다면 좋은 감독이 되기는 어렵다.

이 모든 것들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은 영화의 미래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상상력과 철학적인 세계관,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까지 완벽하게 버무린 2010년 문제작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즐거운 일일 것이다.

끝으로 <인셉션>은 단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다. 영화에서 보여준 모든 것들이 받아들이는 관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대단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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