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13일 시사회를 통해 <인셉션>을 관람한 후 이 영화를 간단하게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재밌다'고 해야할지 '재미없다'고 해야할지 말이죠. 너무 이분법적인 생각일까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들보다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참 대단한 영화다!'라는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그가 창시한 정신분석학을 통해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라고 했습니다. 당시의 심리학이 측정 가능했던 환경적 요인이나 외부조건에만 치중했을 때 프로이트는 경험을 통해 형성된 인간의 무의식에 주목했고 이러한 무의식으로 가는 것의 왕도는 바로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인셉션>은 프로이트가 말했던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인 꿈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의도된 의식을 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를 통해 다른 이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빼올 수 있는 미래사회.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인 동시에 생각을 훔치는 도둑이기도 합니다.

어떠한 '사건'때문에 범죄자로 여겨져 자신의 나라에서 도망쳐 떠도는 코브. 언제나처럼 다른 회사의 의뢰로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생각을 빼내려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그에게서 흥미로운 제안을 받게 됩니다. 바로 남의 무의식에 의도된 의식을 심는 '인셉션'을 제안하는 것이죠.

거래내용은 코브의 조국으로 무사히 돌아가 그의 자식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코브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 후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동료들을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하고 목표대상의 무의식을 향해 들어가게 됩니다. 영화 '인셉션'의 본격적인 시작이지요.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프로이트와 영화 <인셉션>

@IMG@

앞서 말했듯이 영화 <인셉션>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여겨집니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이 성욕과 관련이 있어서 꿈은 대부분 욕구의 표현이라고 했지만 <인셉션>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노골적인 표현을 자제합니다.

아마도 '설계된'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노골적으로 표현을 안 했다는 것이지 코브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아내 맬(마리옹 꼬띠아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통해 죄책감과 사랑의 욕구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실 영화 속에서는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얘기만 나오지만 프로이트는 또 하나의 정신의 영역을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전의식'이지요. 의식처럼 바로바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의식처럼 완전히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 생각하려고 노력하면 인식되는 의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한 인물이 '꿈의 꿈'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라는 강요를 받자 그 인물은 한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런 것이 일종의 전의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더 프로이트와 <인셉션>을 비교해 보자면 프로이트는 처음에는 최면술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적 갈등을 치료하려 했지만 나중에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자유연상 기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는 <인셉션>이 약에 취한 사람의 무의식에 꿈을 통해 들어가려는 방법과는 조금은 다른 것이죠. 다만 환자의 각성상태에서 자유연상을 통해 꿈의 내용을 듣고 환자의 무의식을 탐구하려했던 프로이트와 역시 꿈을 통해 무의식속으로 들어가려한 인셉션의 의도는 결과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프로이트는 인간의 심리, 성격을 '리비도', '이드', '에고', '슈퍼에고' 등으로 나누었다고 하는데 <인셉션>에서는 이 부분을 크게 다룬 것 같지 않아서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가 있어 가능했다... '설계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IMG@
<인셉션>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16살 때부터 구상한 영화라고 합니다. 그가 "이전의 영화들은 이 영화를 위한 전초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깊은 영화지요.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가 없었다면 영화 <인셉션>은 세상에 나타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놀란 감독이 그의 이전 작품들인 <메멘토> <다크나이트> 등에서 보여주었던 인간 내면 깊숙이 자리잡은 본성을 탐구하던 모습이 이번 영화 <인셉션>에서 완연히 만개한 모습입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다크나이트>에서 느꼈던 '조커'에 의한 카타르시스를 이번 영화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놀란 감독의 연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영화가 의도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기에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전 그의 영화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놀란 감독은 복잡한 이야기를 관객이 되도록면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능력이 탁월한 감독입니다. <인셉션>의 경우 꿈, 꿈속의 꿈, 꿈속의 꿈의 꿈이 복잡하게 이어져 있고 코브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그의 아내 맬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면서 영화를 봐야하기 때문에 자칫 중간에 관객이 끈을 놓쳐버릴 경우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놀란 감독은 관객들이 그 끈을 놓치게 하지않기 위해 압도적인 영상미로 관객을 잡아둡니다. 전작 <다크나이트>에서도 그랬지만 <인셉션> 또한 최대한 CG를 사용하지 않고 실사촬영으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관객이 느끼는 스펙터클함은 그 이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크나이트>에 이어 이번에도 영화음악을 맡은 거장 한스 짐머가 없었다면 특유의 분위기가 잘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잡한 이야기구조를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탁월한 편집이 없었다면 놀란 감독이 아무리 현장에서 연출을 잘했다고 해도 영화가 이토록 잘 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완벽한 캐스팅! 탁월한 연기!…또 하나의 이정표 세운 <인셉션>

@IMG@

코브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재적소의 인물배치를 보여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디카프리오의 아내 맬 역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의 매력은 영화전체를 침식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치명적이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감정 표현을 유연하게 함은 물론 미스테리를 간직한 눈빛, 때로는 섹시하고 때로는 사랑스러우며 때로는 끝없는 슬픔이 느껴지는 눈빛을 볼 때면 그녀의 꿈 속으로 같이 빠져들고 싶은 욕망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녀외에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역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으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그 누구보다도 충실히 해주었고 영화 <500일의 썸머>를 통해 친숙한 조셉 고든 레빗은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를 통해 멋스러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덧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본배우 와타나베 켄도 그만의 카리스마를 잘 보여주었고 영화 <주노>의 엘렌 페이지는 영특함과 상큼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크나이트>에서도 등장했던 배우들인 킬리언 머피와 마이클 케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IMG@

올 여름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전 세계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셉션>. 서두에 한번 말했듯이 이 영화에 대한 판단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지적인 쾌감은 극대치로 제공하지만 가슴 속에서부터 오는 카타르시스는 조금은 부족하다고 해야할까요?

하지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이 영화를 올 여름에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할리우드 영화, 아니 전 세계의 영화계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의 연출력과 기술력, 자본력, 연기력 등이 하나로 뭉친 영화가 바로 <인셉션>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인셉션>은 <매트릭스>가 이루어냈던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의 기준을 확립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홍보문구로 삼은 '영상혁명'이라는 점은 분명 <매트릭스>만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인셉션>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 프로이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