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의 쇼트트랙 비리 사실을 담은 대한체육회(KOC) 특정감사 결과가 지난 8일 발표되자 누리꾼들은 "스포츠 정신의 실종(황소정, 다음)"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누리꾼 정효주씨는 '네이트'에 "운동에서까지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은 실력이 있어도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구나. 꿈을 가지면 뭐해, 일장춘몽인 것을…"이란 글을 남기며 '페어플레이' 정신이 강조되는 스포츠에서마저 실력이 아닌 다른 요소로 국가대표가 되고 경기에 출전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신은이씨 역시 "우리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오노도, 다른 나라 선수도 아니고 바로 그들의 스승이었다"며 선수들에게 강압적 지시를 한 코치진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짧은 단어 하나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누리꾼도 있었다. 홍지석씨는 "짜고 고스톱 치는 더러운 세상"이란 비판 뒤에 "캭=3 퉷!!"라는 단어를 붙여 이번 빙상연맹 비리 사건을 얼마나 불쾌하게 느끼고 있는지 드러냈다.

"문제는 실질적 권력 행사하는 빙상연맹 지도부에"

 이정수 선수가 코치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불참 사유서.

이정수 선수가 코치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불참 사유서. ⓒ .

일각에서는 특정 선수나 코치의 잘못이 이번 비리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 장영록씨는 쇼트트랙 비리를 보도하는 기사에 "문제는 선수와 코치가 아닌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는 빙상연맹 지도부에 있다"며 "이곳에 초점을 맞춰야 감사다운 감사가 시행될 수 있고 깨끗한 물갈이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장씨의 의견에 여러 누리꾼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아이디 '달려야한다'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맹이 썩었는데 자체 정화가 되겠냐?"며 빙상연맹 자체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번 빙상연맹 비리 파문이 코치진 징계 수준에서 끝나는 '꼬리 자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누리꾼 박민희씨는 "꼬리라도 잘렸으면 다행이지, 도마뱀처럼 다시 꼬리가 자랄 것"이라며 "빙상연맹 코치, 부회장, 회장을 다 잘라도 변할까 말까"라고 꼬집었다.

빙상연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전재목 코치가 불러주는 대로 불출전 사유서를 작성했다고 고 고백한 이정수 선수를 응원하는 목소리 또한 이어지고 있다.

이 선수 개인 홈페이지에는 누리꾼 수십 명이 방문해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을 아줌마 팬이라고 밝힌 이은희씨는 "파벌 진실을 말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가장 최고의 위치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갈 수도 있는데 용기 내 진실을 말해준 이 선수가 고맙고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강세희씨도 "누군가는 불합리를 알려야 했는데 그게 이 선수가 됐다"며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이 선수가) 자랑스럽다"며 이 선수를 응원했다.

코치가 선수 출전 막고, 국가대표 자리 나눠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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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한체육회(KOC)는 지난 8일 "2009~2010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일부 코치와 선수들이 다 같이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돼 모두가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협의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빙상연맹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밴쿠버올림픽 2관왕 이정수(단국대) 선수가 3월 소피아세계선수권 대회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전재목(37) 대표팀 코치의 강압적인 지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 코치가 본인이 지도한 곽윤기 선수의 메달 획득을 위해 이정수, 김성일(단국대) 선수 등에게 경기 불출전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빙상연맹은 그동안 이정수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종목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선수 본인이 오른쪽 발목 통증을 이유로 불출전 사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감사 과정에서 이정수, 김성일 선수는 전 코치의 강압적 지시에 의해 전 코치가 불러주는 대로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불출전 사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정수 선수는 개인전 불출전 강압이 전 코치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고 대한체육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안현수 선수 아버지가 제기한 비리, 사실이었다

이번 '쇼트트랙 비리 파문'은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3관왕을 차지한 안현수(성남시청)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53)씨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안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53)씨는 3월 24일 안현수의 인터넷 팬카페에 "이정수가 부상이 없는데도 코치와 연맹 임원이 의도적으로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는 글을 올렸다.

안씨는 이어 3월 26일에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표팀 코치진과 빙상연맹의 담합비리에 대해 폭로를 했고, 이를 접한 대한체육회가 3월 30일부터 4월 7일까지 빙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에 들어갔다.

대한체육회의 감사를 통해 빙상연맹의 비리가 드러나자 박성인(72) 빙상연맹 회장은 "국민께 면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에 "2010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개인전 불출전 외부강압에 대한 자체 조사가 불가할 경우 연맹 명의로 형사고발 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빙상연맹의 쇼트트랙 비리가 드러난 가운데 23일과 24일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릴 예정인 2010~2011년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쇼트트랙 빙상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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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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