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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으로 거의 단정하고 있다. 지난 5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그는 "북한 잠수함정의 어뢰공격에 의해 침몰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말하고 이에 상응한 군사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대북 무력 보복을 반대한다면 그런 국민은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조갑제씨는 무력보복을 반대하는 국민이 노예라고 주장했지만 진짜 노예는 자신임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 극우세력의 전쟁 광기가 심각하다.

 

전쟁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조갑제씨가 비판하는 사람은 10년 좌파정권을 끝내고 그토록 바랐던 보수정권을 만든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공격으로 단정하지 말라고 자주 말한다. 지난 2일 천안함 관련 국회긴급현안질의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어뢰 공격이 더 실질적"이라고 말한 후 김태영 장관에게 "장관님 VIP께서…"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 <노컷뉴스>에 잡혔다. 물론 청와대는 VIP는 대통령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청와대가 북한 어뢰 공격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에 제동을 건 것은 분명하다.

 

조갑제씨는 자신은 북한으로 몰아가고 싶은데 자꾸 대통령이 제동을 거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지난 2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 북한군의 도발이었음을 추정하게 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대통령만이 '증거가 아직 없다'라고 우기는 일은 무엇보다도 사실이 아님으로 중단해야 한다. 이명박씨가 김정일의 변호사역을 맡고 싶으면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해야 한다"고 맹비난했었다.

 

조갑제씨를 화나게 한 것이 또 일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6일 국무회의에서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장(박정이 합참 전략본부장, 중장)을 민간 전문 인사로 교체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군이 맡고 있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책임자도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민간 전문 인사가 맡도록 해야 한다. 국방부는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라.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그렇게 결론이 나야 그 결론을 근거로 우리 정부도 단호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조갑제씨는 6일 <조갑제 닷컴>에 올린 <국군의 존재이유를 부정한, 이 대통령의 이상한 지시>라는 글에서 "'천안함 사건 조사 지휘를 민간인에게 맡기고 외국인을 조사에 공동참여시켜라'. 국군에도 사회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건가? 국군의 권위와 장교단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국방장관은 항의 사표를 내라!"고 촉구했다.

 

조씨는 "국군통수권자가 전세계를 향하여,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우리 군은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사할 능력도 도덕성도 없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6·25 남침과 월남전쟁을 치른 세계적 강군을 이런 식으로 욕보일 순 없다"며 "한국의 모든 조직 가운데 가장 신뢰도가 높은 국군이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이어 "함정이 침몰한 사건, 그것도 북한군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의 조사를 민간인이 군대를 지휘하여 한다는 것은 군인이 민간선박이 관련된 해난사고 조사를 지휘하는 것보다 위험한, 군대의 존립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심지어 "'군대 안 간 대통령의 군대 무시'라는 생각이 장교들 사이에 확산되는 것은 국가적 위기를 부르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까지 퍼부었다.

 

또한 국제전문가들에게 명시실상부한 공동조사의 참여자로 삼아야 한다고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국방문제를 외국인에게 맡기는 사대주의이자 일종의 주권 포기"라며 "자기 나라 국방 문제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아 해결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몽상이요, 노예근성이요, 자주성의 포기를 뜻하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민간인들과 외국인들이 발언권을 행사하는 조사에선 국군의 주체적 판단이 배제되고 한국의 국방과 관련 없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져 북한 측의 도발임이 확실하여도 의견의 일치를 이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쟁으로도 갈 수 있는 크나큰 안보사건 조사에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행위는 국가이익에 심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제전문가들이 참여하면 북한 공격설이 묵살될까봐 어떻게든 천안함 침몰원인을 북한 공격으로 몰아가려는 애쓰는 모습이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의 이런 전례 없는 행동에서 국군에 대한 반감마저 느껴진다"며 "천안함 조사에 대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려면 지금 군이 하는 대로 맡겨두고 청와대가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국군 통수권자에게 천안함 침몰같은 엄청난 사간에 개입하지 말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통령이 진짜 화를 내야 할 대상은 "KBS, MBC, 연합뉴스 등 온갖 루머와 과장과 왜곡으로 국군을 흠집내고 사고책임을 북측이 아니라 군에 씌우려 드는 세력"이라며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들에게 단 한 마디 경고도, 항의도 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의 반군적이고 반언론적인 행위에 동조하고 있다"고 이 대통령과 북한 공격설에 신중한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의 비이성적이고 반국익적인 지시에 대하여는 김태영 국방장관이 결단을 내릴 때인 듯하다"며 "대통령의 지시가 국군의 존재이유와 국가의 권위와 국가이익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들어 항의하고, 사표를 던짐으로써 국군과 장교단의 명예를 수호하기 위하여 희생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영원히 사는 길이 아닐까"라며 김태영 장관에게 항명을 요구한 것이다.


태그:#조갑제, #천안함,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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