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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길이 큰 돌로 막혀 있는 모습.
▲ 길 차단된 기업도시 진입로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길이 큰 돌로 막혀 있는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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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인해 위기를 맞은 곳은 비단 세종시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중앙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 대신 세종시에 입주하는 대기업에 대한 특혜 등을 통해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로 수정안을 발표함에 따라 그동안 정부의 눈치만 보며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던 태안 기업도시 개발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름유출 최대의 피해자인 태안에 대해서는 56억 책임제한으로 사고를 마무리하려는 기름유출 사고의 가해자 삼성이 세종시에는 2015년까지 총 2조5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입주한다는 소식에 태안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세종시 수정안 태안기업도시 영향없다?

먼저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개념을 삼성, 한화, 웅진, 롯데 등 대기업을 유치해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로 전환하겠다는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태안 기업도시는 후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태안기업도시 시행을 맞고 있는 현대건설㈜와 현대도시개발㈜는 지난해 1번과 2번 골프장을 비롯해 콘도와 워터파크, 컨벤션센터 등을 조성하는 1단계 사업을 올해까지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편입용지 매입, 외부산토 반입 및 성토용 토취장 개발, 인허가 등 기반조성에 머무르고 있을 뿐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태안기업도시에 투자를 고려했던 기업들이 등을 돌릴 것으로 예상돼 개발에도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태안군청에서 열린 '제2차 기업도시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현대도시개발 대외협력부 관계자가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사업추진이 미진했다"며 "사업성 분석결과 긍정적 평가가 도출돼 내부결정이 완료되면 다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관심이 세종시 수정안에 쏠려 있고 혁신, 기업도시는 찬물 취급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기업도시의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의 상징인 현대건설을 되찾으려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정부의 세종시 유치 기업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어 현대기아차그룹의 세종시 입주가 확정될 시 9조 원이 투입되는 태안기업도시가 과연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참여정부 시절 결정돼 이미 기반조성사업을 마치고 1단계 사업착수에 돌입한 태안기업도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던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항간에는 현대건설이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느슨하게 공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경제위기 등을 핑계로 일단 골프장과 리조트 등 부대시설만 조성만 해놓고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응과 관련해 태안군 기업도시개발지원사업소 관계자는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정부자금으로 건설되는데 반해 기업도시는 기업의 의지가 중요한 만큼 전적으로 시행사인 현대건설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자꾸 정책이 바뀌어서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태안기업도시는 세종시 수정안과는 별개로 기업의 의지로 진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현대가 약속만 잘 지켜준다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이 관계자는 지난해 2개의 골프장 등 부대시설 인허가 건과 연계해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그는 "현대가 올해까지 1단계 사업을 완료한다고 해서 지난해 인허가를 내줬는데 진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3월 3년 임기의 국가임명직인 현대 사장이 바뀌었는데, 투자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현대가 1년에 한번 꼴로 사업성 분석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사업성 분석 결과를 보면 투자가치가 상당히 높게 평가된 만큼 국토부 등 관계부처를 다니면서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서포터 역할을 해 나가겠다"며 "1단계 사업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현대가 9조 원을 투입해 개발한다고 한 만큼 세종시 수정안과는 별개로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진태구 태안군수도 지난 14일부터 관내 8개읍면을 순회하는 연두방문 자리에서 기업도시와 관련해 1단계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절차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기업도시 추진이 정상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주민들에게 시사하기도 했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태안기업도시는 세종시 수정안과 별개로 추진하는 만큼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현대건설의 의지가 중요하고, 또 현대건설이 약속을 잘 이행하길 기대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칫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으로 정부의 관심이 온통 세종시 수정안으로 쏠린 시점에서 현대가 태안을 외면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기업도시는 물론 태안주민들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도시 부지 중 현대건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부지는 총 면적의 50.3%, 태안군에 기부체납하는 부지는 26.8%로 총 77.1%의 막대한 부지를 현대가 맡고 있고, 태안군이 분양할 수 있는 부지는 고작 22.9%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4대강 사업 중 낙동강 준설공사를 현대건설이 맡아 시행해 현재 태안 기업도시 준설공사는 중지된 상태다.

이런 실정으로 볼 때 태안은 현대의 기업도시 개발의지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세종시 수정안이 향후 태안 기업도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주민은 2월 말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도시 진입로 기공식과 관련해 "기업도시는 태안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업으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도시에 대한 추진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진입도로 기공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기업도시를 추진할 뜻과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대태안 지원 '백지화' 우려, 유류대책위연합회 비상

삼성의 세종시 입주로 대태안 지원은 위기에 봉착할 듯 하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태안 피해주민들이 삼성을 규탄하고 있다.
▲ 56억 책임회피하려는 삼성, 세종시에는 2조 투입? 삼성의 세종시 입주로 대태안 지원은 위기에 봉착할 듯 하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태안 피해주민들이 삼성을 규탄하고 있다.
ⓒ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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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의 2조500억 규모의 세종시 입주와 관련한 소식이 전해지자 태안의 반응은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 차고 있다.

기름유출 사고 이후 삼성은 태안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무공해 산업단지와 바이오산업, 제2의 에버랜드와 같은 관광레저 시설을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의 세종시 입주로 인해 태안군민의 이같은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해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이번에 삼성이 세종시에 입주하면서 유치하려는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등 차세대 사업은 이건의 전 회장의 지시로 이미 2007년 10월에 신사업팀까지 설치하며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름유출 사고 이후 삼성이 태안지역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진한다던 계획은 태안주민을 회유하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6억 책임제한만을 주장하며 기름유출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삼성에 대항해 올해부터는 투쟁방식을 달리해 투쟁과 함께 반드시 협상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힌 태안군 유류대책위연합회도 삼성의 세종시 입주와 관련해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과 맞물려있는 세종시 입주에만 온 관심을 쏟고 태안을 등한시하는 '태안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류대책위연합회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이후 유류대책위연합회도 비상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들어갔다"고 운을 뗀 뒤 "아무래도 삼성이 세종시에 2조 넘게 투자한다면 태안으로의 관심이 사라질 것을 우려해 내부적으로 어떻게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낼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며 "아직 입장을 밝힐 처지는 못되지만 지난주부터 연합회 임원들이 움직이고 있고, 대책마련에 들어간 만큼 조만간 삼성에 대한 대응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종시, #태안기업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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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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