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톰슨은 비록 팀동료 로페즈에 가리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중 한명임에는 분명하다

구톰슨은 비록 팀동료 로페즈에 가리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중 한명임에는 분명하다 ⓒ KIA 타이거즈

 

지난 시즌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릭 구톰슨(33)은 팬들 사이에서 '2% 아쉬웠던 에이스'로 불렸다. 뛰어난 제구력에 다양한 레퍼토리까지 갖췄지만 약한 체력과 위기관리 부족 등으로 결정적일 때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겨줬던 것이 그 이유.

 

때문에 그는 갈수록 팀 내 동료인 아킬리노 로페즈(35)에게 조금씩 가려지는 모습이 보여졌었고 결국 한국시리즈에서의 희비까지 엇갈리면서 시즌 후 상대 평가에서 확연하게 밀리게 됐다.

 

지난 비시즌간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온통 로페즈 재계약에 몰렸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로페즈와 비교했을 때 구톰슨은 다소 찬밥신세(?)로까지 보여졌다.

 

로페즈건이 확실하게 마무리되고 나서야 구톰슨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고 각종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재계약 의지 역시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여기에는 구톰슨이 국내보다는 일본리그 복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되도록 다음 시즌에도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싶다던 로페즈와 달리 구톰슨은 그 정도의 애정은 팀에 없었던 것. KIA구단도 구톰슨 자신도 서로간에 절실함이 상대적으로 덜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타팀들이 볼 때 이러한 모습은 '배부른 고민'에 불과하다. 각 팀별로 쓸만한 외국인투수영입이 전력보강의 첫째 조건이 된 가운데 어느 팀에 가도 3선발 안에 능히 들 수 있는 구톰슨 정도면 굉장히 훌륭한 용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 로페즈가 워낙 잘해서 빛이 덜 났을 뿐 구톰슨 정도 외국인 투수면 어느 팀이든지 탐낼만하다.

 

어쨌거나 이제 구톰슨은 국내리그에서 뛸 수 없게 됐다. 구톰슨이 요구한 금액과 KIA측의 제시액이 많은 차이를 보이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되고 만 것. 그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구단 측에서도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그를 붙잡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결국 서로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컷 패스트볼'로 무장한 제구력의 달인

 

팀 동료 로페즈가 힘과 낮은 제구를 바탕으로 타자를 잡아내는 파워피처라면 구톰슨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해 승부를 보는 이른바 기교파 투수였다.

 

직구의 구위 자체는 무겁지 않지만 슬라이더(slider)-싱킹 패스트볼(Sinking Fastball)-커브 (curve)-포크볼(fork ball) 등 여러 가지 변화구를 통해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변화구 투수로서 160이닝을 넘게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볼넷 갯수가 46개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구톰슨의 빼어난 제구력을 알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구톰슨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컷 패스트볼(cut fastball·일명 커터)'이었다. 구톰슨은 카운트를 잡거나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하지만 위기상황 혹은 결정구로는 커터를 즐겨 썼다.

 

커터는 직구와 비슷한 혹은 약간 느리지만 타자의 바로 앞에서 살짝 방향이 틀어지는 관계로 제구만 제대로 될 경우 쳐내기 매우 힘든 구질. 아주 약간의 차이로 방망이에 공이 맞는 위치가 바뀐다고 할 수 있는데 때문에 제구가 잘잡힌 커터를 때려낼 경우 땅볼이 많이 나온다.

 

슬라이더와 비교했을 때 스피드는 더 빠르고 꺾이는 각도는 적다. 메이저리그 뉴욕양키즈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가 즐겨 쓰는 구종으로도 유명하다. 

 

 이제 다음시즌부터는 김상훈과 로페즈 배터리를 볼수없게 됐다

이제 다음시즌부터는 김상훈과 로페즈 배터리를 볼수없게 됐다 ⓒ KIA 타이거즈

 

쾌조의 전반기-아쉬웠던 후반기와 한국시리즈

 

앞서 언급한데로 구톰슨은 지난 시즌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서의 기량을 뽐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아킬리노 로페즈(34)에게 가렸다.

 

단순히 정규리그 성적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구톰슨-13승 4패, 방어율 3.24 / 로페즈-14승 5패, 방어율 3.12)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이닝히터로서의 능력과 큰 경기에서의 활약상에서 뒤지며 우승 직후 평가가 확 달라져 버렸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선발투수진을 이끌었던 구톰슨이 로페즈보다 다소 낫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진 끝에 결국에는 상황이 역전되어버렸던 것.

 

특히 한국시리즈에서의 예상 밖 부진은 로페즈의 맹활약과 대비되며 구톰슨을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만들어버렸다.

 

무엇보다 구톰슨에게 아쉬웠던 부분은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이었다. 워낙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이 좋은 지라 마운드에서 힘만 유지될 경우 그의 공은 쉽게 공략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닝이 거듭될수록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잦아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였다.

 

한번 난타 당하다가도 다시금 전열을 정비해 회복하는 로페즈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었다.

 

조 감독은 이런 구톰슨의 약점을 감안해 이닝 관리-등판간격 관리 등 특별대우도 아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톰슨은 후반기로 갈수록 힘을 잃어 갔다. 연투 자체에 워낙 취약점을 드러냈던지라 셋업맨으로서의 활용도 힘들었다.

 

결국 그는 전반기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도 후반기와 한국시리즈에서 점수를 까먹으며 존재감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현재 KIA는 구톰슨을 대신할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게리 레스-마크 키퍼-다니엘 리오스-세스 그레이싱어 등 걸출한 외국인투수들을 쉼없이 뽑아왔던 전력이 있는지라 팬들도 많은 기대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구톰슨과의 결별은 KIA의 새로운 시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있는 호랑이 굴이 벌써부터 술렁거리고 있다.

2010.01.09 11:26 ⓒ 2010 OhmyNews
이별 KIA 타이거즈 금액차이 2%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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