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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여전히 '집장사'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여전히 '집장사'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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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출범은 공공기관 선진화의 시금석이자 선진화 완성을 위한 새 출발이다."

지난달 7일 이명박 대통령이 LH 출범식에서 내놓은 말이다. 최근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노조의 파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공기관 '선진화'를 강행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감안하면, LH의 변화가 자못 궁금하다. 정말로 국민을 위한 곳으로 '선진화'되고 있을까?

그 대답은 '아니오'다. 전국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집장사'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역시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을 줄이고 분양주택을 늘리는 등 LH가 수익 늘리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LH는 또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 2년째 '준비 중'이란 답만 내놓고 있다.

수원·제주에서 고분양가 논란... LH, 서민보다는 수익에 집중

LH가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A4블록에 짓는 '광교휴먼시아' 아파트는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LH가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A4블록에 짓는 '광교휴먼시아' 아파트는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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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A4블록에 짓는 '광교휴먼시아' 아파트 466가구에 대해 "분양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 74㎡(전용면적)형의 분양가는 3억5천만 원 대, 84㎡형은 4억 원 대에 이른다. 3.3㎡ 당 분양가는 1187만 원 수준으로, 이는 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예상치보다 100만~200만 원 비싸다.

수원 경실련이 여러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이 아파트의 3.3㎡ 당 분양원가는 택지비(571만 원)와 건축비(353만6천 원)를 합쳐 924만6천 원이다. 금융비용 등 기타 가산비용을 합쳐도 1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게 수원 경실련의 설명이다.

박완기 수원 경실련 사무처장은 "광교신도시의 분양가는 애초 경기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다"면서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하고 공공주택을 확충해야 하는 게 본연의 역할인 LH는 분양가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에서도 고분양가가 논란이다. LH가 제주시 애월읍에 짓는 '제주하귀 휴먼시아' 분양주택 445가구의 3.3㎡ 당 분양가는 559만 원으로, 발코니 확장비용을 포함하면 600만 원에 육박한다. 이는 땅값이 애월읍보다 4배 이상 비싼 시내 중심가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아현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국장은 "택지비가 400만 원 대인 이도2지구 등 시내 중심가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보통 600만 원 대"라며 "이들 아파트와 택지비가 100만 원도 안 되는 '제주하귀 휴먼시아'의 분양가에 큰 차이가 없다, 폭리를 취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의 임대주택은 더 큰 문제다. '제주하귀 휴먼시아'의 임대주택 265세대의 임대비는 보증금 5000만 원과 월 임대료 42만 원으로, 인근의 외도부영아파트(보증금 4400만 원, 월 임대료 22만 원)에 비해 비싸다. 김아현 국장은 "'제주하귀 휴먼시아'는 서민을 위한 주택사업이 아니라, LH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고분양가 논란이 벌어지는 지역의 시민단체는 LH에 원가공개를 요구하지만, 거절당하기 일쑤다. 옛 주택공사는 2002~2006년 사이에 분양된 전국 아파트단지 88곳의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고 2007년 8월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유야무야됐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LH에 막대한 수익 안겨줘

보금자리주택 사업도 LH의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이 많다.
 보금자리주택 사업도 LH의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이 많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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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 사업도 LH의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비판이 많다. 국토해양부와 LH는 최근 15곳의 국민임대주택단지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사례를 감안하면, 일반 분양아파트의 비율은 25%에서 63%로 크게 늘어난다.

이는 일반 분양이 늘어나는 만큼 임대주택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LH의 수익성이 증가하고, 그만큼 서민 부담도 더 커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임대주택 역시 수익성 위주로 바뀐다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전체의 10~20% 규모로 지어질 예정인 공공임대 아파트를 살펴보자. 이 아파트는 서민 주거복지를 위하여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거나 공공의 택지를 싸게 공급받아 짓는 것으로, 임대계약자는 10년 동안 이 아파트를 임대한 뒤 주변시세보다 싸게 분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정부가 임대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임대 5년 후에도 주변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조기 분양 전환을 허용하면서, 사실상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기능이 사라졌다. 일반 분양아파트보다 3.3㎡ 당 400만~500만 원 싸게 집을 지으면서도 시세와 비슷한 분양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공공임대는 LH에 큰 수익을 안겨줄 전망이다.

박완기 사무처장은 "광교신도시의 경우, LH는 112㎡형 아파트 한 채 당 1억6521만 원의 분양전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금자리주택에서 얻는 수익도 막대할 것"이라며 "공공임대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공공성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LH "최대한 싸게 집을 공급하고 있다"

LH는 "최대한 싸게 집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H 쪽은 "광교신도시의 경우, 경기도시개발공사로부터 택지를 매입해 사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민간기업과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제주하귀지구에 대해서는 "낮은 용적률과 여유로운 주차공간 등 신경을 많이 썼다, 주변의 오래된 아파트와 단순 가격 비교로 제주도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LH의 노력이 폄하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수익성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LH 관계자는 "공공기관 선진화에 따라 통합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성과를 보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며 "인력 구조조정과 중복 사업 정리를 통한 비용 절감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보금자리주택이 LH에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해양부 보금자리주택기획팀 관계자는 "국민·공공임대는 특정한 계층(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더 다양한 계층에 집을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LH의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태그:#한국토지주택공사, #LH, #공공기관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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