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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문화의 총체적 장소
▲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 표지 도시는 문화의 총체적 장소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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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도시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이 보장되는가? 우리는 도시를 단지 부동산 상품으로 채워나가며 피난민 수용소, 난민촌, 인간 사육장의 장소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첨단도시, 혁신도시, 신도시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도시에 문화와 역사를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시를 만들 때 인문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떼오도르 폴 김이 지은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시대의 창 펴냄)는 오랜만에 한국어로 쓰인 건축과 도시에 관한 감동적인 책이다. 책의 저자인 떼오도르 폴 김과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뷰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바쁜 중에 시간을 내어 장문의 인터뷰를 해주신 저자께 감사드린다. 인터뷰 내용이 긴 관계로 네번에 걸쳐 싣기로 한다.

도시는 인간의 행복을 위한 장소

떼오도르 폴 김은 프랑스에서 일하는 한인 건축가로, 프랑스 정부건축사 및 도시계획가, 사회도시학자이다. 프랑스 정부에서 프랑스 도시를 개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현재 프랑스 서부지역, 노르망디 지역, 칼바도스 지역의 도시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도시는 곧 문화의 총체적 장소로 건축의 본질이 인류학적 근원과 목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도시의 건설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한다. 도시의 건설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연구하는 인문사회학적 학문을 기초로 접근해야 진정한 의미의 도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도시는 연극 무대로, 시민의 행복한 삶을 주제로 만들어진 각본(정치 혹은 정책)에 의해 아름답게 꾸며져야 하며, 시민을 위해 각본을 감동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연출가(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서만 도시의 시민의 삶이라는 연극은 명작이 되어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라는 예술로 보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시의 역사에 대해, 과거의 모든 역사적 사실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을수록 현재의 문화는 보다 나은 미래의 문화로 발전하게 된다고 한다. 5000년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증명할 흔적이나 장소는 다 사라지게 만들고 그 위에 수십억대의 부동산 분양권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간주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문화에 대해서 "문화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 풍습 등 인간이 사회의 공동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의 총체를 의미한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도시는 존엄성과 생존권이 보장되는 사회적 장소

-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도시란 어떤 도시를 말하는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도시란 인간이 동물처럼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곳이 아니며, 시장경제원리, 부동산의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만들어지는 집합체가 아니다. 도시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평등하게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이 보장되고 가족 이외의 타인을 존중하여 함께 공동생활이 추구되는 사회적 장소를 말한다.

시민은 도시의 주인이므로 도시에 만들어지는 모든 장소는 시민 개인, 가족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마이크로커즘의 소우주세계와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공공생활의 매크로커즘의 대우주 세계가 보장되어야 하는 곳이다."

- 인류학과 건축 이 둘 사이는 어떤 관계가 있나? 왜 건축에서 인류학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공동사회체제에서 사회인이라는 인격체로 문화와 역사라는 인류학적 유산을 도시에서 만들며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인류의 유산은 인간이 자기만 먹고 살기위해 남을 해치는 동물적 본능의 이기적 욕구충족이 아니라 남을 존중하며 공동사회의 도시를 형성하여 문화와 역사를 창조하는 인격체에서 나타난다.

여기서 문화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 풍습 등 인간이 사회의 공동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의 총체를 의미한다. 그 문화는 바로 도시라는 사회적 장소를 발전시키고 인류문화의 흥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도시는 곧 문화의 총체적 장소로 건축의 본질이 인류학적 근원과 목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도시의 건설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 도시는 건물이 노후화되면 허물고 다시 질 때까지만 존재하는 일시적인 도시일 뿐이다."

도시의 맥락과 조화
▲ 브뤼셀의 아케이드 거리 도시의 맥락과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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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피난민 수용소, 난민촌, 인간 사육장이 되지 않으려면

- 도시가 인문사회학적 사유로 생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5세기 말 대항해 시대 이후 탄생한 미주나 오세아니아 주를 제외한 유럽의 도시는 수천 년 전 고대시대부터 인문사회학적 장소로 간주되고 형성되어 발전했다. 도시가 단순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장소가 된다면, 또 부동산 시장경제의 원칙에 의해 만들어지는 장소라면, 그 곳은 도시가 아닌 피난민 수용소, 난민촌, 집단 거주지로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더라도 공사가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인간 사육장의 장소일 뿐이다. 

인간 사육장이란 말 그대로 인간이 단순히 의식주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장소로 그 곳에는 인류애의 휴머니즘, 남을 존중하는 이타주의, 도덕과 윤리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약육강식의 사회체제로 빈익빈 부익부의 혼란과 무질서의 사회가 형성된다. 즉 낡으면 허물어 재개발하고, 돈이 없으면 가난한 지역으로 쫓겨나는 삭막한 정글세계의 도시만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도시의 건설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연구하는 인문사회학적 학문을 기초로 접근해야 진정한 의미의 도시가 만들어 진다. 인간의 행복을 최대의 목적이자 최후의 결과로 추구하는 학문만이 문화와 역사를 형성하는 도시의 본질적 개념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 도시에서 역사의 보존과 복원의 의미가 무엇이며, 점점 더 크고 높게 변하는 21세기 현대 도시발전에 왜 그 낡은 흔적들이 그토록 중요한가?
"'역사'라는 말은 고대그리스어 히스토리아, 히스토르의 두 단어에서 유래되어 '앙케트, 조사에 의해서 터득한 지식'과 '증거인, 심판관'의 의미를 가진다. 즉 과거를 통하여 현재의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과거가 존재해야 그 당시 잘못된 사실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처단할 수 있다. 만일 과거의 흔적이 없으면 실수와 잘못을 통한 지혜를 터득하지는커녕 반성과 책임도 없이 늘 잘못을 되풀이하게 된다.    

오늘날 역사란 과거의 사실과 사건의 전체를 제유법에 의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하여 과거의 사물에서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전체를 이해하는 동시화법적 이해의 전유의 뜻을 가진다. 즉 결과가 있으면 그 원인이 반드시 있고, 훌륭한 예술명작이 있다면 분명히 훌륭한 예술가가 존재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사는 모습, 언어, 풍습, 생활환경 그리고 주로 먹는 음식이 그 민족성을 상징한다.

도시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 사건의 실체들이 정확하게 보존되어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진리가 탐구, 연구되어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 곳이다. 과거의 모든 역사적 사실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을수록 현재의 문화는 보다 나은 미래의 문화로 발전하게 된다. 즉 역사라는 원인이 간직되어 있기에 결과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이다. 역사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집과 도시 보존
▲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 본문 일부 집과 도시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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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인간의 욕망이 승화되어 문명이 발달하는 장소

- 인간 심리학적 관점에서 도시의 구조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도시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일관된 고정적인 형태학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야 그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지니게 된다. 즉 도시의 구조가 전체적인 문맥을 바탕으로 형성되어야 인간의 이성, 합리적 사고의 능력은 정상적으로 인간의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키게 되어 그 어떤 불운의 시대를 맞이한다 할지라도 도시를 꾸준하게 지속하고 발전하게 만든다.

프로이트의 심리분석 이론에서처럼 도시는 억압되지 않은 인간의 욕망이 도덕성, 윤리성으로 걸러져 승화되어 문명이 발달되는 장소로 이 걸러지는 승화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도시는 일관성을 지니게 된다. 만일 도시가 이성과 합리성의 사고로 걸러지지 않고 권력의 욕망으로 추진된다면 도시는 전체적 맥락과 조화가 무시된 비합리적, 비문화적, 비인간적 장소가 되고 만다. 즉 과거를 뒤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와 역사의 과거를 파괴하여 현재의 이익만을 챙기는 부동산 상품 전시장의 도시로 만들어가게 된다."

- 한국의 도시에서 역사를 볼 수 있는가?
"한국의 도시에는 과거의 유물은 추억의 기념물로 존재할 뿐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는 과거의 역사적 증거와 과정이 실제로 보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각 시대를 알리는 문화적,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시간의 흔적' 곧 우리의 존재성을 보존하는 것이 도시를 구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본질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인간은 과거라는 시간을 통해 확실한 자신의 존재를 찾는다. 인간은 그 시대의 사회적 관계에서 존재할 수 있을 뿐 절대로 현재라는 시간적 개념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보이는 것으로 우리 존재를 판단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의 도시는 옛 도시의 주요 축과 선을 아예 없애버리고 그 위에 여러 모양의 빌딩들을 마구 세웠다. 그래서 종종 건설현장에서 옛 도시의 흔적과 유물이 발견되면 이 장소가 과거의 무슨 장소였는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당시 일어났던 사건과 주거환경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공사장에서 유적지가 발견되면 발견된 유물들은 박물관으로 옮겨놓고, 그 유물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 장소는 파헤쳐지고 부동산 상품의 건물들로 채워져 버린다. 5000년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증명할 흔적이나 장소는 다 사라지게 만들고 그 위에 수십억대의 부동산 분양권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간주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실제로 조상들이 살았던 곳 하나가 더 중요하다
▲ 도시의 역사 실제로 조상들이 살았던 곳 하나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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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각본과 연출가는 시민의 삶을 명작으로 만든다

- 도시를 연극 무대라 하였는데 그 이유와 배경은?
"중세시대부터 많은 인문사회학자들, 특히 철학자들은 도시는 인간의 삶이 연기되는 연극의 무대로 비유하였다. 그 이유는 인간이 산다는 것은 마치 배우가 연극무대에서 여러 장르의 연기를 하여 좋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 것처럼, 도시는 무대에서의 삶을 연기하는 장소가 되며 설치되는 무대의 주제에 따라 인간의 삶의 연기가 때론 비극으로, 희극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은 연극의 연기와는 달리 그 결과가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도시라는 무대는 항상 인간의 행복한 삶이 주제로 꾸며져야 하고, 시나리오 역시 행복이 주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도시라는 무대는 아름답고 행복한 인간의 삶이 연출되기 위해 조경과 건축이 어울리는 자연환경이 질서로 조화된 하나의 무대세트가 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무대가 인간의 행복한 삶이라는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제멋대로 만들어 지거나, 자연환경과의 조화는커녕 산과 들을 마구 파헤쳐 그 위에 산과 하늘이 보이지 않는 번쩍거리는 콘크리트 박스들을 세워놓고 첨단도시, 혁신도시, 신도시라고 떠들면서 못생긴 괴물들을 마구 만들어 놓았다면 그 곳에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인간의 삶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시는 시민의 행복한 삶을 주제로 만들어져 하는 각본(정치 혹은 정책)에 의해 아름답게 꾸며져야 하며, 각본을 감동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시민을 위해 책임과 도덕성을 겸한 현명하고 미래 지향적 감각을 가진 연출가(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해서만 시민의 삶이라는 연극은 명작이 되어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라는 예술로 보존할 수 있다."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 - 파괴된 도시를 살리는 인문학적 상상력

떼오도르 폴 김 지음, 시대의창(2009)


태그:#떼오도르 폴 김, #도시,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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