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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바람이 인다. 책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하여 누구나 이 계절에는 무시로 책을 가까이하게 된다. 그만큼 가을은 자천타천으로 책 읽기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굳이 통계 자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많다. 우리나라 평균 독서량은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성인 평균 독서량은 한 달에 한 권이 채 안 되고, 도서 구입비는 연간 10,000원이 안 된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독서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지만 꼭 책을 읽어야 한다고 다그치지 않는다. 왜냐면 책은 그저 재미있게, 부담 없이 읽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후감 따위는 따로 챙기지 않는다. 사단법인 행복한아침독서(www.morningreading.org)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침독서운동도 맥을 같이 한다. 즉, '모두 읽어요,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그냥 읽기만 해요'의 4원칙이 바로 그것.

2009년 독서의 달 포스터 "손 안에 책 한 권 세상을 말하다"
▲ 2009년 독서의 달 포스터 2009년 독서의 달 포스터 "손 안에 책 한 권 세상을 말하다"
ⓒ 문화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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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책을 즐겨 읽는 아이들도 책 읽는 것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마땅히 책을 읽었다는 흔적을 확인하기 위한 독후감 때문이다. 아직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 아이들을 붙들고 독후활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저 읽기만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독후활동을 고집한다면 아이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날마다 좋아하는 책, 그저 읽기만 해요"

1080이란 말이 있듯이 어렸을 때의 좋은 습관은 여든까지 이어진다. 책 읽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라는 소리가 창 밖에서 들리면 아이들은 더 이상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서에 대한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많다. 얘긴즉슨 엄마아빠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매일처럼 책 읽으라 닦달한다고 한다는 얘기다. 신기한 일은 절대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자기 자녀만큼은 책을 읽는 게 좋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스스로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요즘같이 책보다 더 재미있는 게 많은 세상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교사인 나 자신도 아이들을 설득하는 게 정말 힘들다.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책을 읽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 만한 재미있고 다양한 책들을 손 잡히는 데 갖다놓아야 한다.

부곡초등학교 독서논술부 어린이들의 "독서논술토론" 토론 모습
▲ 아이들의 독서논술토론 장면 부곡초등학교 독서논술부 어린이들의 "독서논술토론" 토론 모습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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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나만의 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봤다. 놀랍게도 수효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무엇을 반영하는가. 부모나 선생님이 애써 책을 읽으라고 닦달하지만 정말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지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자기만의 책을 가져본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일수록 자기 소유의 책을 가질 때 독서에 대한 흥미가 훨씬 높아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평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그 아이가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학창시절에 만난 좋은 책들이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활짝 꽃피워준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어린 아이들일수록 개개인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독서능력을 길러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어렸을 때 좋은 책을 만난 아이들이 더 나은 가능성 펼쳐

그렇다면 이 좋은 계절, 우리 아이들은 어떤 책을 만나야 행복할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즐겨 책을 읽게 하려면 책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단순한 흥미를 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책을 읽게 하려면 흥미 위주의 책을 골라 주어야한다. 무거운 내용의 책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하고, 좋은 책만 읽히겠다는 욕심을 가질수록 그만큼 책과 멀어진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아이의 마음을 살려내는 책은 언제나 아이들 손에 닿는다.

아무리 책을 읽히려고 해도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려고 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려고 든다. 어른들도 머리 아파가며 책을 읽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오락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은가. 아이들 마음도 그러하다.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다. 지나치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책 읽으라고 닦달하면 아이들은 책을 읽고픈 마음을 닫는다.

부곡초등학교에서는 매일 아침독서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부곡초 심인수 교장선생님.
▲ 부곡초 아침독서시간 부곡초등학교에서는 매일 아침독서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부곡초 심인수 교장선생님.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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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주어야한다. 어른들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들과 맞서 이겨 내야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해야 할 자잘한 것들이 많다. 부모의 바람대로 선뜻 따라하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니다. 먼저 아이 스스로 읽어야할 책 목록을 뽑아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관심 있어 하는 영역을 캐어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책이다.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책이며, 어린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줄 수 있는 책이어야 하며,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쓰여 있고 그려진 책이다. 내용이 새로워야 하고, 성실하게 공들여 만든 책이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책을 만나면 행복할까?

강조하자면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설득력이 있으며, 감화를 줄 수 있는 내용, 일관된 주제가 있는 책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이어야 한다.

명심할 것은 아이들에게 책 읽히려는 데 욕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책을 읽고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것과 같은 일련의 강요를 하지 않아야 한다. 자유롭게 책만 읽도록 배려해야 함은 물론, 편안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책 읽기 방법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독서는 완전한 인간을 만들고, 토론은 부드러운 인간을 만들고, 논술은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고 했다. 좀더 배우려고 목을 매는 영어, 수학이 한 가지 영양소를 가진 비타민이라면 독서는 종합비타민이다.

하여 자녀가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사려 깊은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어린이로 자라게 하고 싶으면 올바른 독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아이들은 함께 책을 읽어주는 사람과의 긴밀한 애착관계가 형성된다. 책읽기는 포근하고 재미있는 놀이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15분을 '책 읽어주는 시간'으로 정하여 그것을 실천하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이 좋은 계절 저녁시간에 가족 모두 오붓하게 모여 책 읽는 소리 낭랑하게 들렸으면 좋겠다.


태그:#독서의 달, #아침독서시간, #독후활동,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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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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