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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제비집보다 입구가 비좁고 물병처럼 생겼지만 정교하게 지은 귀제비집(빨간 점선 안이 파손된 입구부분)
 일반 제비집보다 입구가 비좁고 물병처럼 생겼지만 정교하게 지은 귀제비집(빨간 점선 안이 파손된 입구부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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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저게 뭐에요? 벌집이에요?"

막내처남의 아이들이 대문간의 천장을 바라보며 내게 묻는다. 녀석들은 내가 고모부지만 자신들의 외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무심코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하긴 막내 처남댁도 둘째 딸아이와 동갑내기니 무리도 아니다.

지난 5일부터 3일 동안 묵고 온 충남 청양 오살뫼 마을의 셋째 동서네 집에서다. 아이들의 말을 듣고 올려다보니 대문간 천장에 제비집처럼 생겼지만 특이한 모습의 새집이 바라보인다. 주변을 커다란 말벌 한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벌집이 아니고 제비집이야."

제비집이었다. 그런데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아이들은 말벌이 제비집 근처를 날아다니기도 하고 제비집에 앉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벌집이냐고 물은 것이다. 당연히 제비집이려니 하고 제비집이라고 대답을 했지만 모양이 매우 다르다.

"아! 저거요, 맹맥이 집이여유, 제비처럼 생긴."

셋째 동서를 불러 물어보자 맹맥이 집이라고 한다. 맹맥이라면 귀제비를 말하는 것 아닌가. 그럼 제비는 제비다. 제비는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 종류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제비 종류만 해도 보통제비와 귀제비, 흰털발제비, 붉은배제비, 갈색제비 등 다섯 종류나 된다.

 해마다 찾아왔던 흔적이 남아 있는 귀제비 집자리 둘(빨간 점선 부분)
 해마다 찾아왔던 흔적이 남아 있는 귀제비 집자리 둘(빨간 점선 부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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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네 대문간의 제비집은 그들 네 종류 중에서 맹맥이라고도 불리는 귀제비 집이었다. 그러나 귀제비는 그 개체수가 많지 않고 일반제비처럼 사람 가까이 잘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은 제비다.

"저 맹맥이가 작년까지는 해마다 찾아와서 새끼를 쳐갔는데 올해는 웬일인지 오지 않는구먼유. 저 맹맥이 집 자세히 보세유, 모양이 다르지유, 입구가 물병처럼 매우 좁아유. 저기 입구가 떨어져 나간 부분 보이쥬."

동서는 귀제비를 여전히 맹맥이라고 부른다. 이쪽 지방에서는 귀제비를 맹맥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귀제비 집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물병처럼 생겼다. 인구는 좁고 몸통은 크고 넓다. 그런데 좁은 입구가 조금 파손되어 떨어져 나갔지만 일반 제비집보다 매우 정교하게 지어진 집이었다.

"그럼, 비좁은 공간이나 속 좁은 사람을 보고 '맹맥이 콧구멍 같다'는 말이 저걸 보고 하는 말이었네."

우리들이 있는 대문간으로 모여든 가족들이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맞장구를 친다. 맹맥이는 검푸른 깃털을 가진 일반제비와 달리 잿빛 깃털에 배가 붉고, 귀부분도 붉은 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일반 제비보다 몸집이 조금 더 크다.

 지푸라기가 너덜너덜 정교하지 못하고 반달형으로 지어진 일반 제비집. 
오살뫼 마을화관에서 올헤도 새끼 세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지푸라기가 너덜너덜 정교하지 못하고 반달형으로 지어진 일반 제비집. 오살뫼 마을화관에서 올헤도 새끼 세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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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격은 폐쇄적이어서 반달형으로 열려 있고 정교하지도 못한 일반 제비집과는 달리, 입구가 좁고 몸통이 넓은 정교한 집을 지어 새끼를 치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작품 가운데도 귀제비를 일컫는 말이 나온다.

"소견빼기가 맹맥이 콧구멍만도 못한 마누라쟁이임에 틀림없다"는 말로 속 좁고 이해심 없는 마누라를 타박하는 남편의 이야기는 유승규의 소설집 '빈농', 중 '4월'에 나오는 글이다.

"그나저나 올해는 안 왔지만 내년에는 꼭 다시 왔으면 좋을 턴디유."

동서는 빈집으로 남아 있는 귀제비의 집이 몹시 아쉬운가 보았다. 그런데 어디 귀제비뿐이겠는가. 오살뫼 마을만 해도 전에는 집집마다 찾아오던 제비들이 올해는 마을회관 한 곳에만 찾아왔다지 않는가.

제비들이 찾아오지 않는 이유는 많겠지만 환경문제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농사법 때문에 많은 제비들이 농약중독으로 희생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서식환경이 나빠진 것도 이유 중의 하나로 꼽기도 한다.

"저 맹맥이가 찾아오는 집은 재수가 좋아서 부자가 된다는데..."

처남도 맹맥이 빈집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가족들도 모두 제비들 중에서도 개체수가 매우 적어 더욱 귀한 귀제비가 내년에는 꼭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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