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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4년 전인 지난 2005년 12월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이후 문제점을 보완할 대책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입법정보화담당관실 한 관계자는 "2005년 전자투표 시스템을 구축할 당시 아주 조금 그런 얘기가 나왔지만 (대리투표 문제 등을 보완할 대책을) 정식으로 검토하거나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대리투표가 일어났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소속 김기현 의원이 '본인 확인장치 부착 의무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지난 4년간 국회와 정치권이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문인식 등 본인확인 시스템 도입은 신중하게 논의해야"

 

이 관계자는 대책을 검토하지 않은 배경과 관련 "본회의장에는 소수의 국회 사무처 요원들을 제외하곤 의원들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보안문제를 검토할 필요성이 없었다"며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진) 이번 일의 경우는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아서 본인 확인 얘기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국회측의 설명에 "초등학교 수준의 상황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한 인사는 "쟁점법안의 경우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얘기"라며 "현 전자투표 시스템은 본인 확인 절차가 없다면 대리투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언급한 국회 입법정보화담당관실 관계자는 "전자투표 프로그램 자체는 투표를 용이하게 하는 데에 최우선을 둔다"며 "비밀번호나 IC카드 등도 다른 의원에게 줘버리면 대리투표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문인식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의원이 손을 다친 경우 어떻게 투표할 수 있겠나"라며 "한 명이라도 제때 투표를 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 확인 절차와 관련)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회 사무처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대리투표를 자초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이 4년 전 '본인 확인장치 부착 의무화'를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아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국회운영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당시 김 의원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은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며 "상임위에서 논의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당시 김 의원은 '표결시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표결로 가부를 결정한다'는 국회법 규정을 '표결시 투표자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된 전자투표기로 가부를 결정한다'로 바꾸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안이 자동폐기된 걸 보면, 당시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하고 국회법 개정안까지 제출했던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17대 국회 당시 2명의 국회의장(김원기·임채정)을 배출했던 열린우리당(현재의 민주당)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투표 의혹은 국회사무처와 여야 정치권의 직무유기가 만들어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태그:#미디어법, #대리투표, #김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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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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