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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이 정치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24일 국회에서는 미디어법 통과 당시 폭력 충돌 상황을 놓고 여당 대 야당, 야당 대 야당의 감정 섞인 비방전이 펼쳐졌다. 말 그대로 정치권이 '사분오열'된 모습이다.

 

한나라당-민주당, 굵은 대립전선... '대리투표-역대리투표' 주장 맞서 

 

가장 굵은 대립전선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그어져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을 "폭력배당", "뒷골목 패거리"로 표현하며 깎아내렸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국회 본회의장을 폭력으로 유린한 민주당이 (대리투표 의혹 등)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는데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열을 올렸다. 또 정세균, 추미애, 서갑원, 장세환, 박지원 의원 등이 조직적으로 투표를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역대리투표설'을 강하게 뒷받침 했다. 그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여당 의석을 돌아다니며 취소, 부표 버튼을 누르는 등 여당의 투표행위를 방해한 의혹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투표방해 행위를 사무총장에게 신고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야당의 의혹제기에 적극 반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뇌가 없는 거대공룡", "독재정권의 거수기"에 비유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정권은 도덕적으로 파탄난 정권"이라며 "170석이 넘는 거대 공룡 정당이 독자적인 움직임도 못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몸집만 컸을 뿐 두뇌가 없는 정당"이라며 "국정운영 능력도 0점, 낙제점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하늘이 한나라당을 징벌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국회 난장판 만들기, 혹세무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에서도 "이명박 정권은 비겁한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역대리투표 의혹에 대해 김유정 대변인은 "황당무계한 단어를 만들어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려 한다"고 일축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날치기 한 방송법에 반대표라도 나왔느냐"는 게 김 대변인의 항변이다.

 

야4당 vs.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2중대' 논란

 

이처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치열한 언쟁을 벌이는 가운데, 또 야당과 야당, 국회의장단과 야당 사이에 또 다른 전선도 생겨나고 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반대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은 자유선진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공격하고 있다. 이에 맞서 자유선진당은 "민주당은 폭력 면허라도 받은 정당이냐"고 반발하는 중이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오전 당5역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미디어법안 표결에 참석했다고 우리를 한나라당 2중대로 비난하는데 어처구니없다"고 흥분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아래서 누구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사정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덮어놓고 욕하는 못된 버릇은 고쳐야 한다"고 민주당과 다른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총재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한나라당이 지금 자축할 분위기냐"며 "미디어법 하나 말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난장판이 된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독설을 날렸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유선진당의 입장 번복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송두영 부대변인은 이 총재를 향해 "여당도 아닌데 여당인채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곁에서 떡고물 주워먹으려는 '걸인 정치'가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꼬집었다.

 

국회의장단을 향한 야당의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23일 김형오 의장과 이윤성 부의장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한 민주당은 이날도 "정권 하수인으로 전락한 김 의장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본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김 의장이 찬성투표한 것으로 나왔는데 왜 아무말이 없느냐, 가타부타 말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22일 본회의 이후 사흘째 침묵만 지키고 있다. 김 의장 대신 '악역'을 맡은 이윤성 부의장은 이날 오후 간단한 성명을 통해 오히려 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부의장은 성명에서 "식물국회를 막고,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의사봉을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어떤 고뇌를 거쳤더라도 비난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며 "이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또 "끊임없이 반복되는 국회 폭력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야당을 에둘러 비난하면서 국회 정치문화개선특위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친박연대는 '집안싸움'... 6월 임시국회 끝내 파국 종결

 

'당대당' 갈등이 전부가 아니다. 애초 한나라당 미디어법에 반대하기로 했던 친박연대는 몇몇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두고 집안싸움이 벌어졌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 등이 언론을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다음날인 23일 오전 열린 회의에서 이규택 대표, 김을동, 노철래 의원과 엄호성 정책위의장, 정하균, 송영선 의원 등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당론을 거스르고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표의 잘못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지만, 외부에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전지명 대변인은 당론을 위배한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뜻으로 대변인직 사퇴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은 여당과 야당, 야당과 야당 혹은 같은 당 내에서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안겨주고 있다. 더구나 제1야당 대표와 몇몇 의원이 의원직 사퇴서까지 제출해 6월 임시국회는 끝내 '파국'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야당은 8월 내내 대규모 장외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법 후유증은 9월 정기국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미디어법,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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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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