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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태양을 삼킨 날, 여의도 국회에선 미디어법이 통과됐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사실상의 '의회쿠데타'였다. 수의 힘을 앞세운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 앞에 미디어법을 반대한 절대 다수의 민의도 무시됐다, 여론독과점을 우려해 신방겸영을 불허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무시됐다. 부결된 법안에 대해 재투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회법도 무시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MB집권 1년반만에 독재의 짙은 어둠 속으로 잠기게 됐다.

 

 

도대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무엇이 그리 급해 의회정치의 숨통을 끊으면서까지 미디어법 통과에 목을 맨 것일까. 경제 살리기? 그러나 그것은 통계마저 조작한 대국민 사기극임이 이미 밝혀졌다. 선진국 따라잡기? 그러나 선진국일수록 여론독과점의 폐해를 바로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와 견제장치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노림수는 한 가지밖에 없다. 조중동의 위력을 방송까지 무한 확장해 보수 장기집권의 틀을 마련하자는 거다.

 

MB집권 이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보여준 일사분란한 행태들이 이것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자신의 멘토인 최시중을 방통위원장 자리에 밀어넣은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자신의 수하인 구본홍을 YTN 사장에 임명하고,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를 친MB인사인 최규철-박정찬 라인으로 묶은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국민의 방송인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이들은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언론을 장악하면서 동시에 보수매체들을 이용해 'MBC 죽이기'에 나섰다. 광우병 위험을 경계한 'PD수첩'을 '허위 과장 선동방송'으로 몰아 법으로 옭죄이고 그를 빌미로 MBC 경영진에게까지 위협을 가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 과정에서 PD수첩의 의도를 밝힌답시고 피디들의 개인 이메일까지 뒤지는 상식 이하의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은 숨도 못쉬게 만들자는 수작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할 법한 국회 경호권까지 발동하면서 필사적으로 미디어법 통과를 밀어붙인 '7·22 사태'는 언론장악을 위한 MB정권의 최후의 발악이라 할 만 하다. 이제 신방겸영 폐지로 거대 신문의 방송 진출이 사실상 무제한 허용됨으로써 친권력·친자본의 일방논리만 횡행하고 정권의 독주를 견제·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이상 듣기 어렵게 됐다. 여론의 다양성을 핵으로 삼는 민주주의의 질식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소이연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장기집권을 향한 정지작업이 마무리되었다고 자축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서 국민들은 MB정권과 한나라당의 실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됐다. 말끝마다 '국민'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겉으론 '친서민' 이미지를 팔면서 실상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그리고 민주주의와 그들이 얼마나 어울릴 수 없는 존재들인지 말이다. 바야흐로 민주 대 반민주의 싸움이 본격화됐다.


태그:#미디어법, #조중동 방송 , #7.22 의회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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