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 해도 뱀파이어는 사람들에게 있어 공포스럽고 악마와 같은 괴물의 한 종류로 인식되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빨며 살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고 밝은 세상을 등지고 어둠 속을 거니는 박쥐와 같은 모습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뱀파이어 "흡혈귀"의 전형적인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여러 명의 만화가와 영화제작자들에 의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 그들(뱀파이어)이 얼마나 발전하고 진화했는지 영화, 드라마, 만화들을 보라. 이런 현상은 내가 기억하기로는 80년대 중반에 나온 영화 <프라이트 나이트>가 그 시초였다고 기억 한다. <프라이트 나이트>란 영화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약간 코믹스런 영화다. 여기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최초로 핸섬하고 낮에도 돌아다니며 십자가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십자가를 꺼내들자 자신도 교회를 다닌다고 말해 사람들에게 신선한 코믹을 안겨줬던 것 같다. 그때 사람들이 느꼈던 신선함을 잊을 수가 없다.

 

트와일라잇 영화

▲ 트와일라잇 영화 ⓒ 윤여정

관 속에서 잠자는 드라큘라 백작은 이제 고전이 되었을 뿐이다. 현대의 뱀파이어는 모두 섹시하며 일반인들보다 월등한 재능들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몇 개의 핸디캡마저도 집어던져 버렸다. 그들은 낮에도 일반인들과 똑같이 활동하며 마늘을 겁내지도 않고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며, 음식을 먹고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세상을 구하고 다른 악한 뱀파이어들에게서 사람들을 구해주는 '영웅' 으로 진화하였다. 요즘 나오는 영화 <블루드- 라스트 뱀파이어> 와 <트와일 라잇> <블래이드> 등을 통해 그런 현상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로맨틱하고 잘 생긴 뱀파이어 이야기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현재 전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중이다. 특히나 미국의 젊은층에 있어서 <트와일라잇>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뱀파이어와의 사랑을 선택하는 여 주인공에 동화돼어 나름대로 환타지를 충족시킨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 그 넘을 수 없는 경계를 동경하는 것이다. <트와일라잇>이 개봉되었을 때 원작의 팬들 수만명이 원작소설과 다른 이미지의 주연배우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 시위를 벌였던 사건은 유명하다.

 

이밖에도 우리는 많은 매력적이고 섹시한 뱀파이어들을 영화와 만화, TV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확실하게 음침하고 기괴한 드라큘라 백작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는 사라진 것이다.

만약 현대의 뱀파이어 영화들이 예전의 드라큘라 영화들을 답습한다면 누구도 그 영화를 볼 흥미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망토를 두르고 관 속에서 잠자는 뱀파이어들은 지금은 코미디 영화에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트랜드의 변화인 것이다.(사실 우리는 이런 트랜드를 역행하는 정부를 갖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왜 사람들이 이런 현대의 뱀파이어 영화들에 특별히 젊은층에서 열광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인간사회의 사회적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우리는 왜 섹시한 뱀파이어 '사야'로 분한 전지현이 교복을 입고 긴칼을 휘두르는 영화 스토리가 멋있게 느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영화는 비록 혹평이 많지만 만화 원작의 팬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루드 영화

▲ 블루드 영화 ⓒ 윤여정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들은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지녔고 늙지도 않는다. 그 사실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매력요소가 될 것이다. 모든 인간들의 꿈이 불노 불사라고 한다면 그것은 신의 영역에 속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뱀파이어는 그 부분에 있어 인간들에 비해 월등한 유전자를 지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능력이 뱀파이어를 동경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뱀파이어는 신의 영역에 있으면 결코 안 되기 때문에 그간은 몇 개의 핸디캡을 설정해 놓았다. 사람을 죽여 피를 빨아야 살게되며 십자가를 두려워한다. 등등.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현대인들의 무능력에 대한 자괴감의 반발로 현대의 뱀파이어는 이전의 핸디캡들마저도 집어던져 버리고 점점 완벽해져가고 파워풀해져 간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을지언정 그 대신 신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뱀파이어를 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복종과 지배에 관한 인간사회의 구조적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인간 스스로가 사회를 지배하는 계층에 대한 막연한 피해자라는 망상에서 보다 파워풀하고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존재를 동경하는 모델로 뱀파이어 '영웅'이  등장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인간이 단순한 뱀파이어에 의한 피해자에서 그와 똑같은 능력을 지닌 히어로가 등장해 무찔러주길 바라는 심리 말이다. 어찌됐던 뱀파이어의 '영웅'화는 일종의 현대 트랜드임이 분명해 보인다.  비록 처참한 흥행실패로 끝난 전지현의 '사야' 가 있지만 이미 후속작 <뉴문>까지 나온 섹시하고 매력적인 <트와일라잇>의 전 세계적인 인기가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도록 하자.

2009.07.16 17:55 ⓒ 2009 OhmyNews
트와일라잇 블루드 전지현 영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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