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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에선 이륙하는 비행기들의 속살도 볼 수 있답니다.
 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에선 이륙하는 비행기들의 속살도 볼 수 있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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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 내려서 개화역-논둑길-활주로옆길-영구아트무비-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김포공항역의 자전거용 코스입니다.
 전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 내려서 개화역-논둑길-활주로옆길-영구아트무비-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김포공항역의 자전거용 코스입니다.
ⓒ 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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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배, 기차와 함께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라고 여행을 부추기는 지름신 중 하나입니다. 그런 지름신이 강림할 때면 김포공항에 가서 종종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곤 하는데 창 밖에 펼쳐진 드넓은 활주로를 볼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심장이 터지도록 달려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말 활주로는 일반인이 걸어 들어갈 수 없기에 길이 아닌 길이기도 합니다. 활주로안에 들어가 달릴 수는 없지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언덕이 있다기에 찾아가 보았습니다.

김포공항에 활주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높다란 전망대도 있으나 왠지 '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이란 말이 끌려서 표지판도 없는 둑길을 따라 달려갔습니다.

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을 찾아가는 길은 활주로옆 동네를 한바퀴 도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모내기가 끝난 초록의 논밭과 백로들이 맞아주기도 하고 작은 교정이 귀엽기만한 초등학교의 분교를 만나기도 합니다. 인적 드문 둑길을 달리다 심심할 만하면 하늘위로 커다란 여객기들은 물론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들도 지나다니니 자전거 페달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게 하는 여유도 즐겨 봅니다.

활주로 가는 길에는 모내기가 끝난 푸르른 논들이 평야를 이루고 있습니다.
 활주로 가는 길에는 모내기가 끝난 푸르른 논들이 평야를 이루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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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를 이웃하며 이어진 둑길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길입니다.
 활주로를 이웃하며 이어진 둑길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길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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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길을 달려 활주로를 찾아가다

5호선 전철인 김포공항역에 내려서 개화역 방향의 차도를 따라 애마를 타고 달립니다.

표지판은 없지만 지도를 보며 활주로를 한바퀴 돈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 갈 수 있습니다. 차도와 헤어져 활주로를 따라 본격적으로 둑길로 들어서면 넓고 푸르른 평야가 보여 눈이 시원합니다. 김포공항의 활주로는 주변의 평야와 함께 한다고 해도 맞겠네요, 아니 원래 평야였던 땅인데 일부분을 활주로 만들라고 내어준 것이겠지요.

그리 높지않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활주로와 둑길은 한동안 나란히 이어져 있습니다. 논 주변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백로들, 논일을 하시는 몇 몇 주민들 외에는 한가롭고 조용한 전원적인 길입니다. 그런 고요함 사이 사이로 비행기가 이륙하려고 힘을 쓰는 소리가 담벼락 너머의 활주로에서 들려옵니다. 점점 커지는 비행기의 엔진소리는 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이 가까워오고 있음을 직감하게 합니다. 지금껏 안내 팻말도 없는 길을 헤매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둑길도 갈래가 없는 한가지 길인 데다 바로 옆에 활주로가 있어 그 자체로 표지판이 되어 주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헬리콥터를 만든 사람이 그 디자인을 따라 했을 것이 분명한 수십마리들의 잠자리들이 한창 달리고 있는 저와 애마 주변을 날아다니며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따로 '활주로가 보이는 언덕'이라고 팻말은 없지만 누가 보아도 그런 언덕이 분명한 길이 언뜻보면 언덕이라고 할 수도 없는 길이 나타납니다. 공항 전망대처럼 높은 곳에 있어 활주로가 눈 아래로 보이는 그런 언덕은 아니지만 활주로를 부지런히 오가며 점검하는 차량들과 창공으로 날으려 하는 크고 작은 비행기들의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네요.

특히 커다란 여객기가 이륙하면서 상체를 들어 내보이는 속살은 전망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구요. 평소에 그냥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에서 보니 사람들과 온갖 물건들을 실은 저 커다란 덩치의 금속물체가 달음박질하다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모습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평소엔 보기 드문 풍경이라 가지고간 작은 디카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김포공항 활주로는 군사시설로도 쓰여서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나 군시설를 피해서 찍으면 괜찮다고 합니다.   

비행기들의 엔진소리와 광활한 활주로를 보니 한동안 잊고 살았던 군복무 시절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한겨울 새벽녘 눈쌓인 활주로 위에서 일부러 몸에 열이 나게 해서 추위를 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눈을 치웠던 공군 복무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자대에 갓 입대 후 졸병시절엔 활주로에 나가, 이륙하는 항공기에 자꾸만 접근하여 위험하게 하는 새들을 쫓는 일도 했었지요.

논밭이 있으면 옆에 저수지가 꼭 있고 저수지에는 물고기 낚는 사람들도 꼭 있습니다.
 논밭이 있으면 옆에 저수지가 꼭 있고 저수지에는 물고기 낚는 사람들도 꼭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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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는 비행기가 달리기 좋고 논둑길은 자전거가 달리기 좋습니다.
 활주로는 비행기가 달리기 좋고 논둑길은 자전거가 달리기 좋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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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적인 활주로 옆 동네들

활주로가 옆에 있으니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들도 못짓는 등 도시개발의 혜택을 못받는 활주로 인근 동네는 거꾸로 푸르고 전원적인 농촌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런 풋풋한 논둑길을 천천히 달리자니 갑자기 커다란 공룡들 모형이 보여 놀랐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았던 공룡의 모습들인데 이곳에 우리나라 SF영화를 만드는 영구아트무비 회사가 있네요. 원래는 서울 오곡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였는데 폐교된 후 이 회사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저수지와 푸르른 논밭에 둘러쌓인 채 우뚝 서있는 공룡들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얼마를 달려가자 논둑길은 다시 차도로 바뀌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표지판을 보니 서울이 아닌 부천시로 들어섰네요. 두 개의 도시에 걸쳐 있다니 김포공항 활주로가 길긴 긴가 봅니다. 오랜만에 교정이 작고 아담한 분교도 만났습니다. 길가에 교문이 앙증맞게 서있어 차를 타고 갔으면 못 보고 휙 지나갈뻔 했네요.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라고 써있고 학생수가 이십여 명에 선생님도 서너 분이라는데 정말 학교가 초등학생답게 귀엽습니다.

하늘에 비행기가 예사로 떠다니는 동네. 그래서 비행기의 엔진소리가 일상처럼 익숙한 분위기인지 커다란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머리 위로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촌스런 사람은 저밖에 없더군요.

활주로 곁을 한바퀴 돌아 다시 출발지였던 김포공항역에 도착했습니다. 시원한 물도 마실겸 공항 안에 들어 가서 쉬다가 안내 데스크 직원분을 통해 높은 데서 활주로를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가 공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활주로 곁을 한바퀴 도는 여정도 괜찮을 것 같네요.

초등학생처럼 교정이 귀여운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도 만났습니다.
 초등학생처럼 교정이 귀여운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도 만났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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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옆 동네에는 경비행기같은 잠자리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활주로 옆 동네에는 경비행기같은 잠자리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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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외지인은 동네위를 예사로 지나다니는 커다란 비행기가 신기해 자꾸 쳐다보는 촌스런 사람이 됩니다.
 저같은 외지인은 동네위를 예사로 지나다니는 커다란 비행기가 신기해 자꾸 쳐다보는 촌스런 사람이 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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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포공항, #활주로,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 ,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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