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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4시 50분. 군복을 입은 50~60대 노인 30여 명이 갑자기 여의도 MBC 사옥을 둘러싸고 있는 전투경찰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 중 한 명은 허리춤에 꽂았던 가스총을 갑자기 뽑아들었다. 전투경찰들이 할아버지뻘 되는 이들의 돌진에 당황해 하며 방패를 들어 올릴 때 다른 노인들이 달려 나와 이들을 간신히 말렸다.

 

사회를 맡은 관계자가 욕설까지 하며 이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MBC 사옥 정문 앞에 모인 회원 500여 명의 흥분은 1시간 동안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회원들은 도로 위에 나와 앉았고, 몇몇 사람은 교통정리 중인 경찰 간부들에게 "왜 MBC 사옥을 지키고 있냐"며 삿대질을 했다.

 

대표자들이 약 15분간 면담 끝에 "오늘 분향소 철거 과정 중에서 있지도 않은 충돌로 한 명이 병원에 실려가 있다는 MBC 보도에 대해 뉴스 책임자가 확인한 뒤 사실이 아니라면 정정보도하고 기자가 직접 사과하기로 했다"는 약속을 받아온 뒤에야 회원들은 각자 타고 온 관광버스와 고엽제 전우회 차량에 올라타고 사라졌다.

 

모두들 이날 새벽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철거에 앞장섰던 국민행동본부,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었다.

 

분향소 철거 우익단체 "김대중 자수하라, 아니면 들고 일어나 입 막아버리겠다"

 

앞서 이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북핵 도발·김대중 이적행위 규탄 국민총궐기대회'에도 참가해 그들의 단결을 뽐냈다.

 

국민행동본부와 고엽제전우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 대회에 모인 우익단체 회원 3천여 명(경찰 추산)은 "김대중은 자수하라,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입을 막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이 분향소에서 탈취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참가자들에게 내보이며 "이날 오전 5시 40분께 고엽제전우회 회원들과 함께 대한문의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강제로 치웠다"고 밝히자 이들은 일제히 "잘했다"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우익 단체 회원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적의 핵개발을 돕는 것은 최악의 간첩질이고 반역"이라며 "대북 퍼주기의 원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북핵개발자금 제공 혐의로 조사하여 사법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대중은 700만 명의 학살에 책임이 있는 김정일 정권과 야합,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연방제 적화통일로 가는 길을 연 6.15 반역선언을 만들어냈다"며 "이명박 정부는 반역면허증이 되어버린 6.15 선언을 폐기하고 김대중 등 주모자들을 국가반역과 이적혐의로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김대중씨 미친 거 아니냐", "엄기영 사장은 민주당 하수인"... 막말 쏟아져

 

연단에 오른 우익 인사들도 잇달아 "김대중 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김대중씨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지키라고 했는데 어떻게 부실·불법 문서인 6.15 선언을 지킬 수 있겠냐"며 "김대중씨는 북한 정권에는 한없이 관용을 보이면서 남의 이 정권에는 사사건건 꾸짖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어, "김구 선생이 38선을 넘어가려 할 때 애국청년들이 드러누워 가지 말 것을 호소했다"며 "이제 우리도 동교동에 가서 김대중씨에게 더 이상 소음공해를 일으키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가능하다면 김대중씨와 그 가족들이 평양에 가서 여생을 보내는 게 낫겠다"고 덧붙였다.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는 "김정일의 핵개발을 도운 김대중씨는 노벨평화상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요즘 유행말로 김대중씨 이 사람 미친 거 아니냐"며 "이런 사람이 있으니깐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친북좌파가 광장을 점령하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것"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김대중씨는 미국산 쇠고기 촛불 난동을 보고 직접 민주주의라 하고, 조문 정국 때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했다"며 "이런 짓이 간첩보다 더 나쁜 짓이다, 반국가행위 혐의로 구속·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영태 자유언론인협회장은 "우리는 적과 내통한 빨갱이 대통령 두 명을 배출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검찰은 김대중씨를 구속수사하고 노 전 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640만 달러를 추징하는 동시에, 수사기록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협회장은 특히 엄기영 MBC 사장은 '민주당의 하수인'이라 비하했다.

 

그는 "MBC에 민주당에 뿌리를 둔 친북좌익노조 'MBC 노조'와 MBC공정방송노조라는 애국노조가 있다"며 "민주당의 하수인 엄기영 사장이 최근 공정방송노조의 정태수 위원장에게 3개월 정직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좌파정권 10년 동안 양육된 프락치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완전히 뽑아내지 못한다면, 통합·화합 운운하면서 친북좌파세력을 척결하지 못한다면 내년 지자체 선거와 2012년 대선 때 예기치 못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동길 교수 "뒷집 노 서방이 목매 죽었는데 뒷집 김 서방이 책임을 지나"

 

지난 2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죽은 지 한 달이 다 된 노무현의 분향소가 왜 <대한문> 앞에 아직도 저렇게 있어야 합니까"는 내용의 글을 올린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대한문 앞 너저분하게 있던 분향소가 철거됐다니 쾌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뒷집 노 서방이 목매 죽었는데 뒷집 김 서방이 책임을 지는 법이 있냐"며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한 것을 왜 이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냐"고 반문했다. 또 "일국 대통령이 자살한 책임이 내게 있다고 떠드는 사람이 있다"며 "내가 그 사람 자살하는데 충동질 했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 전 대통령의 남은 길은 구속이거나 자살 뿐"이라고 글을 써 서거 정국 당시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김 교수는 "나이 80이 넘은 날 때려잡겠다는 그런 사람이 많던데 끄덕없다"며 "나는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기회를 찾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교수는 그에 멈추지 않고 "자살은 불교나 기독교, 유교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행위다, 유족들도 가족장을 하겠다는데 왜 정부에서 나서서 국민장을 하냐"며 "이명박씨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사모 등이)너무 통곡을 하니깐 꼴 보기가 싫더라"며 "적당히 해야지 쇼를 하는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대학교수, 학생 등 친북좌파들이 이렇게 정체를 드러내는 데는 언론을 올바르게 잡지 못한 정부 탓이 굉장히 크다"며 "최시중씨가 빠릿했으면 지난 정권 때 꽂은 반미친북인사들을 다 내보냈을 텐데 정연주 사장 하나 내보내는 데 몇 달씩 걸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우익 단체 회원들은 오는 2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동교동에서 다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태그:#분향소, #국민행동본부, #고엽제 전우회, #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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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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