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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스트레스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생활 전반에 커다란 중압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 시험 시험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스트레스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생활 전반에 커다란 중압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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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 세상에서 무엇을 가장 먼저 없애고 싶을까? 그것은 바로 '시험'이다. 왜 아이들이 시험을 싫어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시험 결과에 따라 칭찬보다는 질책이 많았고, 시험 점수로 '아이의 대접'이 달랐기 때문이다.

유월은 후텁지근한 날씨만큼이나 아이들의 마음이 더워진다. 시험의 계절이다. 다닥다닥 연이어 실시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에 주눅이 들어 아이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이유야 어땠든 아이들은 시험을 통해서 맛보아야 하는 낭패감에 더 무겁다.

"점수가 말이 아니다."
  "난 이제 죽었구나!"
  "난 이것 밖에 안 돼."'

라는 탄식과 좌절은 결국 시험은 으레 잘 쳐야하고, 마땅히 높은 점수를 받아야한다는 당위성으로 나타난다. 그 압박감이 아이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떠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아이들은 시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무엇이 아이들을 짓누르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다. 또한 같은 범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학교와 학부모의 책임이 크다. 왜냐하면 교육내용과 교육과정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단견적인 사고로 목을 맨다.

"내 아이는 몇 점일까?"
  "네 반에서 최고 점수가 몇 점이냐?"
  "너보다 시험을 잘 본 아이가 몇 명이냐?"

이렇듯 부모들이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만 관심을 쏟다보니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점수에만 집착하게 되고, 이러한 인식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이 멍들게 된다. 시험 점수로 서열화하려는 학교교육 자체의 문제도 따져 볼 일이다.

매학기 마다 치뤄지는 시험. 아이들은 그 속에서 수많은 부담과 좌절감을 맛본다.
▲ 시험 중인 아이들 매학기 마다 치뤄지는 시험. 아이들은 그 속에서 수많은 부담과 좌절감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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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시험이 부정적인 요소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부추김도 있다. 문제는 시험과 그 성적에 대한 부모들의 지나친 관심이다. 시험점수에만 함몰된 생각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 폐해는 심각하다. 시험에 대한 집착은 과당 경쟁심과 심적 압박감을 빚어 결국에는 마음에 상처로 남는다. 지나친 경쟁의식은 아이들의 기를 죽이고, 그로 인해 친구도 사귈 수 없도록 만든다.

시험의 폐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실제로 방과 후 학원과외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경우, 정작 교과 수업 시간에는 딴 짓을 한다. 더욱이 아이들이 단순한 문제풀이나 학원 강의식 수업에 익숙하다 보니 주관적 서술이나 논술 형태의 창의적인 학습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 문제 해결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담감'으로 느끼는 시험, 그 답답한 인식을 덜어주어야 한다. 이제는 교육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시험의 의미를 바로잡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시험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시험은 교사들에게 있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이나 교재연구의 방향을 제고하는 반성자료이며, 아이들의 학업성취정도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모자라는 부분을 찾아내 학습결손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다.

시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너른 답란을 메워가는 아이들은 마음은 오죽할까.
▲ 시험 보는 아이들 시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너른 답란을 메워가는 아이들은 마음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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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높은 점수만을, 상위의 등수만을 고집하는 강압적인 학습에 길들여진 아이들한테는 자발적이거나 창의적인 학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면 장차 커서도 바로잡기 어렵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질리거나 점수에 주눅 들게 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인성을 계발하고, 온화한 성격을 도야하고, 창의적인 학습태도와 원만한 교우관계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도와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열린 사고의 평가가 절실

따라서 시험 그 자체 목적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평생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시험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도 결과를 우선시 하는 학습에서 벗어나 과정을 중요시하는 평가방법 개선이 필요하다. 말하기를 통한 자기 표현력을 신장시키고, 관찰이나 실험보고서, 체험 학습 등을 통한 수행평가로 다양한 형태의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아이들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열린 사고의 평가가 절실하다.

학업 성취도는 강압적인 학습의 결과나 단편적인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내 아이가 몇 등이냐는 식으로 시험 결과에 따라 대접하는 상벌체계로는 분출하는 아이들의 의욕을 깡그리 죽이는 아둔함을 되풀이 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시험의 바람직한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보는 인식의 전환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아이들을 보다 다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한 시험 결과에만 따져 갑론을박할 게 아니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학습능력을 계발시켜주어야 한다.

단언컨대, 어떤 형태의 시험이건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라면 아이들은 좋아할 리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시험, #점수, #성적, #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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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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