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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정치보복이라거나 정치보복에 의한 타살이라고까지 보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만 분명한 것은 수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분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기 때문에 타살적인 요소는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실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전날(1일) 검찰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정당성이 손상돼선 안 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그런 것(수사의 문제점)에 대해서 별 고민 없이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수사는 정당했다'고 간단히 결론 내버리면 도대체 뭔가, 그래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검찰, 자기 성찰과 고민이 부족"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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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검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을 비난하거나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이번 일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는데 긍정적인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려면 우리가 쭉 봤던 검찰의 여러 가지 수사 행태들이 바람직한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법률상 피의사실 공표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금지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상 무시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검찰도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고칠 것은 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어제(1일) 검찰이 수사의 정당성이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 지금과 같은 수사 행태가 적절한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 전 실장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을 치른 지 3일 만에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이제 막 장례를 치른 시점에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검찰 수사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사의 방법과 과정,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 단계부터 미리 결론을 내놓고 그에 맞춰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게 역력하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전례 없이 매일매일 수사결과를 브리핑해 유죄라는 식으로 단정하다시피 해 전직 대통령을 비난, 모욕하고 압박한 것 아니냐. 범죄 혐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먼지떨이식으로 다 뒤져서 잘못된 것을 찾아내는 방식의 행태도 문제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들 드러냈다. 그는 "피의사실 공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검찰이 밝힌 부분 중 허위사실도 많았기 때문에 명예훼손도 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제도적 개선을 바라는 것이지, 책임을 직접적으로 추궁하기 위해 바로 고소하거나 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가 깊이 있게 반성하고 고민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뭔가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렇게 바라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가장 앞서서, 가장 깊이 있게, 그리고 가장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성찰해야 될 주체가 검찰이라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 "이미 결론 기정사실화"... 검찰 '짜맞추기 수사' 지적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 1일 임채진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의 부장ㆍ과장 등 간부들과 전체 검사 등 74명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제기되고 있는 검찰 책임론의 대처 방안에 대해 3시간 동안 논의했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회의 참석자들은 '수사진행 중에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점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나, 그렇다고 해서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돼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국민적 슬픔과 애도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검찰이 수사의 정당성부터 주장하고 나선 것은 야당·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찰 책임론'에 정면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돼 파문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국민여론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문 전 실장은 전날(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법적인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나 우리는 자신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도덕적 책임을 통절히 느끼면서, 검찰하고 법적 책임을 놓고 다퉈야 하는 상황을 참으로 구차하게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다 받았다고 인정해 버리는 게 낫지 않나'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전했다.

문 전 실장은 또 "(노 전 대통령은) 아들 등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더욱이나 집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더욱 충격을 받았다"며 "참여정부의 도덕성이 무너지면서 개인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가치까지 깡그리 부정당하는 상황이 되니 절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현 수사팀으로서는 이미 결론을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에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 아닌가"라고 참모들에게 말했다는 것.

그는 "이번 수사 행태를 보면 검찰이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먼저 잡고 확인하는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구 털어서 범죄가 될 만한 것이 없는지 찾아내는 수사를 한 것이 아닌가"라며 "이런 식의 수사 행태를 내버려둬도 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그는 "대검찰청에서 유일하게 중앙수사부만이 직접 수사권을 갖는 게 바람직한 건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애통하다", "자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애통하다. 그래도 제가 가장 가까이 있었던 편이고, 자주 만났던 편이고, 마지막에는 사건을 놓고 같이 논의하고 했었는데……. 말하자면 대통령의 내면의 고통이나 고민이랄까, 그런 부분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자책감이나 안타까움이 크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왕수석'으로 불렸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나, 검찰 수사를 받을 때나, 노 전 대통령이 위기에 빠질 때면 언제나 곁을 지켜낸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통한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공식 발표하는 역할도 문 전 실장이 맡았고, 장례절차와 관련한 모든 일도 문 전 실장의 손을 거칠 만큼 유가족의 신뢰도 깊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문 전 실장에 대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문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저는 비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친구라는 표현조차도 굉장히 과분하다"며 "대통령은 그런 말씀으로 저를 붙잡은 것이다. 대통령께서 사람을 붙잡은 방법이었다"고 회상했다.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검찰, #정치 보복, #박연차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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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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