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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이 투신했다고 알려진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경찰들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이 투신했다고 알려진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경찰들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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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하기 직전 부모님의 위패가 모셔진 봉화산 정토원(법당)에 들렀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지난 23일 새벽 노 전 대통령이 사저에서 나와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만 머물다가 투신했다는 지금까지 경찰 발표와는 다른 것이다.

노 전 대통령, 투신 직전 정토원 들러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밤 긴급 브리핑을 열고, 노 전 대통령과 동행한 이아무개 경호관으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천 전 대변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새벽 5시 50분경 집을 나와 부엉이 바위에 도착한 것은 새벽 6시 20분경. 노 전 대통령은 이 경호관에게 "정토원에 가보자"며 6시 25분경 부엉이 바위에서 출발, 6시 30분경 부엉이 바위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정토원 입구 공터에 도착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경호관에게 "선진규 법사님이 안에 계신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고, 이 경호관은 "선 법사님이 안에 계시면 이리로 모시고 올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계신지 확인만 하고 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호관은 선 법사가 기거하는 살림집에 들어가 약 10초간 안을 둘러보다가 집 안에 있던 선 법사와 눈이 마주쳤다. 선 법사는 경호관을 알아보고 무슨 일인지를 물었으나 경호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둘러대고는 밖으로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선 법사님이 안에 계십니다"라고 보고한 경호관에게 "됐다, 가자"라며 다시 부엉이 바위를 향해 출발했고, 새벽 6시 40분경 부엉이 바위에 도착했다. 부엉이 바위에 오는 도중 노 전 대통령은 경호관에게 "내가 정토원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한 것은 얘기할 필요가 없네"라고 당부했다.

경호관 "말하지 말라는 당부 있었다"... "인간적 고뇌 컸던 듯"

그동안 노 대통령이 정토원을 방문했던 행적이 경찰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 경호관이 "내가 정토원에 가서 확인해보라고 한 것은 얘기할 필요가 없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당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호관이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노 대통령의 당부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것.

노 전 대통령이 경호원에게 '정토원에 들렀던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은, 자신이 투신을 한 이후 경호원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미래의 상황까지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부모님의 위패에 '마지막 인사'를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천 전 대변인은 "(선 법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그 시간 동안 노 전 대통령이 법당까지 들어가서 위패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호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이 부모님의 위패에 '마지막 인사'를 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당시 정황상 인사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정토원을 찾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길을 가기 전에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던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끝내 부모님의 위패에 인사를 하지 못했다면, 노 전 대통령은 또 다른 한을 가슴에 안고 벼랑 끝에서 자신의 몸을 던진 셈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아마도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적인 고뇌가 컸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태그:#노무현 서거, #마지막 행적, #20분, #정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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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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